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찬란한 마음 다스리기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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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 찬란한 마음 다스리기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12. 9. 22:13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예측 불가하다. 나 또한 유약한 인간인지라, 나의 마음인데도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은 순간이 되면 참으로 한심스럽다. 반 백 살이 넘은 이 나이에도 스스로의 마음을 조절하기 힘든 나 자신을 바라보면 그저 유치하지 그지없다.

     

    내 유년기, 청소년기를 지날 때까지를 회상해 보니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뚜렷했던 기억이다. 나 또한 타인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했으니 그것을 고스란히 내가 당했던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 서럽고 원망스러워 고민에 빠졌지만 미움을 받는 나의 단점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몰랐고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도 몰랐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남의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업무 자체의 어려움보다 상황과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 힘들기도 했다. 당황해서 얼굴이 달아오름도 느끼고 말을 더듬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도 역시나 나의 사람에 대한 호불호, 나에 대한 호불호도 이어졌다. 어렸을 때는 좀 더 자라면 스스로를 좀 더 성숙시키고 관계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낱 어리석은 인간에 불과한 나는 역시 그 자리 그대로였다.

     

    본격적인 리더로서의 자리에 올랐을 때도 가장 어려운 부분은 나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인성을 키우고 인간관계를 성숙시키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흘러가는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 오랜 세월 근무하면서 수많은 적과 동지를 만들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물론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생겼던 경험들이었다.

     

    그 후, 잠시 잠깐 들렀던 한국 회사에서는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과의 이해 충돌 속에서 그냥 빠져나와야만 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부르르 떨었고, 세상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상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짧은 시기에 내가 생각한 것은 오로지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아무리 일개의 개인 이기심이 발동한다고 하더라고 불의와 거짓된 삶을 살면 안 된다는 것, 기업에는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그렇게까지 기막힌 상황과 이상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나 자신은 착한 사람, 좋은 리더 흉내(아니 적어도 그 당시는 진심이었다)를 내며 살았던 몇 달이었다. 이전 글로벌 회사에서 배웠던 모든 리더로서의 교육 내용과 자질들을 되새기면서 몸소 실천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작년에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빠져나와 마음과 정신이 회복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 경험한 회사에서 겪은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훌륭한 책과 좋은 글을 찾아서 읽어 나갔다. 혼자 여행을 떠나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사람, 사회적으로 서로 엮일 수밖에 없는,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인간들이 최소한 갖춰야 하는 기본 예의와 도덕심에 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 사회에 왜 규범이 필요하고 기업 윤리가 필요한지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올 한 해, 예측 못했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온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심신이 약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나 또한 예년과는 다른 상황이 무기한으로 길어지면서 머릿속으로는 애써 정상이라고 믿고 싶지만, 지금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헛갈리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생긴 여유 시간에 이것저것 더 많은 글을 읽게 되면서, 각종 소식들을 접하고 정보들을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음속에 도를 닦는 심정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토대로 마음에 선한 기운을 심어 본다. 집 근처의 공원으로 산책 겸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가면 일주일 아니 단 며칠 사이로 달라지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감상하고 그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속삭인다. '아,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라고. 

     

    그러면 그 고요한 기운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어느 날 장을 보러 쇼핑몰에 주차를 하러 들어갔다. 후진해서 주차를 하려는데 바싹 뒤따라 들어오던 차가 냉큼 앞으로 주차를 해 버렸다. 백미러로 보고는 훅 하고 화가 나서 얄미운 상대방 차의 운전자를 향해 생각했다. '그래, 너의 오늘 하루 운은 그게 다 야'.

     

    반 백 살이 넘어서 해결해야 하는 까다로운 사랑니 때문에 종합 병원 치과 진료를 받았다. 대형 병원의 약 처방은 병원 바로 앞, 약국에서 오랜 기다림을 각오해야 한다. 알고 있는 약 처방이 잘못된 것 같아, 한참을 기다린 약국에서 약사가 다시 병원과 확인하는 과정, 다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명 부족으로 다른 방도를 구하느라 또 다른 기다림이 이어지자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병원이란 곳은 어쨌든 신체의 어느 부위가 아프거나 불편해서 가는 곳이니 좀 더 확인하고 신중하게 자세한 지시와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원망의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추운 몸을, 따끈하게 끓인 두부 된장찌개 한 사발로 녹이고 나니 그제야 기분이 좀 풀렸다.

     

    아무리 좋은 글을 읽고 느끼고 마음을 여유롭게 다스리려 해도 쉽게 평온해지지 않거나, 애써 잔잔해졌던 마음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아직도 뒤끝 작렬하고 기분이 상한다. 이 유치 찬란한 마음을 어찌할꼬.

     

    * Note : 종교계와 학문계의 저명한 인사들의 말과 글을 접한다. 우연히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삶도 접한다. 그저 동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누가, 무엇이 더 특별하다기보다, 이따금씩 눈에 들어오고 본받고 싶은 점들이 있다. 물론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느끼고 깨닫는 부분들이다. 하나 같이 성공하고 대단한 것들이 아니고, 그저 소소한 것들로부터 여유로와지고 마음 푸근하게 생각되는 점들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그 즉시 목소리를 높여 따지고 대들고 화를 내는 것이 순간적인 주목은 받겠지만,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불뚝 불뚝 솟구치는 화를 긴 호흡으로 잠시 잠재우고 진정한 승자가 되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다. 작은 실수라도 모르고 넘어갈까 봐 굳이 콕 집어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정작 나 자신은 내로남불 하는 경우가 없는지 뒤돌아 봐야겠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빠르게 사과를 해야겠다. 빠른 인정과 사과가 내 자존감을 낮추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조그마한 배려가 마치 전염병처럼 다른 배려를 낳을 수 있도록 시도해 봐야겠다. 이 모든 길은 나에게는 멀고도 험난하겠지만 계속 시도해 봐야겠다. 

     

    나 스스로 생각되는 들쑥날쑥하고 유치 찬란함의 꼬리표를 언젠가는 떼어낼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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