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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에 살면서 주말 보내기 - 2편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2. 6. 17:47
내가 다녔던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의 6개월간의 해외 파견 근무로 인하여 2013년 12월 초부터 2014년 6월 초까지 베트남(Vietnam)의 호찌민(Ho Chi Minh)에서 혼자 살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의 바쁜 직장 생활을 마친 후, 토요일 오전까지 늦잠을 즐기며 침대 안에서 잠에서 아직 덜 깨거나 뒹굴다 보면 누군가 초인종 대신 나지막이 문을 두들겼다. 내가 사는 외국인들을 위한 거주지 건물은 청소 서비스와 더불어 침구류와 수건 등을 교체해 주었다. 일주일에 3번, 호텔처럼 내가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에 청소를 해주었고, 정기적으로 침대보와 이불을 교체해 주었다. 그리고 매일 수건을 새 것으로 교체해 주었는데 주말인 토요일 오전에는 일요일 것까지 넉넉히 넣어 주었다. 토요일에는 출근을 안 하는 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볍게 문을 두드려 내게 직접 주고 가거나 잠에 취해서 못 일어나면 문 밖에 깔끔하게 놓고 갔다. 나는 되도록이면 일어나서 수건을 직접 받으면서 수고 많고 고맙다는 미소 섞인 인사를 하고 소정의 팁을 건네곤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내 마음의 표시였다.
느지막이 샤워를 하고 브런치 카페에서 첫 식사를 한 후, 끌리는 곳을 가고 즐기면서 주말 시간을 보냈다.
도착한 후, 1~2개월 동안은 책자에 나와있는 호찌민 시내의 유명한 곳을 주로 찾아다녔다. 1구역 내에서 호찌민 동상이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주위 거리를 차례로 돌아다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인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방향으로는 성당과 그 옆의 우체국 건물, 마준 편 방향으로는 통일궁을 구경했다. 그 거리 가운데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는데 주말에는 항상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함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면서 놀았다.
호찌민 광장 중심으로는 대형 백화점과 고급 호텔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 한쪽 거리로 빠져나가듯 걸어가면 각종 예술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거리가 나왔다. 베트남의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하고, 베트남 고유의 예술품이나 외국인들이 쇼핑할 수 있는 기념품 같은 것들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었다.
광장의 큰 대로를 걷다 보면 해가 지는 저녁에 조명 불빛과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로 시선을 사로잡는 Sax N Art Jazz Club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베트남의 여느 가게처럼 입구가 크지는 않지만 연주 공연을 하는 재즈 카페였다. 책자에 소개된 것을 관심 있게 보았고 드디어 어느 주말에 가보았다. 이른 저녁에는 그저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류를 포함한 음료를 판매했다. 9시 이후에 1시간 반 정도의 공연을 간격을 두고 2번에 걸쳐서 했다. 혼자 들어가니 오히려 빈자리를 찾아 쉽게 안내해 주었다. 실내가 클럽 치고는 아주 넓지는 않아서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기도 하지만 공연을 즐기느라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처음에 들어가서 입장료의 개념으로 한국돈으로 6 천 원 정도로 기억되는 돈을 내고, 그다음은 자리를 잡고 원하는 주류 음료를 시키면 됐다. 나는 그곳의 연주와 분위기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그 클럽의 주인은 미국 유학을 하면서, 내 기억으로는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베트남 예술가였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중년의 남자는 색소폰을 연주했고, 그 외 여러 음악인들이 함께 공연했다. 나는 이후 몇 번을 더 방문하여 공연을 즐겼는데 갈 때마다 해외 각지의 연주가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재즈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그 주인의 아직은 어린 딸까지 함께 연주를 하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슬슬 가서 맥주와 칵테일을 여러 잔 마시며 공연 두 타임을 모두 보고 온 적도 있었다. 외국인들이 잘 알고 찾아왔고 베트남 현지 사람들보다도 외국인이 월등히 많았다.
그 거리에서 그냥 주욱 걸어가면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벤탄 시장이 나온다. 에어컨 시설이 없어서 덥기는 하지만 밤낮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쇼핑과 거리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 그 가까운 곳에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 브랜드 레스토랑이 있는데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였을 때 식사를 한 곳이라서 더 유명해졌고 실내에는 실제로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있었다. 평일의 어느 날, 베트남 지사의 책임자이자 나의 멘토인 G와 그곳에서 베트남 쌀국수로 식사를 한 후, 그 아래층에 있는 베트남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베트남 지사를 위한 논의를 나름 심도 있게 계획했던 기억이 있다. 주말에는 사람이 더욱 많아서 차마 갈 생각도 못했다.
방향을 좀 달리하여 한참 가면 흰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루는 프랑스령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인 미술관이 나온다. 오래된 건물과 다시 확장하여 지은 건물 2동이 나오는데 오래된 원래 건물에는 베트남 역사와 사회 문화가 깃든 예술 작품이, 그리고 새로 지은 옆 건물에는 주로 그 당시 기획하는 예술 작품들을 기간별로 소개하였다. 건축물 자체와 색감이 예뻐서 사진을 별로 많이 안 찍는 나 조차도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우리나라도 서울의 전망을 볼 수 있는 남산이나 63 빌딩 그리고 롯데월드 건물이 있듯이 호찌민에도 시내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건물이 있었다. 호찌민 시내에서 꽤 높은 건물로 건물 위부분이 쟁반 같이 둥글게 디자인된 건물이고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면 예상 가능하게 시내를 동서남북 360도 모든 방향으로 둘러볼 수 있다. 한 번쯤은 볼만 할 것 같아서 주말 오후에 올라가서 구경했다. 그 건물 안에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인 직장인들이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의료 기관이 있었고 나도 그곳에서 검진을 받았다. 쇼핑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가격은 좀 비싼 품목과 브랜드가 모여 있었다. 레스토랑들도 있는데, 그곳의 한국 식당은 나름 고급으로 고기 메뉴가 좋았다.
그 외에도 베트남의 아픈 역사 중의 하나를 여실히 보여 주는 전쟁 박물관도 가 보았는데 예상대로 너무나 끔찍한 사진 영상들이 많아서 한 번 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예상외로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구경하는 것에 약간 놀랐다. 그 옛날의 베트콩이라고 불리는 공산 세력이 미국과의 긴 전쟁에서 사용하였던 땅굴 같은 것을 실제 그대로의 상태로 보존해 놓고 관광 상품화하는 지역까지 외국 관광객들은 가서 보고 실제 체험하기도 한다고 했다. 나에게 누군가 권했다면 나는 단박에 No, thanks.라고 거절했을 것이었다.
다른 글에서 호찌민에 얼마나 많은 다양한 레스토랑이 즐비한지 이야기하였는데, 서울에도 한강을 둘러싼 음식점들이 많듯이 강이 유유히 흐르는 호찌민도 유사했다. 예전에 2번째로 베트남 출장을 갔을 때, 일행과 함께 주말 하루 동안 배를 타고 40분가량 가서 신선한 해산물을 엄청 많이 즐기고 온 적이 있었다. 나 혼자 호찌민에 살 때는 책에 소개된 유람선 같은 선상 레스토랑에도 가 볼까 생각도 했으나 우리나라처럼 데이트 코스로 연인들만 있을 것 같아서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밤에 혼자 유람선을 타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데 괜히 모기한테만 엄청 물릴 것 같기도 했다.
대신 더 좋은, 바로 강가 옆의 운치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을 기회가 생겼었다. 그곳은 주로 외국인들이 가족 단위로 거주하고, G도 살고 있는 구역 근처였는데 G가 미국 본사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예약을 했었다. 우리 일행 모두 긴 하루를 보내고 그곳에서 저녁의 강바람을 맞으며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겼었다.
평일에는 일과를 마치고 멀리까지 가기는 배 속이 너무 허기가 져서 주로 도심에서 식사를 했으나 주말이 되면 각종 책자에서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는 즐거움도 있었다. 유명한 곳이어서 예약을 하기도 했지만 혼자 가면 뜻밖에 자리가 쉽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심 외곽에 내가 아주 좋아했던 베트남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분위기로 치면 우리나라 삼청동이나 인사동 골목의 집을 개조하여 만든 것 같은 장소였다. 모든 메뉴가 맛있었는데 막상 계산을 하면 맛과 음식의 질 대비 가성비가 아주 좋게 느껴졌다. 이후, 언젠가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하는 분 일행과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초대되었다. 가끔 택시 기사들도 그곳을 알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내가 잘 찾아가서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자 약간 당황하면서 내가 모를 것 같아서 초대했다며 처음이 아니라서 오히려 실망하는 눈치였다. 좋은 곳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다고 엄지 척으로 보답해 주었다.
* Note : 만약에 호찌민 도시 자체가 사회주의 국가라서 심하게 보수적이거나 제약 사항이 많거나 안전하지 않았다거나 즐기거나 먹거리가 지루하고 심심했다면 혼자서 살게 된 그 시절, 나는 많이 외롭고 쓸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리에는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외국인들이 베트남 현지인들과 조화롭게 즐비하고,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음식을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고 천천히 도심을 구경하며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었으니 그 자체의 생활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외롭다거나 쓸쓸함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느라 바빴고, 주말에는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면서 재충전하느라 바빴다.
나와 같은 이유로 다른 외국인들도 호찌민을 느끼고 즐겼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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