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7. 3. 21:58

    대학 4학년 2학기를 마감한 12월 중순,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 취업된 후, 25여 년을 꾸준히 다녔다. 나도 나 자신이 그렇게 한 직장을 오래 다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요즘 세상의 새로운 세대 기준에서 본다면 어쩌면 참으로 재미없는 따분한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 어떤 면에서는 다른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 결여되어 보이기도 하겠다.

     

    나 또한 25여 년 간, 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었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이 회사와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과연 나에게 잘 맞는 것일까, 회사 또한 나의 업무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까, 내가 좀 더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고 더 잘하고 인정받는 다른 일과 다른 회사가 있지 않을까 등등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고민들이 많았었다.

     

    그런 고민을 할 때마다 신기하게도 조금 더 다니게 되는 기회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하다 보니 승진의 기회를 갖게 되거나, 처음으로 본사와 다른 지사로 해외 출장의 기회가 생기고 출장 후에는 또 다른 동기 부여가 생긴다거나, 그중에는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가보지 못할 나라들로 출장을 가서 새로운 문화에 호기심이 생긴다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해외 파견 업무의 제안을 받는다던가 하는 일 등이었다.

     

    게다가 한 회사에 다닌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회사는 항상 변화의 회오리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변화를 겪을 때는 새로운 것에 또다시 적응을 해야 하므로 다소 짜증도 났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면 결국은 더 나아지기 위한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자의적 타의적으로 본사가 있는 미국과 여러 지사가 있는 해외 각국의 사회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해야 했다. 기업의 발전은 실제로 세계 전체와 각 나라의 경제, 정치,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기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기업은 매일이 전쟁이고 경쟁이었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끊임없는 변신을 준비해야 했다. 우리 회사 또한 그에 발맞추어 변화를 모색했고, 직원들은 항상 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가야 했으니, 같은 회사를 오래 다닌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고 매번 변화된 다른 조직의 회사를 다니는 것 같았다.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준비로 교육이 없었던 기간이 없었고, 본사와 지사들을 아울러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를 별도로 배치하고 시기와 기간별 프로그램은 사전에 계획되었다. 실제 교육은 신입 사원으로부터 최고 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실무뿐만 아니라 인성 영역까지 포함되었고 리더의 역할로 갈수록 리더십 프로그램은 한층 강화되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피드백(Feedback) 문화가 따라다녔고, 정기적으로 회사와 리더에 대한 평가 설문조사(Assessment Survey)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고 진심 어린 행동들이었다.

     

    그 덕분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25여 년을 다녔던 것이었다. 돌아보니 나 자신도 놀라웠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나 혼자만 장기근속을 한 것은 아니라서 특별히 신기할 것 없이 어쩌면 당연하게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끊임없이 달려온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 번 쉼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공사다망한 세월에 지쳐갔던 내 심신을 달래야 할 순간을 맞이했던 것이었다. 생각은 깊게 결정은 빠르게 내렸다. 

     

    작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로 모든 사람들은 극히 필요한 일상생활만 하면서 다른 적극적인 활동들은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백신 개발과 접종의 도움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어 보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공포와 걱정으로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태이다.

     

    지난 몇 년간, 개인적으로나 외부적 상황으로도 생각지도 못했던, 계획에 없었던 일들이 발발했고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이 매번 새롭고도 놀랍게 다가왔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전 세계도 코로나를 극복한 후 앞으로의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또 바로 적응을 시도해 가고 있다.

     

    나 또한 이런 모든 변화의 상황 속에서 생각이 더 많아지고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해에 잠시 다녔던 회사가 있었다. 얼마 동안 인생의 휴식기를 갖는 후에 경험하게 되었던 새로운 영역의 직장생활이었다. 새로운 분야라서 주저되기도 했지만 25여 년 간 끊임없이 나에게 물음표를 던져왔던 것, 새로운 세상에 대하여 대면하고 당차게 도전해 보고 싶었다. 비록 오래지 않아 스스로 물러났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값진 경험이 되었다.

     

    그 후로 기업과 개인이 공존해야 하는 환경에 대하여 생각이 점점 더 깊어져 갔다. 가끔 25여 년 간 다녔던 직장 동료, 선후배들과의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직장에서 만나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이니 당연히 예전 회사와 우리 삶을 연결시키는 것이 대화의 주제가 되곤 했다. 대부분 그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회사에 대한 애정과 존경 같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마무리되어 우리 스스로도 놀라웠다.

     

    회사에 몸 담고 일했던 그 당시에는 가끔 회사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토로하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그랬던 우리가 회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뒤돌아보고 아름답게 회상하는 이 상황의 뿌리는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한국 회사와 비교했을 때, 자율적인 분위기와 주어지는 물리적인 요소들만은 아니었다.  

     

    - 진심으로 근본적인 윤리 의식이 있었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강한 시스템이 있었다.

    - 회사 자체의 운영 계획, 목표과 결과를 투명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공유했다. 더불어 피드백 문화와 열린 토론의 장을 유지했다.

    -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고 기업의 사회적 참여 활동을 잊지 않았다.

    - 정기적으로 회사 자체와 리더들에 대한 평가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로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했다.  

    -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며 계획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다소 무모함을 주저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당연히 예측이 항상 완벽할 수는 없었다. 때로는 길을 알지 못하는 산을 올라갔다. 어느 순간 앗, 이 산이 아니네 하고 쉽게 인정하고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노력과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시도 후의 깨달음은 또 다른 값진 경험으로 여겼고 현실적인 도전과 시도 없는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런 회사의 담대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기억들이었다.

    - 직원들 교육에는 멈추거나 지치지 않았다.

    - 글로벌 회사의 특성 속에서 다양함을 인정하고자 노력했다.

     

    위와 같이 생각나는 것을 일단 나열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더 기억날 수도 있겠다. 누가 보면 전 세계에 둘도 없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기업같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회사를 다녔던 당시에는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했던 훌륭한 부분들이었다. 정작 회사를 떠나고 밖의 세상으로 나와 하나씩 깨달아갔다. 비교 가능한 한국 회사를 다녀본 후에는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소감이었다.

     

    실제 미국에서 선망의 기업이라고 하는 구글, 아마존, MS, 애플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나 우리나라의 유명한 삼성, 현대, LG, SK 등과 신흥 IT 기업들조차도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본다면 동전의 양면처럼 극과 극, 또는 장점과 함께 단점들이 표출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조직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인정받기는 당연히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인 나,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 본다면 물리적인 장점들 즉 연봉, 갖가지 혜택, 휴가 등도 중요한 요소들이긴 하지만 기업의 근본적인 윤리 의식과 건강한 기업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와 같이 좋은 점을 나열할 수 있었던 회사에 오랜 세월 재직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좋은 기업 정신이 나에게는 사회 조직에 기대하는 윤리의식의 근간을 이루고 나 또한 그러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만들었을 것이었다.

     

    이제는 앞으로 내가 과연 이런 회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 Note : 조직의 안에 있을 때는 둔감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조직 밖에서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니 보였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비교와 검증을 통하여 알아가고 찾아가는 단계인지도 모르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개인도 인정, 존중, 칭찬을 받으면 더 신이 나서 열심히 하듯이 기업도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훌륭한 기업에게 애정 표현을 하고 아낌없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면 기업도 신이 나서 더 올바르게 성장해 가지 않을까. 

     

    네가 나를 생각해 주면 그에 감동하여 나도 너를 더 생각해 주듯이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생각해 주는 기업 문화,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꿈꾸고 싶다. 그리고 모든 윤리는 서로에 대한 투명함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커피 취향  (0) 2021.07.10
    내 삶의 커피  (0) 2021.07.07
    베트남에서의 사회 봉사 활동  (0) 2021.06.30
    봉사 활동, 노동을 통한 보람.  (0) 2021.06.26
    종이 신문 구독자는 꼰대 세대?!  (0) 2021.06.2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