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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백신은 필요하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8. 25. 18:53
작년, 2020년부터 심각하게 확산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아직도 전 세계는 고통과 혼란 속에서 시달리고 있다. 서둘러 개발한 백신이 마스크와 함께 방패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그라드는 변환점이 되길 모두가 간절히 바랐지만 계속 이어지는 변이 바이러스와 그 전파력으로 녹녹지 않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치료제도 완벽히 개발되고 백신의 효과도 강해지길 바랄 뿐이다.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백신은 정말 수많은 사연들을 만들어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보편적인 백신의 개발과 효과를 꽤 많이 신뢰하는 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접종한 백신들을 생각하면 그 믿음이 다시 실감되었다. 요즘 어린 아기들 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어린 시절, 나 또한 정해진 시기에 필요한 예방 접종 주사들은 빠짐없이 맞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시기는 초등학교 때부터인 것 같았다. 학교에서 단체로 맞는 예방 접종 주사들은 모두 맞았다. 성인이 되고 자기 주도형으로 예방 접종을 결정하는 시기가 되었다. 때마다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백신들은 맞았다. 사회 생활중에 감염되기 쉽다는 B형 간염 주사도 젊었을 때 미리 맞아서 건강 검진 때마다 이미 항체가 있음을 확인하곤 했다. 작년 가을까지 해마다 독감 예방 주사도 접종받았다.
2015년 말에 40대 중후반의 나이로 주로 면역력 약한 어르신들이 걸린다는 대상포진을 앓았다. 공사다망했던 힘든 시기였지만 대상포진이 걸린 나 자신이 참으로 연약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대상포진은 앓고 나서도 이후 무리하면 또다시 걸릴 수 있다고 했고 다시 걸렸을 때는 더 예후가 나쁠 수 있다고 하여 그 두려움이 한층 커졌다.
대상포진도 예방 주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그 백신은 만 50세가 넘어야 맞을 수 있다고 해서 못 맞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접종하는 것을 잊고 살았다. 게다가 대상포진 백신은 접종하더라도 완벽히 예방될 수는 없다고 해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단지 접종을 하면 다시 걸리더라도 증세가 좀 약하게 온다고 했다. 나이 미달로 접종받을 수 없었던 대상포진 백신이 다시 떠올랐으니 언젠가 접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예방 접종 백신에 대한 나의 믿음은 올해가 되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약간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 했었다. 간혹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나 접종 후 부작용 등의 안 좋은 기억으로 백신 자체와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독감 예방 주사 접종 후 좋지 않은 증세로 고생했던 사람들은 이후 접종 자체를 원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그런 경우의 사람들은 비단 독감 백신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에 대한 기대와 반응도 좋지 않았다. 다행히 그런 경험이 없는 나는 과학적 기반으로 개발된 백신에 대하여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개발 초반,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었다.
그간의 다른 예방 백신보다도 의구심과 두려움이 컸다. 아마도 아무도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보다 전파력과 심각성이 컸던 코로나 19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공포와 함께, 너무나도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은 그만큼 임상 실험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을 것이었고 부작용으로 출현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어느 백신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현상도 이번에는 일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그 특이한 경우의 사례가 본인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게끔 인식되었다.
아무튼 초반에는 이런저런 걱정으로 인하여 백신 접종 자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생각보다 회의적으로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이미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은 상황으로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 다시 팬데믹 상황이 악화되었다. 이제는 백신을 접종받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취약하고 두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인식으로 기울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변종이 생기면서 그 전파력이 더 위협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본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하고 생각하며 막연히 조심했던 사람들은 이제는 거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거나 행운이 작용해야 피해 갈 수 있다는 상태로 내몰린 것이었다. 본인도 언제든 감염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자 이제는 백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떠나 그나마 백신이라도 맞으면 용케 피할 수 있거나 운 나쁘게 감염되더라도 약하게 지나갈 수 있다는 것에 올인하게 되었다. 그러자 백신 접종 예약에 다시 적극적이 되었다.
나도 어렵사리 예약하여 드디어 지난주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1차 접종 후 얼마 동안 나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가족과 지인들도 관심을 갖고 괜찮은지 안부를 물어왔다. 모두 각자의 접종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안녕을 물었다. 주변 경험을 종합해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접종 시기가 더 힘들고, 화이자/모더나의 경우는 2차 접종 후에 더 힘들어했다. 아마 백신의 종류별로 증상이 갈리는 것 같았다. 나는 화이자 1차 접종을 했는데 걱정보다는 수월하게 넘어갔으나, 앞으로 2차 접종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2차가 더 힘들다고 하니 좀 두렵기도 하지만 어쨌든 제 때 맞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누군가 TV에서 방송된 전문 의료진의 의견을 보내왔다.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 후가 더 힘들다는 사실이 맞다는 검증 결과였다. 이미 예전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력이 있는 사람은 1차 접종 후가 더 힘들다고 했고, 1차 접종에서 수월하게 넘어간 사람들은 이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결국 접종 후의 증상들은 백신의 목적인 항체 형성과도 관련이 있고, 이미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항체가 만들어져 일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니 감염된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백신 1차 접종은 다른 사람들의 2차 접종과 유사한 증상이 있고, 그들에게 2차 접종은 다른 사람들의 2차 접종 이후 다시 부스터 샷(Booster Shot)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의 설명이 이해가 되었다.
인류와 인간 세상의 모습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인간들은 완벽할 수 없다. 심신으로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인 것이다. 똑똑한 줄 알고 잘난 체하며 개발했던 모든 것들이 이기적인 편리함 위주로 난무하면서 결국 스스로를 괴이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편의를 위해 환경 파괴 행위를 거침없이 했고 그 결과로 온갖 이상 현상들이 일어나고 역으로 이런 해괴한 바이러스 공격까지 당하고 있으니 스스로 자초한 나쁜 결과인 것이다. 결국은 스스로와의 싸움이고 전쟁이었다. 다만 그냥 이대로 당하고 무너질 수만은 없어서 또다시 머리를 쓰고 버틸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어쨌든 백신이라는 것을 또다시 개발하고 버텨 보는 중인 것이다.
어쩌면 백신 접종은 인간 삶에 있어서 또 하나의 경험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백신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강 상태일 수도 있고 부작용으로 알레르기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보면 백신은 경험의 방식 중에 하나이다.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에 적응하기 힘들거나 끝내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공격을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한 후에는 학습 효과가 생기고 그로 인해 극복해 나가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경험이 곧 백신처럼 항체를 만들어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결과인 것이다. 경험에서 때로는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어긋난 결과가 있지만 그 어떤 결과로부터도 항체는 만들어지고 면역력은 생긴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더라도 백신에 대한 나의 믿음과 신뢰는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 경험이 쌓이면서 면역력이 강해지듯이 백신도 필요하다.
* Note : 나는 확실히 이과 성향의 사람은 아니었다.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좀 깊이 들어가면 나의 이해력은 한계를 느끼면서 어느 순간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린다. 하지만 과학의 존재를 믿고 존중한다. 이과 계열의 사람들은 수학과 과학처럼 정확하고 명쾌하게 답이 도출되는 학문은 없다고 한다. 존경스럽다.
조금은 다른 논리로 경험이 주는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나는 또 다른 의미로 과학적 근거를 믿는다. 백신도 그렇다. 그래서 인생에서 백신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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