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 살면서 주말 보내기 - 1편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베트남 호찌민에 살면서 주말 보내기 - 1편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2. 3. 22:39

    내가 다녔던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의 해외 파견 업무로 인하여 2013년 12월 초부터 2014년 6월 초까지 6개월간 베트남(Vietnam)의 경제 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에서 살게 되었다.

     

    호찌민 지사의 도움으로 거주지는 도보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사 사무실이 있는 같은 거리의 건물에 입주하여 살게 되었다. 그 지역은 호찌민에서도 도심 중심부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호찌민은 우리나라의 '구'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이 숫자로 구분되었고 내가 살았던 지역은 1구역(District 1)에 해당하였다. 처음에는 주로 그 중심 도심 지역을 시간이 날 때마다 구경하고 다녔다. 도시 자체가 비교적 안전하여 아주 늦은 시각이 아니라면 혼자 슬슬 걸어 다녔다. 물론 너무 더운 날은 금세 땀이 나서 걷다가 더우면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혔다.

     

    서울을 떠나기 전에 거래처의 친한 직원이 베트남 관광 책자를 주었었는데 정말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처음 도착하여 장기 거주지 입주 전에 잠시 1주일 동안 묶었던 호텔에서도 작은 호찌민 관광 책자를 주었는데 그것 또한 도움이 되었다.

    이 2가지 책자에서 공통적으로 소개된 장소를 구경하고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거의 실패하지 않고 매우 좋았다. 원래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남산 타워를 꼭 가보지 않고도 살지만 관광객들은 가봐야 할 장소 중에 하나이듯이 나도 호찌민에 사는 동안 아마 그랬을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일하고 살았던 1구역 탐험이 거의 끝났다. 

     

    어느 정도 회사 업무에 적응하면서 주말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호찌민 지사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서울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방문객이 많았다. 사무실 안에서의 근무 시간보다 외부에서의 시간이 늘어났다. 그 당시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였던 시절이었고 베트남에 대한 경제 무역 관련으로 추진되는 정책들로 인해서 앞으로 기대가 되는 나라 중에 하나였다. 미국 본사에서도 관련 업무들이 발 빠르게 추진되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미국 본사에서도 직원들 출장이 이어졌고, 그 밖의 아시아 나라 지사들로부터도 직원들 방문이 잦았다. 거의 매주, 방문한 직원들과 관련된 업무와 베트남 거래처 기업들을 방문하여 현장 답사를 하고 회의가 이어졌다. 바쁜 일정들이 줄지어 있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평일에는 거의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일을 한 후, 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듯 맛난 저녁을 먹고 들어오거나 그 마저도 귀찮으면 집으로 와서 간단히 챙겨 먹고 오히려 건강을 위해 집 아래 짐(Gym)에서 운동을 한 후 쓰러져 잤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 되기 만을 기다리며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 계획을 하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에 방문객 일정이 없고 평온한 주말 시간이 예상될 때는 재빠르게 호찌민을 벗어날 여행 계획을 세웠다. 금요일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이 있고 다음 주 월요일 아침부터 방문객이 있을 경우는 주말 내내 호찌민 지역에 그냥 남아 있기로 했다. 

     

    주말을 호찌민에서 보내기로 할 경우는 주로 금요일 늦게까지 잠을 안 자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맛 집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시원한 맥주나 와인을 마셨다. 그 시기에 이미 나는 호찌민에서 혼밥과 혼술을 즐기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우리나라를 떠나보면 거의 모든 해외 나라들은 지극히 가족 중심 문화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존중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그 혼자만의 시간들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즐겼다.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와서도 괜히 금요일 밤은 자는 것이 아까와서 일주일의 피곤이 쌓여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TV 시청을 늦게까지 하고 잠이 들었다.

     

    토요일 늦은 오전까지 늦잠을 자면 어느새 대낮의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주변이 환해짐을 느꼈다. 침대 위에서 뒹굴며 TV 채널을 유일한 한국 채널 KBS에 맞추어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어서 배고픔을 인식하고 샤워를 하고 드디어 건물 밖을 나갔다. 목적지 위치와 날씨를 확인하면서 최대한 땀이 나지 않게 천천히 걸어갈 것인가, 그냥 택시를 탈 것인가를 결정했다. 주말의 늦은 브런치를 먹기 위한 장소는 거의 2군데 중 하나였다. 하나는 노트르담 성당 쪽, 나머지 하나는 번화한 쇼핑센터가 있는 방향의 골목 거리였다. 어디를 가도 만족스러운 브런치 식사와 함께 시원한 음료를 천천히 그야말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오히려 평일의 저녁 식사를 위해서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레스토랑과 메뉴 중에 그 순간에 당기는 곳을 갔다. 주말의 브런치 메뉴는 거의 정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도 질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나만의 장소에서 맛과 여유를 충족시켰던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브런치를 먹고 난 후, 느긋하게 호찌민 책자를 뒤적이며 이번엔 어느 장소를 구경할까 고민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종교의 자유를 그야말로 자유롭게 인정했다. 종교색을 쉽게 느낀 것은 우선은 불교와 가톨릭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도시 시내로 들어가다 보면 불교 사원 같은 건축물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불교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로, 시내에 바로 생활 밀접한 건물과 함께 아주 가까이 있었다. 실제로 우리 지사 사무실에도 불교를 믿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거의 매일 퇴근 후 간다고 했다. 그들에게 절에 가는 것은 그냥 일상생활의 루틴(Routine)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하여 성당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들은 주로 주말에 모여 성스러운 미사를 함께 드렸다. 사무실 직원들도 무교이거나 불교 아니면 가톨릭교였고 그들은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였다. 종교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일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 분위기로 보였다.

     

    베트남 책자를 보다 보면 여느 다른 나라처럼 종교적 의미 있는 장소들도 소개되어 있다. 호찌민 시내 한 복판에 이정표처럼 자리매김한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지역은 거의 주말마다 가게 되었다. 다른 성당들도 가보고 싶어 졌다. 책자를 보면서 택시를 타고 다른 성당들을 찾아 나섰다. 주말에 가게 되니 자연스럽게 미사 드리는 신도들로 붐볐으나 오히려 그들의 믿음과 의식까지 관찰하게 되었다. 프랑스와 유럽의 영향을 받은 건축기법과 디자인들로 베트남의 성당들은 꽤 화려하거나 또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냈다. 성당 내부도 그렇고 밖의 마리아상과 함께 신도들을 위한 정원이나 자유롭게 기도를 할 수 있는 장소들 모두 정성스럽고 의미 있게 꾸며져 있었다. 무교인 나도 성당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끼곤 했다.

     

    다른 주말에는 불교 관련 사원들을 차례로 둘러보기로 했다. 규모가 있는 불교 사찰들은 오히려 도심 거리나 주택가 옆에 바로 자리를 잡고 있고 언제나 개방되어 신자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며 절을 하고 기도를 했다. 

    그 외에도 호찌민 소개 책자에 의하면 정통 불교라기보다는 베트남에 흘러 들어와 재해석되어 토착화되거나 다른 약간의 샤머니즘과 결합되어 다져진 사원들이 있었는데 규모는 작았다. 몇 개의 사원들이 비슷한 지역에 모여 있었는데 1구역을 벗어난 지역이라서 택시를 탔다. 10군데가 넘는 사원 중에 그래도 관심이 가는 6군데를 가기로 한 날은 대낮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더운 날씨였다. 가벼운 옷차림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물 한 통을 구비한 후, 6군데 사원을 차례로 돌았다. 그들은 가까운 곳은 5분 정도 거리에 있었지만 떨어진 곳은 10~15분 정도 걸어야 했다. 1군데 방문 후 이미 땀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6군데로 목표를 잡았고 꼭 다 가보리라는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했다. 사원의 모습은 비슷한 형태였으나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다. 책자에서 소개한 내용을 읽으면서 방문해보면 왠지 읽은 내용의 분위기가 뭔지 이해가 가기도 하고 영 모를 때도 있었다. 

     

    일단은 주로 목재 기둥으로 되어있고, 작은 쪽 문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향이 피워져 있고, 각기 사연이 있는 듯한 벽화나 장식이 되어 있고 정 중앙에 기도의 대상이 있다. 왠지 중국풍이 느껴지는 곳도 있고, 그야말로 샤머니즘적 요소가 풍기기도 했다. 어느 곳은 엄숙한 분위기기 느껴지기도 하고, 또는 조금은 장난기 있는 풍자적인 요소, 슬픈 사연이 있는 분위기 등 다양함이 느껴졌다.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그냥 외부 방문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6군데를 도는 동안 준비한 물 병을 다 비우고 중간에 어느 사원에서 시원한 물을 한 병 더 구입하여 마셔야 했다. 중간에 나 같이 맹목적인 투어를 하는 듯한 유럽 남자를 봤는데 나와 같은 책자를 참고하였는지 이후 찾는 사원에서 계속 마주쳤다. 그도 나도 더운 열기에 얼굴은 벌겋게 변하고 연신 물을 들이켰다.

     

    그렇게 사원 탐사를 마친 후, 월요일에 출근하여 회사 내의 다른 리더인 P를 만나서 자랑하듯이 주말의 나의 행적을 이야기했다. 싱가포르 국적인 P는 거기서 가까운 지역에 자신이 거주한다고 했다. 연락했으면 나를 집으로 초대하여 와이프와 함께 요리를 해주었을 것이라고 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주변 지역에 중국계열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했다. 사원 중에 중국 색채를 느낀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이슬람 사원과 힌두 사원도 있어서 방문해 보았는데 우리나라 이태원에 있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신비감을 풍겼다. 여러 가지 종교 사원을 탐방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후, 호찌민을 벗어난 베트남의 다른 지역 여행을 통해 베트남 안에 그들만의 또 다른 신기한 종교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 Note : 어느 도시에서든 여유로운 주말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낯섦 가운데에서도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때, 호기심과 모험심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주말에는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른 나라 사회 안에서의 종교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고 그들만의 종교적 건축물을 구경하는 맛도 있었다.

     

    패키지(Package) 여행의 계획된 숨 가쁜 일정이 아니고, 일정 기간 동안 살면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는 묘미에 또 다른 자유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