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인 리더에 대한 오해와 편견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9. 18. 18:16
어느 사회에나 싱글(Single)인 상태의 사람과 가족을 이룬 상태의 사람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분포도는 정확히 모르겠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 내가 한창 직장 생활을 했을 시기에는 싱글인 상태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나 자신도 내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싱글인 상태를 유지할 줄은 몰랐었다.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결심이나 마음을 굳힌 상태도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만남과 인연을 기다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쩌면 계획이 없었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25여 년의 직장 생활을 했던 기간 나는 줄곧 싱글인 상태였다. 그리고 세월에 따라 리더(Leader)의 위치에 오르면서 그야말로 싱글인 상태의 리더로 있었다.
어느 시기에 역시 싱글이었던 직장 선배이자 나의 리더가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 중에 하나를 말해주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출근하면 거래처 담당자가 안부 인사를 하면서, '싱글인 사람들은 주말에 집에서 뭐해요?'라고 물어본다고 했다.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것은 싱글은 특별히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테지..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1인 가구'인데 1인 가구도 엄연히 살림살이를 한다. 물론 가정을 이룬 사람과 상대적으로 비교한다면 절대적인 일의 양은 적을지 몰라도 1인 가구도 남들 다 하는 집안 살림을 한다. 집 청소, 빨래 세탁, 요리 등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부부 관계를 이룬 사람들은 손이 오히려 느는 것이다. 1인 가구는 자신의 두 손이 전부이고 역할 분담할 사람도 없다. 물론 자녀가 생기면 부부의 힘으로도 부족하고 바쁠 것이다. 아무튼 싱글인 사람들도 똑같이 살림살이를 한다는 사실이다. 그때는 리더가 그런 주장을 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어느덧 내가 그 일을 겪게 되었다. 나 참, 혼자 살아도 해야 할 일 많다고. 마음속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3명의 언니들, 여자 친구들이 여성으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의 세대에서도 직장과 가정 일 모두를 책임 있게 해 나가는 워킹 맘(Working Mom)들이 있었다. 나는 저절로 존경하게 되었다. 나는 결코 할 수 없는, 상상할 수 없는 여러 역할들을 그들은 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아주 당연하게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고 존중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다른 한 편으로 나는 그때부터 이미 우리나라의 사회 문제 중에 하나인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싱글인 상태인 것이 사회적으로는 미안했고, 결혼하고 임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적극 응원하고 지지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그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이었던 나의 직장에서는 결혼, 임신과 출산에 따른 공백과 휴가에 대한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가정을 이룬 팀원들은 경우의 수가 발생했다. 돌발 상황도 생겼다. 팀원들이 솔직히 나에게 알려주면 나는 최대한 그들에게 협조했다. 나뿐만 아니라 회사와 다른 리더들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팀원이 와서 다음 날 가족 구성원 중에 중요한 일이 있다고 알려 주면 나는 최대한 급한 업무에서 그 팀원을 제외하였다. 갑자기 자녀 봐줄 사람이 없거나 자녀가 아픈 경우도 생겼다. 그 팀원이 다음 날 갑자기 휴가를 내어도 이해했다. 팀원 스스로 업무와 가정사를 조율할 것이라고 믿었다. 어떤 경우는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계속 일을 하고 있어서 내가 오히려 조바심이 났다. 급한 일이 남았는지, 뭐 도와줄 것 없는지, 왜 빨리 퇴근하지 않는지 등을 관찰하며 묻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평소 유사시를 대비하여 팀원들끼리 부재 시 서로 급한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짝을 지어놨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상기시켰다. 오히려 팀원 자신이 집안일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는 답변을 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물론 회사라는 사회적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팀원의 갑작스러운 부재 시 불편하고 일의 진행이 더디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한 상황에서 억지로 자리를 지키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남자와 여자, 성이 다르다고 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았다. 회사가 길게 보고 진정 팀원들과 함께 성장할 목표 의식을 갖고 있고, 중요한 인재를 알아보고 유지시킬 마음이 있다면 결혼, 임신, 출산이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것에 남녀 성차별이 있어서도 안된다.
몇 달 전에 나의 첫 여자 조카가 임신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내년이 되면 나는 이모할머니가 된다. 신기하고 조카가 기특하고 그저 좋은 일에 감사하고 기쁘다. 얼마 전에 조카가 병원 정기 검진에 못 가고 병원 예약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카가 다니는 회사는 국내 대기업인데 임신 소식을 알리자 재택근무를 허락했다고 했다. 사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방역 조치 4단계로 들어서면서 탄력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동시에 많은 직원들이 함께 모이는 것을 기피하는데 그 회사는 약간 보수적 문화라고 했었다.
병원 예약이 있던 날, 조카는 6시 퇴근 시간에 맞추어 퇴근을 하고 병원을 가려했는데 직장 상사가 본인에게 갑작스러운 업무를 주어서 야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예정에도 없는 상황에 대하여 조금의 미안함이나 양해를 구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조카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언니는 임신한 딸이 근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안쓰러운데 그런 일이 생겨서 속상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조카의 부서장은 싱글인 여자인데 일 중독이어서 그런 식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다른 팀원들도 힘들어한다고 했다. 언니는 그러면서 싱글이어서 임신한 여성을 잘 이해 못하는 모양이라면서 약간 내 눈치를 살폈다.
언니는 동생인 나도 옛날에 직장 생활할 때 그랬는지, 그랬을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속으로 약간 억울했다. 마침 옆에 있던 다른 언니가 나는 언니들과 친구들의 결혼 생활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렇다. 그것은 싱글인지 아닌지 상태의 차이에서 오는 이해의 부족이 아니라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내가 다녔던 글로벌 기업에서는 직장 내의 교육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잘 진행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성(Gender), 교육 수준, 종교, 인종, 문화 등 그 어떠한 것으로도 차별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기본 요소였다. 사람으로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사실들이다. 지금 자신이 싱글이라고 해서 앞으로의 상태를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언제든 결혼할 수 있고, 자신이 임신을 할 수도 있다. 남자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자신의 와이프, 자신의 딸, 여동생이 당면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비단 그것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상태라고 해서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동을 고집한다면 과연 사회생활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우려되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성숙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어쨌든 다시 싱글인 리더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돌아와서, 나도 언니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사람의 차이인 것이라고. 싱글인 상태의 리더들을 향한 시각이 어쩌면 또 다른 차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회사의 본사는 미국에 위치해 있었다. 그 어떤 차별도 용납하지 않았던 회사의 임원진으로는 역시 다양한 인종과 경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족 중심주의 사회(Family-oriented Society)인 미국 문화 속에서 다른 요소보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싱글인 상태의 사람이 더 소수인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리더로서의 위치가 높아지면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다수이고 그러한 삶이 지극히 정상적인 형태로 보이는 것이었다.
싱글인 상태가 인간적으로 좀 덜 성숙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해가 된다. 가정을 이루고 부부로서의 관계, 다른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더 풍부한 경험을 하고 더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싱글이라는 이유로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선견과 편입견을 갖고 본다면 그건 억울한 일이다.
싱글인 리더들도 다양한 시각과 포용적인 인간성을 갖출 수 있는 것을 인정해 주길 원한다. 아니 불필요한 오해나 편견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 Note : 사회에는 여러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있다. 다수를 이루는 보편적인 경우의 삶도 있고, 소수의 다소 다른 경우의 삶도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소수의 삶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선견이나 편입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
싱글인 상태의 리더가 속이 좁고 이해의 폭이 적다고 말할 수도, 가정을 이룬 리더가 더 포용적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각기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하거나 살게 되었을 뿐이다. 그 또한 다름의 한 형태일 뿐이다. 단지 자신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면 된다. 그리고 그 어느 경우에도 모든 다양함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 문화를 지켜 나가야 한다.
아직까지도 다소 보수적인 직장 내 문화가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노령화, 결혼과 임신, 출산율이 걱정된다면 이 사회가, 그리고 그 안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싱글이든 아니든, 이 사회는 수많은 엄마, 아빠, 언니, 오빠, 동생, 딸, 아들, 며느리, 사위 등으로 이뤄져 있고, 그들이 합리적 또는 불합리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갱년기의 운동 습관 (0) 2021.09.25 나의 갱년기 증상 (0) 2021.09.22 선배가 후배에게 먼저 다가가고, 서로에게 배운다. (0) 2021.09.15 리더(Leader)의 격려와 질책, 떡잎은 알아본다. (0) 2021.09.11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행되길 (0)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