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이란 인생의 묘미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9. 4. 17:10
우주까지 앞다투어 진출하고자 하는 이 시대, 전 세계에 사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 만남은 어떤 운명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무심코 틀어놓은 TV 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사연들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정말 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자신 혹은 가까운 지인의 실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정말 마치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듯한 이야기가 있었다. 흔히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드라마이니까, 소설이니까 하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정말 현실 생활에서 벌어지는 것이었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을 것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에 의하여 끌렸던 사람 혹은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았던 사람으로 한순간 스쳐 지나갔는데 얼마 후 다른 장소에서 정말 다시 우연히 만났다. 당연히 설렘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두 번이 아닌 또 다른 인연으로 발전되어 갔다. 혹은 단 한 번의 만남 뒤에 세월이 흐르고 잊힐 법도 한 시기에 다시 만나서 서로의 관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운명이라는 것과 인연이라는 단어의 존재를 실감하게 했다. 물론 사연 중에는 만남의 설렘과 기쁨과는 달리 헤어짐으로 마감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타깝지만 다시 시작을 위하여 걸어가는 길이 막혀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걸어가다 문을 만나고 그 문을 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다.
몇 년 전에 친한 지인은 오랜만에 수줍고도 설레는 미소를 띠며 자신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이혼한 후 꿋꿋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워킹맘(Working mom)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운 소식에 눈을 반짝거리며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옛날 대학 학창 시절에 만났던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고 했다. 그도 예전에 이혼 후, 혼자 살아가는 상태라고 했다. 서로 만나게 되면서 옛날의 감정이 되살아났고 그렇게 다시 연애 중이라고 고백했다. 학창 시절에는 어린 나이에 만나서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고 보니 예전의 풋풋했던 감정과 함께 삶을 살아오면서 성숙한 마음이 더해져서 더욱 좋은 감정이 된 것 같았다. 아주 모르는 새로운 만남보다는 어쩌면 서로에 대하여 이해의 폭이 커질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학창 시절의 한 시기를 공유했고 그만큼 신원이 확인된 사람도 없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감정 상태였다.
문득 그들의 만남을 바라보면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아 돌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들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려고, 이전까지의 삶이 주는 고통과 시련들을 이기고 버티며 살아왔던가 하는 감정이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아껴주고 더 챙겨주고 있다고 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까지 왠지 포근해지고 마음껏 축복해 주고 있다.
예전부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불교의 말씀도 이해가 되고 있다. 이 지구 상의 거의 79억에 다다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렇게 만나게 되는 것은 완전 운명이고, 그냥 옷깃만 스쳐도 인연의 테두리에 들어올 수 있다고. 그러니 우연히 자꾸 마주치거나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잘해야 하는 특별한 사람일 것이었다.
그러니 웬만하면 이제부터는 사람 사이의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에게 잘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도 인연인데 서로 얼굴 붉힐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 비록 나의 취향이 아니고 나와 케미(Chemistry)가 맞지 않을 지라도 나와 만나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이후 언제 어디에선가 또 만날 수도 있다. 잘해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것이 아닐지라도 귀한 인연에 대한 예우라는 생각이 든다.
* Note :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소설을 학창 시절에 읽고 마음이 미묘했다. 그 나이의 감정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인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소중하게 느껴졌다.
반 백 살 넘게 살아오면서 과연 인생에는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우리 아빠 엄마의 막내딸로 태어나고 나에게는 3명의 언니들이 있고, 그들로 인하여 형부들과 조카들이 생기고, 이 모든 것도 인연이고 운명이다. 나는 내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것이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함께 나의 절친들, 친한 지인들 모두 우리는 인연으로 엮이고 엮인 관계들이다.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Leader)의 격려와 질책, 떡잎은 알아본다. (0) 2021.09.11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행되길 (0) 2021.09.08 아프가니스탄 사태, 그것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 (0) 2021.09.01 안타까운 베트남 코로나 19 상황 (0) 2021.08.28 인생에서 백신은 필요하다. (0)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