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평가, 감사는 암행어사 출두처럼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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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평가, 감사는 암행어사 출두처럼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1. 13. 22:00

    25여 년 동안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 몸 담아 일했었다. 워낙 규모가 큰 기업으로 기업 조직의 부서와 역할도 다양했다. 각 부서마다 주어진 역할이 구분되고 회사의 최고 책임자와 임원진은 각 역할이 중복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 썼고 동시에 부서 간의 상호 협업 관계도 중요시했다.

     

    그중에서도 검사(Inspect), 자체 평가와 감사(Assessment and Audit)를 하는 부서를 따로 두었는데 그 영역은 확실히 구분되었고 그 누구의 입김도 닿지 않도록 관리되었다. 감사의 대상도 우리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로 연결된 모든 관련 업체도 포함되었는데 여기서는 한 부분을 예를 들어 보겠다.

     

    선진국이며 인권을 중요시하는 미국 내의 대기업으로서, 우리 회사와 거래하고 관련된 모든 나라의 업체는 생산 활동을 함에 있어서 기본 인권과 노동법에 의거하여 모든 것들이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노동 집약적인 나라의 모든 공장에서 적법한 나이의 노동자가 적법한 노동 시간 동안 적합한 노동 환경에서 기본적인 인권 보장하에 적법한 임금을 받으며 생산 활동을 해야 했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강하게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 나이에 부적절하게 고용되어 무리한 시간 동안 노동을 하고도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착취당하는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직도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시간에 공장 건물이 낡아 그대로 무너지거나 화재 발생에 취약하여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여 인명 사고가 나기도 했다. 욕설은 물론 신체적인 착취 행위에 못 이겨 고통과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경우가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는 실제로 해외 뉴스 등을 통하여 낙후된 나라의 노동 환경들을 봐왔다. 바로 그런 환경이 개선되길 바랬고, 회사는 개선이 없는 곳과의 거래는 원치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고 회사의 이윤에 도움이 되어라도 윤리적인 부분이 먼저였다. 

     

    생산을 해야 하는 거래처 기업들은 차츰 임금이 저렴하고 노동 집약적인 나라로 시설을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노동법과 우리 회사 기준의 기본법을 검토하여 인권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환경과 상태에서 생산 활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회사의 목표와는 달리 거래 업체의 욕망은 다를 수도 있었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이윤을 챙기려는 업체는 우리 회사의 강력하고 확고한 기준에 초기에는 당황했다. 처음에는 말로만 지키겠다고 하면서 기준을 가볍게 넘기고 이중장부를 쓰듯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아주 강한 기준을 공표했다.

     

    먼저 모든 조항과 기준을 정확히 명시했고, 각 항목에 따라 점수를 달리했다. 수많은 항목을 검사하고 점수화하였다. 일정 기준이 되어야 합격(Pass)이고, 아니면 불합격(Fail), 그 사이에 항목에 따라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수정하여 다시 검사의 기회를 주는 부분(Pending) 등으로 구분했다. 신호등 같은 Green(Pass) - Yellow(Pending) - Red(Fail) 등으로 시각화하기도 했다.

     

    야구와 같이 삼진 아웃제의 기준도 있었다. 한 번과 그 후 두 번째까지 감사를 받을 동안 Pass가 되면 생산이 안정적으로 가능하지만, 계속 Fail을 받고 세 번째까지도 Fail이 되면 그때는 퇴출로 일정 기간 동안 그 공장은 사용 불가가 되었다.

    항목에 따라 아주 심각하고 민감한 부분은 첫 번째라도 발각 즉시 퇴출이 되기도 했다. 심각의 정도는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인권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기업 입장에서 어느 한 공장이라도 사용 못하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감사를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사전에 미리 공지되지 않는 상태, 즉 Unannounced Audit으로 불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제 누가 올지 모르는 감사였다. 각 나라의 모든 거래처의 공장은 항상 모든 기준에 맞춰 생산 활동을 하고 있어야 했다. 행여 누가 언제 감사를 온다고 예정되어 있다면 그 시기만 준비를 잘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허술하게 형식적으로 진행되길 원치 않았던 것이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옛날에 나라 곳곳의 행정이 잘 돌아가는지 관찰하기 위하여 신분을 숨긴 암행어사가 조용히 급습한 후, 어느 시점에 '암행어사 납시오' 하고 마패를 들이대는 것과 같았다. 당시 모든 나라의 업체들은 기준과 항목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예고되지 않는 감사, Unannounced Audit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감사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나 제대로 지키라는 의미였다. 

     

    연구하고 실행해야 하는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그 어떤 것도 녹록하지 않았다.

    노동 시간, 연령과 임금은 각 나라별로 기준이 달랐다. 물론 해당 국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노동 연령과 시간은 우리 회사 자체에서 권고되는 기준에도 부합되어야 했는데 그 기준이 더 높고 강했다.

     

    노동 환경은 시설 자체부터 또 다른 여러 가지 항목으로 나뉘었다. 예를 들어 공장의 전체 노동자 대비 일정 비율의 화장실 수와 남녀 구분이 되어야 하는 점, 화장실의 환경까지도 자세히 기록되었다. 해외 뉴스로 나오는 금방 무너질지도 모르는 또는 화재에 취약한 건물은 사전에 퇴출 대상이었다. 정기적으로 화재 대피 훈련과 비상구, 비상 시설에 대한 기준과 정기적인 교육도 실행되어야 했다.

     

    각 나라와 사회는 언어, 문화와 환경이 달랐다. 업체가 정말 악덕한 마음을 가졌을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다른 문화와 언어 때문에 시행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일례를 들면 동남아시아 또는 중남미 국가의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자녀들이 많았다. 그 모든 자녀들을 돌볼 사람이 없는 엄마 노동자는 학교에 보내기 전 미취학 상태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 아동들이 엄마 옆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재미로 엄마의 노동 일거리를 거들기도 했다. 감사를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아동을 상대로 하는 노동 착취로 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람들이 쉽게 빨리빨리 하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경우도 있고, 말하면서 강한 어조와 인상을 쓰는 경우도 쉽게 보였는데 문화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언어 소통의 부재로 강압적 요소로 보이기 쉬웠다. 파견된 한국 관리자들의 습관적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노동 시설, 환경과 같이 바로 눈에 보이는 것부터 노동 시간, 임금 같이 기록에 의존되는 부분, 사사건건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부분까지 제대로 지켜야 하는 부분은 넘치고도 많았다. 초기에 다소 막무가내로 호기롭게 시작되었던 부분들이 수많은 항목으로 정리되어 모두 잘 지켜지도록 규칙이 생겼으나 그 모든 것을 개선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과 투자 비용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지키는 업체만이 살아남았다.

     

    초기 시행 단계에서는 그 누구도 제대로 지킬 수 없을 거라고 여기며 서로 눈치만 보고 속도가 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고 우리 회사의 강경함을 인식하면서 하나씩 실천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결국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반드시 해야 하고 지켜야 하는 것 그리고 그 또한 다른 방면으로는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건강한 업체만이 살아남아 좋은 거래 관계의 기업으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요즘 ESG 경영을 추구하는 시대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업 스스로 철저하게 계획하고 지켜나가려면, 즉 지켜나갈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확실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자체 내부적 그리고 외부적으로 예고되지 않는 감사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작 단계부터 확실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 Note : 사회에는 지켜야 하는 수많은 규칙들이 있다. 하지만 규칙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지켜야만 하는 부분들이 규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규칙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감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감사를 통하여 규칙의 존폐 여부가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사는 어느 누구의 이해관계나 영향력 없이 아주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치 옛 선조들의 암행어사 제도처럼 독립된 조직으로서 알맞고 효과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새삼 옛 선조들의 지혜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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