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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믿음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6. 22. 16:01
신앙을 갖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분위기 속의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 구성원 모두 신앙에 관해서는 절대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의지에 맡기고 존중하셨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 대부분 어느 시기, 어떤 계기에 의하여 자신만의 종교를 선택하게 되었고 나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무교인 상태이다. 나의 아빠는 모든 종교를 학문적 관점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셨던 것 같았다. 엄마와의 여행을 하실 때마다 다양한 종교의 유명한 장소는 거의 대부분 방문하셨고 종교 자체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해 나가셨다. 엄마의 경우는 엄마의 엄마와 할머니 시대부터 믿었던 종교가 있었으니 어느 정도 영향을 받으셨겠지만 결국 연세가 드시면서 엄마만의 믿음의 종교를 선택하셨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서로의 믿음을 존중하면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반 백 살을 넘기고 또다시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 역시 수많은 일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가슴 벅차게 좋은 일도 있었고 가슴 저리게 아프고 슬픈 일도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 당시는 잘 모르고 뒤돌아 생각해보며 깨닫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뒤돌아 보면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더욱 많아졌다. 어린 시절의 추억, 학창 시절의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상념들이 동시에 생겨나기도 했다. 그중에는 그 시절에 나는 참 철없이 행동했구나, 그 시절엔 참 겁도 없었다, 참 생각과 개념 없이 살았네 하는 등 어리석었던 일도 많았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서 25여 년 간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리석은 일은 여지없이 이어졌다.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계획에 없던 일도 겪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회사의 여러 가지 업무를 하게 되고 나의 경력도 쌓이게 되면서 해외 출장과 잠시 동안의 파견 근무를 하는 경험도 갖게 되었다. 개인적인 해외여행을 통하여 겪게 되는 일도 있었지만 공적인 사회생활을 통하여 접하게 되는 일들은 개인을 넘어 직장이라는 공적 영역까지 영향을 주게 되므로 더욱 신경 써야 했다. 그중에는 그야말로 머나먼 해외 지역을 방문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을 맞이 하기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많이 했어도 모든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도 수없이 경험했다. 회사에서 교육받고 강조되었던 이른바 위기 대응을 위한 계획 (Contingency Back-up Plan)을 준비했어도 뜻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그것이 인생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뜻밖의 장소에서 생각도 못했던 상황에 접했던 일들이 그저 위험한 수준을 넘어 정말 아주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쌓이게 되면서 나는 왠지 나를 보호해주는 보이지 않는 수호신이나 천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이 깊었다면 당연히 그 종교의 절대신에 의한 보살핌이라고 여겼을 것이고 믿음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무교인 상태이고 그냥 먼저 떠나신 나의 아빠의 각별한 사랑과 보살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거의 나만의 종교화가 되고 있었다. 나의 아빠와 조상들이 매일 나와 우리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보살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처한 상황에 맞춰 생활하면서 누군가를 향하여 기도를 하고 소원을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누군가가 누구에게는 특정 종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자신만의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아빠인 것이었다. 나 혼자만의 믿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깊어져 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빠 사진 앞에서 인사하고 기도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우리 가족이 간 밤에 별 일 없이 평안했길, 그렇게 된 것에 감사한 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지낼 수 있길 기도한다. 물론 제일 우선순위는 나와 우리 가족,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이었다. 심신 건강이 기본이 되어야 그다음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어쩌면 철저히 개인적인 발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특정한 종교를 향한 믿음이 생기고 깊어졌다면, 종교의 근본적 가치로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인류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광범위하게 생각했어야 할 것이었다. 나는 그저 나 자신을 위한 기도,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기도를 해왔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온 동안 대부분 남들처럼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때때로 위험하고 어렵고 험난했던 순간을 무사히 극복하고 이렇게 목숨을 유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나의 모든 소원과 의지를 지켜줄 내 마음의 믿음 대상은 그저 우리 가족의 기둥이자 울타리셨던 아빠라는 생각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그러니 온전히 나 혼자만의 믿음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겠다.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쩌면 다른 종교에 대한 신앙심과 믿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 다만 스스로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때가 적기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은 오늘의 믿음을 향하여 인사하고 기도할 뿐이다.
* Note : 마음속 깊이 굳건한 믿음이 자리 잡는 시기가 있다. 타인에 의한 권유가 아니라 자신의 느낌과 깨달음에 의한 자연스러운 믿음이었다. 믿음의 대상이 무엇인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으로 인하여 마음이 평안해지고 의지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되고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자신의 심신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도 둘러 불 수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믿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느끼며 이렇게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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