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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커피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7. 7. 18:44
나에게는 기호 식품이 2가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끔 즐기는 맥주와 매일 필요한 커피이다.
커피와 맥주를 못 마시게 되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나의 행복 만족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이 가능하기까지 의식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중에 먹는 것에 해당하는 "식" 부분에서 커피와 맥주는 결코 필수품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호 식품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것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50대인 나의 세대는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에도 커피를 미성년 학생들이 마시는 것에 대하여 아직은 이르다고 권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단 한 번도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단지 부모님과 언니들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아주 만족스러워 보였던 기억만 남아있다.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쓰디쓴 첫 커피 맛에 약간 당황했었다.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교 건물 어디에나 자판기 커피 머신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른 오전 시간에 수업이 있을 경우 정신을 차리기 위하여 혹은 시간이 부족할 때 간단한 빵과 함께 허기를 채우기 위하여 커피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 당시 커피 가격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면 충분했다. 학교 건물 안에 있었고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학교 측의 배려였다.
나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학교 내 브랜드 샌드위치와 밀크커피를 즐겼다. 블랙커피만을 마시기에는 위에 부담이 된다고 여겨졌었다.
학생 신분을 졸업하고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커피 사랑은 맹목적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미국에 본사를 둔 우리 회사는 그 당시 서울 강남의 한 복판 이정표가 되는 높은 건물에 있었다. 건물 아래에는 각종 음식점과 더불어 여러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브랜드의 종류와 매장 수도 점점 늘어났다.
회사 또한 입구 가까운 곳에 카페테리아(Cafeteria)를 마련하고 커피머신을 들여놓아 직원들과 거래처 사람들을 위하여 항시 커피를 제공해 주었다. 사람 마음이 이상하여 회사에 커피가 늘 배치되어 있지만, 아침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커피 전문점의 특별한 종류 커피를 별도로 구매하여 마셨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이 점차 늘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푸치노와 가끔 나른한 오후에 정신을 버쩍 차리기 위한 에스프레소 때문에 커피 전문점을 찾아가게 만들었다. 회사의 커피는 회의 시간과 업무를 보면서 수시로 물 마시듯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커피의 절대량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똑같이 하나의 회의를 마치고 다른 회의 시간을 준비하는 중간에 커피를 리필(Refill)했다. 그런데 회의를 진행하는 중간에 가슴이 너무 빠르게 뛰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콩닥거리는 것이 마치 내 몸 밖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러다 차츰 잦아들었다. 퇴근을 하면서 내가 그날 마신 커피의 잔 수를 세어 보고 깜짝 놀랐다. 마시는 물은 줄고 커피만 마셔댔던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커피의 카페인 성분에 잠을 설치는 부작용을 못 느꼈다. 커피량, 마시는 시각과 상관없이 밤이 되면 지쳐 쓰러져 자기에 바빴던 시절이 계속되었던 것이었다. 심장 박동수의 부담을 느낀 이후로 커피량을 줄이고자 마음을 먹었다. 아침과 오전에 2잔 내외로 나른한 오후에 1잔으로, 하루에 3잔 이상을 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습관이 어느 정도 정착되자 내 몸도 적응되기 시작했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이후로 하루에 2잔을 넘지 않는 것으로 다시 줄였다. 충분히 가능한 습관이 되기 시작했다. 대신 커피의 질을 높여갔다. 물처럼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 잔 한 잔 소중하게 내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는 오전에 한 잔, 그리고 오후에 한 잔. 대신 항상 텀블러에 물을 넣고 다시면서 물 마시는 양을 늘려갔다.
커피는 주로 따스한 아메리카노 아니면 따스한 카푸치노가 선택되었다. 점심 식사 후 너무 배가 부를 때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다. 어느 순간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오히려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랙커피의 성분이 소화를 촉진시킨다고 했다. 위속이 비어있을 때는 블랙커피가 부담이 되었다. 더구나 많은 직장인들이 겪는 만성 위염 증상이 있는 나는 조심해야 했다. 오히려 약간 위가 허할 때 카푸치노 맛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온전히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일 년에 간혹 몇 번 배가 고플 때, 우유가 많이 든 카페라테를 마시게 되었다.
커피 향과 맛을 온전히 음미하려고 설탕이나 다른 것을 절대 첨가하지 않는다. 시나몬을 좋아하고 카푸치노와의 조화가 좋아서 가끔 뿌리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하여 다른 것을 추가하지 않는다.
아주 한 여름 더위가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다지 즐기지는 않았었다. 아이스의 형태는 커피 본연의 맛을 약간 경감시키는 것 같고 커피가 아닌 음료수 같다고 느껴졌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조금만 더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각이 절실하다. 소위 '아아'와 '얼죽아'를 찾는 것이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함이 아니라 갱년기 증상 때문인 탓이었다.
이제 25여 년 간 다녔던 직장 생활을 일단락 짓고 생활한지도 몇 년이 지났다. 작년,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후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 모든 활발하고 적극적인 사회활동들이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화되었다. 예전보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아졌다. 이제는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횟수를 하루 한 잔으로 줄였다. 물론 아직도 두 잔을 마시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한 잔이 습관화되었다.
하루에 커피를 마시는 횟수와 시간이 거의 비슷해지면서 내 몸도 또다시 그 습관에 맞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타민 등의 건강 보조 약들을 복용한 후에는 되도록 2시간 정도는 커피를 참고, 그 이후에 마시도록 권고되었다. 커피의 성분들이 약의 효과와 유익한 효능들을 감소시킨다고 했다. 나는 원래 그런 정보를 몰랐으면 모르겠는데 이왕 알게 되면 지키도록 노력하는 타입이었다.
다시 한번 습관의 위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너무 늦은 오후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밤 잠에 쉽게 들지 못하게 되었고,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는 숙면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가며 커피의 맛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커피를 향한 내 마음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커피가 매우 좋다.
* Note : 인류의 커피 발견이 존경스럽다. 커피를 알게 되어 반갑다. 커피와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내 삶의 활력소로서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낼 것 같다.
단지 내 심신의 상태와 변화를 생각하면서 그에 맞는 커피 섭취량을 신경 쓰고 맛은 제대로 느끼는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다.
안녕, 내 베프 커피! 커피를 마실 때,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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