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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피 취향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7. 10. 17:56
대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커피 사랑은 세월이 갈수록 깊고 짙어졌다. 20대의 어느 순간부터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설탕은 물론 크림 같은 단 맛을 내는 모든 것들은 첨가하지 않았다. 20대 때, 회사 건물 아래 새로 들어선 커피 전문점의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올려주는 커피를 잠시 즐긴 적이 있긴 했다. 그리고 약간의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커피도 즐긴 적이 있다. 잠시 새로운 맛을 탐닉한 후로는 다시 커피 본연의 맛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일체의 첨가물이 없는 에스프레소 또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그리고 우유 거품이 조화로운 농도 진한 카푸치노를 좋아한다. 우유에 커피를 섞은 것인지, 커피에 우유를 부은 것인지 불분명하면서 상대적으로 순한 맛의 카페라테는 속이 출출한데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할 경우, 일 년에 몇 번 정도만 찾게 되었다. 커피 취향이 고정화되기 시작했다.
향이 화려한 종류도 있는데 진하고 그윽한 향에 매력을 느꼈다. 커피콩의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는데 나는 산미가 강한 맛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산미보다는 구수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산미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역 중에 콜롬비아 같은 중남미 커피 원두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 생활중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 달 넘게, 베트남 호찌민에서 6개월 간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베트남 또한 커피 생산지가 많고 베트남인들도 예상보다 커피 사랑이 대단했다. 베트남 커피 중에 유명한 브랜드도 있었다. 몇 번 출장을 갔던 인도네시아 또한 그들만의 커피 원두로 유명했다. 하지만 나는 역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커피보다는 중남미 커피 맛을 더 좋아했다. 내가 느끼기에 동남아시아 커피는 진하면서도 탁하게 느껴졌고 중남미 커피는 진하면서도 맑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6개월간 살았던 베트남의 경제 대도시 호찌민은 여러 브랜드 커피가 공존했다. 그들의 몇 개 국내 브랜드가 베트남 본연의 맛과 향을 가졌다면 다른 해외 프랜차이즈 전문점도 있고, 가끔 해외 유학파 출신들이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 커피는 다양한 원두 맛을 보여 주었다. 항상 아주 더운 호찌민 날씨 속에서 주말 오후에 뜨거운 실외에서 서둘러 카페를 찾아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과 함께 디저트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브라우니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원기를 회복하고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냉방이 확실한 시원한 장소에서는 역시 커피 본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커피를 음미했다.
직장 생활 중에 중남미 지역인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에도 출장을 몇 번 간 일이 있었다. 그 지역의 커피맛은 정말 황홀했다.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도 각 나라마다 커피 원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저마다 자기 나라 커피 원두가 최고라고 자랑했다. 커피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 지역에 모이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집에는 의외로 간단하고 용이하게 커피 캡슐을 이용하는 머신만 장만해 놓았다. 다소 엉뚱한 나는 오래전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에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선전하는 광고를 보고 그 브랜드를 냉큼 구입했다. 여전히 아주 만족스럽다. 캡슐의 종류도 많고 종종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을 선보여서 새로운 맛과 향을 선보였다. 캡슐을 구매할 때마다 나의 기존 구매 현황을 보면서 커피 판매자는 센스 있게 산미를 선호하는 나의 커피 취향에 맞춰 신제품을 소개했다.
커피를 그렇게 사랑하면서 집에 간단한 머신만 있는 것에 놀라는 지인도 있다. 그것도 내 취향 중에 하나이다. 운 좋게도 나는 집 주위에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매우 많은 곳에 살고 있다. 거의 모든 유명 프랜차이즈 전문점뿐만 아니라 소규모 동네 브랜드 카페들도 많다. 모두 언제나 손쉽게 맛볼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골라 마실 수 있다. 커피의 선택권으로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러운 동네에 살고 있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을 통하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브랜드의 개발 책임자가 세계 곳곳을 방문하면서 시장 조사를 하는 것을 눈여겨보았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의 높은 커피 수준 때문에 새로운 개발을 함에 있어서 한국은 반드시 방문하고 정성 들여 시장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의 커피 전문점은 계속 새로 생기는데 수요가 그 많은 공급을 따라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나의 기우였다. 예전에 회사의 다른 나라 직원들이 한국에 출장을 와서 커피 전문점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무척 놀라워했다. 그 당시에도 밥 값은 아껴도 커피는 포기하지 않는 직장인들을 많이 있었다.
가끔 언니들이나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하곤 한다. 이제는 어느 지역을 가든지 맛있는 밥집과 함께 좋은 커피 카페를 찾는데 어렵지 않다. 그 또한 나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숨어있는 맛집과 함께 생각보다 낯선 지역의 골목길 카페를 찾아내고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각 프랜차이즈 커피의 고유한 맛을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브랜드의 어느 커피 원두는 너무 마일드해서 기피한다든지 어느 브랜드는 향이 강하고 진해서 카페라테조차 선호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파악된 전문점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듯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전국 어느 곳에 가더라도 그 지역 브랜드의 커피를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자랑스럽고 정겹다.
나의 기호 식품인 커피의 탄생을 축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이 세상의 여러 커피 원두의 향과 맛을 알아가게 되어 좋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하나로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 Note : 아무리 화가 나고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면 마음이 다소 풀리는 것을 느낀다. 뭔가 집중해야 하는 순간, 뭔가 고민에 휩싸일 때, 생각이 많아질 때, 다소 우울할 때도 내게 필요한 중요한 것은 커피이다.
새로 생긴 커피 전문점은 눈에 띄고 한 번 더 보게 된다. 어느새 새로운 곳의 방문을 계획하는 나를 발견한다. 새로운 커피 캡슐을 선보인다고 하는 문자는 놓치지 않는다. 몸이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할 때 처방전에 커피 제한이 있으면 충격과 함께 빨리 나으려는 의지도 동시에 생긴다.
젊은 시절 나의 세대는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이 데이트 신청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그 의미대로라면 나는 오해 꽤나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커피를 대하는 자세는 언제나 신비로운 호기심과 경이로움이다. 혼자일 때도 누군가와 함께 일 때도 커피를 향한 집중도는 높다.
커피는 알까? 내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만의 짝사랑이라도 괜찮다. 좋아하는 마음이 받는 마음보다 기쁘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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