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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Confidentiality (비밀 유지 조항)에 대하여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7. 31. 18:59
25여 년 간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 직장 생활을 했었다. 입사 당시에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번듯한 사무실에 출근을 하게 된 것이 다행이고 자부심도 생겼다. 이어지는 신입사원 교육에서 의외로 많은 회사 규범, 규칙 등 지켜야 하는 룰(Rules)들이 소개되었다. 그중에는 들으면 바로 이해가 되는 기본적인 것들부터 유달리 강조를 하는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시간에 빠져들면서, 입사 시 교육받고 직원으로서 동의하고 자필 사인(Signature)으로 서명까지 했던 내용들은 실생활에서 희미해져 갔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로 가면 그 해의 인사고과가 시작되고 다음 해의 연봉 협상도 시작되었다. 어느 해인가 민감한 연봉 협상 시기에 회사가 불안하게 조용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다른 부서에서 누군가의 연봉이 노출된 것이었다. 그런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소문은 소리 없이 퍼지고 더 보태지기도 했다. 관련 부서인 인사부와 리더들인 임원진들은 긴장했고 바로 감사에 들어갔고 아마도 결론은 노출된 연봉의 해당 당사자 본인의 입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알려졌다. 사건은 회사 방침에 따라 정리되었다고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한동안 불안한 동요의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다시 분위기는 안정되면서 회사 내 룰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교육도 다시 마련되었다.
다시 입사 당시에 받았던 회사의 룰 중에 비밀 유지 조항(Confidentiality)에 대하여 강조되는 교육이었다. 그중에는 개인 정보 관련하여 연봉에 관한 부분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당시에도 직장인들의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 중에 하나는 역시 연봉이었다. 보통은 자기 연봉을 누가 함부로 말할까 싶지만 본인도 모르게 발설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예를 들면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이직하여 들어온 경우, 회식자리 같은 데나 각별히 친한 사이에 예전 직장과 비교하여 이야기하면서 은근히 정보를 흘리거나 이직 시장에서의 정보를 위하여 교환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아니면 자아나 자신감이 과분하여 자기의 존재를 자랑을 하면서 유추 가능하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보통의 상식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었다. 조용히 듣고 있는 상대방이나 우연히 듣게 되는 옆 사람이 본인의 경우와 비교하여 억울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인간인지라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연봉 협상이라는 민감한 시기와 맞물려 터질 수도 있었다.
회사생활 초기 단계에서는 무엇이든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증도 많고 세월이 지나면서도 일개인인 본인만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지 조바심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중에 성과의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연봉 문제는 가장 민감한 것이었다. 한 편 회사가 그것을 강력하게 비밀 유지 조항으로 강조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나는 인사부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었으나 세월에 따라 리더의 위치로 한 단계씩 오르게 되고 팀원들을 구성하는 입장이 되면서 회사의 룰들이 더욱 이해되기 시작했다. 룰을 만드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 당시에도 회사는 시스템을 잘 구성해 가면서 끊임없이 좋은 회사로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일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생각하는 것보다 회사는 직원들 모두를 생각하는 관리 체계를 구성하고 있었고 더 대의적인 관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시각과 관점에서 본인의 사적 이익과 연관해서만 보면 더 넓고 크게 생각되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비밀 유지 조항이 마치 불공정을 덮으려는 장치로 오인될 수도 있다.
회사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국 서울 지사에서만 느끼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거의 유사하니 미국 본사와 다른 나라 지사들도 비슷한 경험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을 것이었다. 회사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결국은 연봉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부터 시작하여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체화하여 다시 설명과 교육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매 해 연봉 협상 전에 다시 한번 적용 방식을 똑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알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비밀 유지 조항을 강조했다. 조항의 존재 이유도 설명했다. 위반 시의 조항도 소개되었다. 그 이후로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은 발생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민감한 부분을 감히 발설하거나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물론 개인들의 사석에서 서로의 대화 속에서 은근하게 유추해 보기도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직장을 믿고 다닐 것이냐 불만을 안고 떠날 것이냐는 결국 개인의 몫인 것이었다. 각자의 판단과 결심에 믿고 맡기게 되었다.
리더들은 각 팀원들과의 개별 면담 시간에 인사고과와 연봉과 승진 같은 사안들을 정직하고 심도 있게 설명하여 회사와 리더들에 관한 불필요한 오해나 불만을 줄일 수 있어야 했다. 투명성이란 그런 시간에 필요한 것이었다. 투명해야 하는 것과 비밀 유지 조항이 필요한 것과는 정확하게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어느 사회에나 만들어지고 지켜야 하는 룰, 그 존재의 이유를 설명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면 이해하고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다. 끊임없는 의구심으로 불안하다면 그것이 회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 자신의 문제인지 파악해야 한다. 의구심을 갖은 체 공존하기는 힘들다. 구성원으로서 기꺼이 손 들어 질문하고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대상은 옆 사람이 아니다. 회사로서는 직원들과의 소통에 열려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만들어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이다.
* Note : 누군가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하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역으로 널리 알려달라는 반어법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의 비밀 유지 조항에는 긴장감과 함께 묵직한 엄숙함이 담겨있다. 분위기 파악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건 어쩌면 내가 나한테 화살을 겨누고 있는 사안일 수도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다.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 그 룰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그 안에 있어야 한다면 지키는 것이 도리이다. 그곳이 말도 안 되게 불합리하고 억울하다면 계속 있을 이유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룰을 어기거나 그로 인해 더 불합리한 처우를 받느니 원하는 곳으로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조직이나 개인, 서로의 정신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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