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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라는 허세?!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6. 8. 15:52
몇 년 전에 이미 반 백 살이 지난 이후로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월 따라 인간이 노화 현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건강을 신경 쓰며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활력 넘치게 생활할 수도 있다. 타고난 체력이 좋을 수도 있고 이후 노력에 의한 체력 단련으로 나이보다 심신 건강을 젊게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이미 몇 년 전부터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주된 증상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훅 하고 더운 열감이 찾아왔다가 없어진다. 예고 없이 그저 갑자기 찾아오고, 자다가도 간혹 더워서 깨어 뒤척거리기도 한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자 노력하지만 간혹 의외의 사소한 일에 짜증이 확 날 때도 있다. 잠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면 사실 별 일도 아닌데 짜증을 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부끄럽거나 반성을 하게 된다. 그 외에 어깨가 아프기도 하고 예전보다 쉽게 피곤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갱년기를 무사히 넘기길 바라고 있다. 단지 이 증상이 언젠가는 반드시 없어지길 바라면서, 과연 언제 정도에 없어질 수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여러 대중 매체를 통하여 갱년기에 관한 정보를 보게 된다. 웃긴 사연 중에 하나는, 집안에서 가장 불쌍하게 분위기 파악하고 눈치 보며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갱년기의 부인과 사춘기 자녀 사이에서 살고 있는 남편/아빠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상황 같았다. 정말 그 남편은 조심해야 하고 한 편으로는 가여웠다. 자녀의 사춘기도 힘든 시기지만 갱년기 또한 만만치 않아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중년 남자 또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힘들다고 하니 가족 구성원 모두 예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갱년기 시기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문득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지금 살고 있는 공동 주택인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집수리를 해야만 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의 지침에 따라 정해진 기간을 공지하고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과정도 제대로 밟았다. 당시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서 공사 시간에 직접 와 볼 수는 없었다. 공사를 진행하는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아래층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퇴근 후에 그 집에 찾아가서 다시 양해를 구하고자 시도했다. 아래층에 살고 있었던 여자는 자기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아들이 공사 허락을 하는 서명을 했다며 화를 냈다. 자신은 지금 갱년기 시기여서 예민하고 밤에 잠도 못 자는 상태라고 했다. 밤 잠을 설쳐서 낮에도 쉬어야 하고 피곤한데 공사 소음으로 괴롭다고 했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서 계속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 기간만 참으시면 앞으로 특별한 소음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후에도 공사하는 업체에게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마음을 조마조마하면서 겨우 공사를 마치고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혼자 살고 있는 나는 직장 생활에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은 거의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서 크게 소음 유발할 일이 없었다. 얼마 뒤, 집들이로 가족들이 찾아와서 놀다간 적이 있었다. 다음 날 아래층 여자가 찾아왔다. 의자 끄는 소리가 나니 조심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한번 자신이 갱년기이니 조심해 달라고 했다. 이후 한 번은 퇴근 후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청소기를 돌린다고 관리실을 통하여 불만이 들어왔다. 그때는 나도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택에 살면서 그 정도도 이해 못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갱년기라고 수없이 말하던 여자 얼굴을 떠올리며 참기로 했다. 그 정도로 예민하면 맨 윗 층에 살거나 다른 형태의 거주지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자라나는 뛰노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거나 다른 생활 소음이 빈번한 가정이 이웃이라면 어떻게 대응했을지 의아할 정도였다. 가끔 동네에서 멀리서 그녀를 발견하게 되면 돌아서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1년쯤 지난 어느 날인가 그 아래층 가족이 이사를 간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도 평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가족이 이사 온 이후,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으니 내가 특별한 소음 유발자는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나는 지금 갱년기를 겪고 있다. 나도 현재 위층 집에 활동적이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이의 생활 소음으로 짜증이 나지만 아직까지는 잘 참고 견디고 있다. 나의 갱년기는 나의 문제이다. 그것 때문에 신나게 아빠와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공동 주택에서 생활하는 모든 가정은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그와는 별도로 경우에 따라 나의 문제로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하거나 부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나의 편의만을 위한 일방적인 이해를 주장할 수는 없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그것도 남에게 심하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적정선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나는 이런 상황이니 네가 무조건 이해해라 하는 식의 반응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 Note : 내가 겪고 있고 다른 사람도 언젠가 겪을 갱년기는 분명 힘들고 짜증 나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사람 따라 무난하게 넘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아주 심하게 앓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고 어쨌든 인생의 어느 시기에 찾아오는 증상인 것 같다. 예민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적절한 절제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이 모두 자신 위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미리 알고 이해해 주고 무조건 양보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인내하면서 어울려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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