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 와트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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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 와트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12. 12. 19:47

    2014년 2월의 구정 연휴기간이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왔던 캄보디아(Cambodia)의 그 유명한 유적지인 앙코르 와트(Angkor Wat)에 도착한 것은.

     

    2013년 12월 초부터 나는 당시 몸 담아 일했던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의 해외 업무로 인하여 베트남(Vietnam)의 호찌민(Ho Chi Minh) 지사로 파견되어 약 6개월간 일하게 되었다. 연말연시가 지나고 2014년 2월에 긴 구정 연휴가 있었는데 베트남의 구정 연휴는 일 년 동안의 국가 공식 연휴 중에 가장 길었고, 한국의 연휴보다도 길었다. 한국의 연휴 기간에 맞춰 나는 서울로 돌아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후,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갔으나 베트남 직원들 대부분은 아직 연휴 기간으로부터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구정 연휴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직원이 보통 정해진 공식 연휴보다 개인 휴가를 이어서 더 길게 쉬곤 했다. 나도 며칠간의 덤으로 생긴 여유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베트남의 호찌민에서 앙코르 와트가 있는 캄보디아의 씨엠립(Siem Reap)으로 가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비행기로 약 4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서울에서 제주도 또는 부산보다도 가깝게 느껴졌다. 비자에 필요한 사진만 미리 준비해 간다면 씨엠립의 공항에 도착하여 빠르고도 쉽게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도착하여 비자에 필요한 사진을 즉시 찍어주기도 하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출발하여 미리 예약한 호텔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예약한 호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관광지의 호텔들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급하게 여행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많은 호텔들을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브랜드 호텔 체인 중에 하나를 선정해 놓았었다. 도착한 호텔의 시설은 다른 나라의 같은 브랜드 호텔보다도 더욱 좋은 느낌이었다. 내가 가 본 그 브랜드 호텔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시설도 좋았지만 캄보디아만의 색깔이 있는 색감과 실내 장식들이 마음에 들었다.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 동료가 함께 한 출장 중에, 캄보디아 탐사에 대하여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죽기 전에 꼭 가볼 만 곳이라고 극찬했었다. 나도 호찌민에서 근무하는 동안, 가까이 있는 그곳을 언젠가 꼭 가보리라고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급작스럽게 계획되었고 도착하니 마음이 더 설레었다. 내가 갔던 시기는 그나마 습도가 낮은 건기라고 했는데, 그 이전에 출장으로 갔던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그 기간은 습도가 다소 낮았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고 외국인들이 현지인들 만큼 많아 보이니 길거리의 치안도 안정적으로 보였다. 프롬펜에 비하면 낮에는 더 안정적이고 밤에는 더 화려한, 전반적으로 평온해 보이는 유적지로 이루어진 지방 도시 같았다. 현지 사람들도 친절하고 외국인을 상대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거의 모든 캄보디아 사람들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항상 South Korea 인지 North Korea 인지를 묻곤 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 나라, 캄보디아는 한국만큼이나 북한과의 교류도 많은 듯했다. 

     

    습기가 그나마 적은 시기라고 했지만 역시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한낮에는 매우 더웠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건네주는 웰컴 드링크는 현지 과일의 과즙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시원하고 맛있었다. 호텔 내부 여기저기와 나의 객실까지 나로 하여금 연신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며칠 동안의 나의 풍요로운 휴가 생활은 단순했다.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출발하여 그 유명한 유적지들 중에 몇 곳을 방문하고 구경한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더위를 식히고 식사를 한다. 늦은 오후까지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거나 호텔 구석구석의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책이나 잡지 같은 것을 보다가 잠깐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되면 호텔에서 도보로 약 7~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여행자들의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저녁 식사도 하고 거리의 이것저것을 구경한다. 밤까지 여유 있게 머무르다 마사지를 받은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와 잔다.

     

    도시 자체가 유적지인 씨엠립에서 방문 코스를 정하는 것은 자기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내가 묶었던 호텔에서는 크게 3가지 일정을 소개해 주었다. 물론 단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일정이었다. 사전에 예약해 놓은 것도 없었고 그룹 투어가 아닌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워낙 그룹 투어가 많고 관광지에서의 절차와 방식들을 나 혼자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노동스러운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날씨도 더운데 아무것도 모른 체 덤빌 만큼 젊지도 않았다. 호텔에서 권해주는 일정 중에서 우선순위로 내가 선택했다.

     

    흔히들 앙코르 와트 하면 떠올리는 사진 속의 관광 유적지들을 몇 군데 찾아서 3가지 일정 중에 2가지를 먼저 골랐다. 첫 번째 날의 일정은 캄보디아에서 여행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 친구가 연결되었다. 여행계에서 학생 시절부터 오랜 경력이 있어서 교통 상황과 관광지에서의 절차와 일정을 훤히 꿰고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신경을 쓰거나 걱정할 것이 없었고 특별한 보호를 받는 느낌이었다. 대표적인 앙코르 와트 유적지를 둘러보는 동안 그 젊은 캄보디아인은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재미나게 하려고 노력했고 좋은 사진 스폿을 잘 알고 있어서 나는 좋은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다. 나중에 나의 사진들을 보면서 누군가가 남자 친구나 연인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오해를 살 만큼 내 모습을 잘 담아냈다. 그는 나를 안내해준 날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모은 돈으로 중남미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할 것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헤어졌다.

     

    이튿날은 좀 나이가 든 캄보디아인이 배정되었다. 그는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본인의 영어 실력을 더 향상해서 실내에서 근무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영어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많이 웃고 밝은 사람이었다. 그 일정에는 예전에 흥행했던 앤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주연한 영화 "툼 레이더(Tomb Raider)"를 촬영했던 곳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좋은 곳이 많지만, 캄보디아 속의 자연은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자연 그대로의 나무들이 어떻게 그렇게 연결되어 신비스러움을 발휘하게 되는지 이 세상 속의 현실적인 광경이라기보다 정말 영화에서나 나오는 기이한 장면들 그 자체였다. 살면서 왜 꼭 와봐야 하는 곳 중 하나인지 이해가 되었다. 

     

    습도가 좀 낮은 시기라고는 했지만 캄보디아의 더위속에서 장시간 구경을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한낮에는 함부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대낮이 되면 유적지들은 오히려 한산했다. 이른 아침 출발하여 일출 속의 풍경부터 오전 중으로 일정을 마치고 일단 후퇴한 후, 늦은 오후부터 해 질 녘까지 유적지에서의 일몰을 감상한다고 했다.

     

    오전까지 탐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더위에 혹사된 몸을 샤워로 식히고 침대에 몸을 눕히게 된다. 탐사라고 할 만큼 앙코르 와트는 단순한 관광지 구경이 아니다. 아주 편한 신발을 신고, 시원한 옷차림이지만 햇빛에 너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모자와 선글라스도 필수이다. 꼭 필요한 간단한 소지품과 물을 챙겨서 양 손이 편하도록 백 팩이나 어깨를 가로지르는 백을 메는 것이 좋다. 여기저기를 많이 걷고 오르고 양손을 집어 기어가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코 녹녹한 코스가 아니다. 죽기 전에 가 볼만한 씨엠립은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가야 함을 알게 되었다.

     

    충분한 휴식을 하고 음식으로 보충을 한 후, 다시 꾸물꾸물 일어나 오후를 맞이한다. 나는 호텔의 좋은 시설을 만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바로 옆 자쿠지에서 물 마사지를 받기고 하고 선베드에 누워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가볍게 책을 보는 것도 좋았다. 단 한 가지 흠이라면 모기가 너무 많았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바로 물렸다.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바르는 모기약과 스프레이 기피제도 가지고 갔으나 캄보디아 모기들은 세고 강했다. 더구나 현지에서의 나 같은 외국인 피는 더욱 공격 대상이 되는 것 같았다. 아주 좋은 호텔 시설에서 즐기다 좋은 평들을 한 후, 한 가지 모기 퇴치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과 노력을 부탁했을 정도였다.

     

    저녁에는 자연스럽게 "여행자들의 거리"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면 시간이 깊어 갈수록 외국인들이 하루의 더위와 피로를 풀기 위해 모여들었다. 어느 나라나 긴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듯이 캄보디아 또한 그러한 듯했다. 역사 속에는 음식이 포함되고 그 음식의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앤젤리나 졸리가 활영 중에 즐겨 다니고 먹었다는 레스토랑에서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이름 그대로의 현지 맥주를 주문하여 음식과 함께 먹기도 하고, 다른 날은 다른 현지 음식들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밤이 깊어가고 사람들이 더 모여들면 거리 음식이 늘어선 장소가 북적거렸다. 나는 그곳에서 갖가지 곤충으로 튀기고 볶은 간식들이 그렇게도 다양한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입 속에 넣으면 왠지 다시 살아서 입 속을 공격할 것 같이 크고 무서운 것도 보였다. 호객 행위를 하는 여러 클럽들, 각종 놀거리 입을 거리가 전시되기도 했다. 배 불리 먹고 구경을 하다가 발 마사지를 빼먹을 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노곤해지는 몸을 이끌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 입에 물고 관광지에서의 나의 집, 호텔로 돌아갔다.

     

    며칠을 그렇게 씨엠립에서의 휴가를 만끽했다. 베트남에서의 업무를 약 2달 정도 했던 시점이었는데,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타지에서 근무를 하는 정신적인 긴장감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았다. 여유로운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쉬고 나니 그제야 재충전이 되는 것 같았다. 비록 유적지 탐사로 몸은 고되기도 했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그때가 아니었다면 쉽게 가보지 못했을 나만의 여행이었다. 

     

    * Note : 새로운 나라, 새로운 장소에서의 경험은 신선한 자극이자 정신적인 해방감을 준다. 치안이 안정적인 곳은 그룹 여행보다는 혼자나 극소수의 동행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비행기 표와 숙박할 곳을 안전하게 정해 놓고 철저히 개인적으로 조절하는 자유로움이 좋다. 그래야 기상 시간, 먹고 싶은 현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등, 정해진 것 없이 그냥 끌리는 데로 즐길 수가 있다. 

     

    뜻하지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2020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절친들은 저마다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되면 빚을 내어서라고 여행을 많이 하자고 했다. 나의 절친들과는 여행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여행 코드도 잘 맞았다. 사실 나는 절친들과의 여행에서는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이 좋아서 간다. 여행 코스나 장소 선택에 대하여 나의 주장을 거의 하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그냥 따른다.

     

    혼자만의 여행은 또 다른 감성이 있다. 사실 직장 생활을 통해 혼자 출장을 가게 되고 혼자 해외 근무를 하게 되는 기회를 통해 혼자만의 여행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정취와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완전하고 자유로운 해방이었다.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독신주의자, 비혼 주의자는 아니었는데 이렇게 혼자 사는 것을 즐기고 있다. 모두 살다 보니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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