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봄이 더 좋아졌다.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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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이제 봄이 더 좋아졌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4. 23. 21:55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전반적으로는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완벽하다고는 못하고 전반적이라고 한 것은 약간의 단점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후에 맞는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계절이 구분되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부지런하면서도 성격이 약간 급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대학 졸업과 함께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 취업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꽤 긴 출퇴근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거리에 직장과 집이 위치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부서의 부서장이신 이사님과 근거리 이웃에 살고 있었다. 이사님과 나는 평소에는 각자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했었는데 가끔 사정에 의하여 카풀(Car pool)을 이용하기도 했었다. 어느 날인가 가을이 오는 시기에 내가 운전을 하며 이사님을 모시고 출근하고 있었다. 이사님께서 창 밖을 바라보시다가 문득 나에게 4계절 중에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고 물으셨다.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가을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유는 세상이 깨끗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높고 푸른 하늘과 풍성한 흰구름이 보일 때, 알록달록 단풍 진 풍경도 아름답다고 했다. 봄의 황사나 너무 건조함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좋다고 했다. 이사님은 '그렇구나' 하시면서도 자신은 그래도 봄이 더 좋다고 하셨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어쨌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길목은 이제 다시 추위가 시작되는 시기로 돌아가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연말로 향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단풍은 예쁘지만 곧 낙엽이 되어 떨어질 것이고 해 길이는 짧아질 것이고 무엇보다도 연말이 되면 또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듣고 있던 나는 별생각 없이 '아, 그래요?!'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이사님이 소위 말하는 가을 타시나 보네' 하고 생각한 후, 별 일 아닌, 그야말로 관심 밖의 일로 넘겼다.

     

    젊음 속에서 바쁘게 지냈던 세월이 그야말로 훌훌 지나갔다. 드디어 내가 그때의 나의 이사님 연배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렇다. 더 이상 가을이 반갑지 않았다. 한 살씩 나이가 들면서 추위가 더욱 싫어졌다. 물론 더위도 힘들지만 추위보다는 그래도 더위가 견딜만했다. 해의 길이가 점차 짧아지면서 금방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비 오는 날보다 비 온후 반짝 개인 맑은 날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 태양의 빛이 하루 중에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 싫었다. 어두운 밤이 길고 밝은 낮이 짧아지는 것이 싫었다. 공기 탁한 날을 제외하면 가을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고 흰구름과 단풍 색깔도 예뻤다. 하지만 그 반짝이는 순간의 시기가 지나가면 낙엽이 떨어지고 곧 추위가 찾아올 것이고 한 해를 마감해야 하고 또다시 한 살을 먹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 버리는 것을 야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세월의 흐름을 인정해야 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은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작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을 무렵, 예전 회사 지인들과의 만남을 정말 오랜만에 가질 수 있었다. 그 당시 이사님도 참석하셔서 실로 오랜만에 재회하게 되었다. 간단히 술자리를 하면서 내가 기억하고 품고 있었던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정말 공감할 수 없었던 그날의 계절 이야기, 이제는 내가 통감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 웃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모두가 고통받으면서 4계절을 연이어 2번 넘겼다. 그리고 이제 2022년의 봄이 찾아왔다. 팬데믹이 아니었어도 이미 몇 년 전부터 나는 추운 계절 동안에는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하늘색을 제일 좋아했다. 여전히 하늘색을 좋아하지만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연두색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 연두의 계절이다. 그런데 이 연두의 계절은 생각보다 아주 짧다. 이 시기를 조금만 넘기면 바로 진한 연두에서 초록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연두를 기다리게 되고 더욱 좋아지는 것은 지난 몇 달 간의 겨울을 보내고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 싫은 것은 나무도 메마르고 색도 무채색에 가깝기 때문인데, 봄이 오면서 새싹이 움트고 생명이 활기를 띠면서 뭔가 희망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매일 아침 일어나 창밖을 보면 조금씩 연두의 면적이 늘어나고 있어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제는 따스한 기온의 계절이 올 것이라는 긍정과 모든 일상도 그에 맞춰 희망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지구의 저 편 다른 쪽에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로 다르게 가고 있다. 하지만 철저히 내 관점에서 지금 이 계절이 있어서 행복하다. 하루 중에 해가 점차 길어지고, 나무는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바뀌어가고 온갖 꽃들이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다. 꽃도 매우 예쁘지만 연두, 연두를 품은 잎들이 내 눈에는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고 '연두'라는 단어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봄을 기다리며, 연두를 사랑하게 되면서.

     

    * Note : 인생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돌고 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놓친 것도 다시 돌아온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고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나간 날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누구도 붙잡거나 되돌릴 수 없다. 그래도 돌고 돈다는 것은 변화 중에도 순환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아닐 것 같은 일은 절대로 일 때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절대로'라는 부사의 사용을 조심하기로 했다. 그것은 세상 이치와 나의 사고의 변화도 경우에 따라 변화하고 순환되기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지도 않았고, 느끼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생각하고 느끼고 인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것은 계절의 변화를 겪고 세월이 흐르면서 나도 함께 변해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나는 이제 봄이 너무 좋다. 내가 좋아했던 계절, 가을보다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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