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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나라에도 계절이 있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4. 27. 16:00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속해 있다. 물론 전 세계가 걱정하고 있는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더욱 심각해지면서 나름 규칙성 있었던 계절에도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여전히 4계절이 구분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모든 것을 새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계절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이 지구 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후가 있고 각 나라마다 고유한 기후 속에 살고 있다. 그중에 우리나라는 비교적 높은 위치의 아시아 지역에 있다. 반 면, 다른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위치상 상대적으로 더운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 다녔던 경력으로 인하여 몇몇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도 출장을 다니거나 일정 기간 동안 해외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다.
20대 후반에 필리핀(Philippines)의 수도인 마닐라(Manila)에서 몇 주 동안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홍콩(Hong Kong), 베트남(Vietnam), 캄보디아(Cambodia), 대만(Taiwan), 인도네시아(Indonesia), 이집트(Egypt), 인디아(India)와 방글라데시(Bangladesh) 등지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40대 중반에는 베트남의 경제 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 지사에서 약 6개월 간 해외 근무를 하게 되었다. 계절과 기후에 있어서는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 많이 비교되는 나라들이었다. 당연히 타국에 머무르는 동안 신체적, 정신적으로 준비와 적응이 필요했다.
글로벌 회사답게 몇몇 선배 리더들(Leaders)이 먼저 겪은 경험담을 알려주시곤 했었다. 그중에 태국(Thailand)에서 지점장을 맡으셨던 선배님이 언젠가 이야기하셨다. '무슨 소리야, 태국에도 3 계절이 있어, 영어로 Hot, Hotter, Hottest로 나뉘지'라고 해서 모두가 박장대소했었다.
그렇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이가 덜 하지만 그들 나라에도 확실히 계절은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출장을 갈 때마다 회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해당 국가의 기본 정보와 함께 그 시기에 맞는 기후도 세심하게 알려 주곤 했었다. 물론 지금처럼 앱 하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기 이전의 일이었다.
홍콩과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남쪽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지만 우리나라 겨울철에 가게 되면 그래도 외투를 준비해야 했다. 더욱이 홍콩은 바닷바람 때문에 주로 출장 시기인 1월에는 제법 쌀쌀하고 추웠다. 물론 우리나라 대비 여름은 빨리 시작되고 여름의 고온다습함은 심했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한 겨울철에 가도 습하고 더웠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비가 많고 홍수 피해까지 심한 시기였다. 캄보디아는 그나마 덜 습하다고 하는 시기라고 하지만 스콜(squall)이 갑자기 내린 후에도 그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덜 습한 시기라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필리핀의 마닐라도 1~2월에도 대낮은 물론 아침저녁도 내가 느끼기엔 여전히 더웠다.
6개월간 살았던 베트남은 위아래로 긴 나라이다. 수도인 하노이(Hanoi)가 위치한 북쪽은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심한 편이었다. 겨울이 되면 하노이 사람들은 경량 패딩이나 가죽 재킷 정도의 옷을 입는다. 오토바이를 주된 교통수단으로 삼는 그들은 조금만 기온이 내려가도 바람막이와 외투를 입었다. 우리나라 늦봄, 초여름부터 더위와 습도가 심해지는데 어느 시기는 한참 남쪽의 호찌민보다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호찌민은 하노이에 비하면 거의 여름만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은 두 계절로 구분했다. 내가 도착한 12월 초는 아주 좋은 계절에 해당되었다. 2월까지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그나마 건조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호찌민 사람들은 흔히 건기와 우기로 나눴다. 아침저녁에 조금이라도 기온이 내려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그들은 바람막이 같은 외투를 입어야 하고, 쉽게 감기에 걸린다고 했다. 내가 느끼기엔 여름 복장으로 신선함을 느낄 정도였다. 낮에는 여전히 30도 안팎의 더위가 왔다. 3월부터 습도가 차츰 올라가기 시작하고 4월부터 점차 비 오는 횟수가 늘어나고 5월~6월부터는 이른바 우리나라의 장마와 같은 우기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아침, 낮, 저녁 상관없이 덥고 습도도 높아 계속 고온다습했다. 그리고 우기에는 하루 종일은 아니어도 하루 중 한 번 이상씩 비가 왔다. 그나마 호찌민 도시에는 실내마다 냉방 시설이 많이 되어 있지만 그냥 더운 도시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각 지역의 차이도 크고 그들 나름대로 계절의 구분이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한반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국토를 가진 나라이다. 그렇지만 매일 실시간 보도되는 일기예보를 보면 지역별로 차이가 있고, 경우에 따라 그 차이도 심하다. 같은 서울에 살아도 눈과 비가 많이 오는 곳도 있지만 전혀 내리지 않는 곳도 있다. 국토 면적의 크기, 방향과 위치 등 여러 환경적 요인에 따라 그 차이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러니 인디아는 더운 나라,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제로 인디아 북쪽에 위치한 수도인 뉴델리(New Deli)는 주로 덥지만 시기에 따라 아주 더 많이 더웠다. 하지만 방갈로(Bangalo) 지역은 내가 출장 갔을 때 느꼈던 더위도 그렇듯이 전반적으로 온화한 기후라고 그들을 말했다. 그래서 뉴델리 사람들의 성향은 좀 더 강하고 억센 면이 있지만 방갈로 지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온순하다고도 표현했다. 그러므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함부로 단정 지어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지역도 계절의 변화는 있다는 것이었다.
* Note : 4 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편견과 선입견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기에 계속 더울 것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나라들도 나름대로 계절의 변화가 있고 실제로 겪고 있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보기에 비슷함 속의 차이이니 그들이 변화에 더 예민할 수도 있다. 작은 차이도 크게 느끼고 대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름의 차이를 또 한 번 인정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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