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추억 vs. 나쁜 기억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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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추억 vs. 나쁜 기억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1. 6. 20:57

    5명의 절친 중에 무려 3명이 10월에 생일이 있다. 그동안 대체로 좋은 가을 날씨의 10월이 되면 지난 30년이 넘도록 함께 해온 친구들의 생일 파티도 하고 즐거운 만남의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작년인 2020년부터 올해까지 우리들의 자유로운 만남 역시 통제되고 제한되고 있었다. 

     

    지난 10월, 친구의 생일이 되면 문자 톡을 주고받느라 바빴다. 우리의 마음을 담은 글과 그에 맞는 이모티콘의 물결이 이어졌다. 우리 인생의 무수히 많은 나날들을 함께 웃고 울고 했던 우리들만의 공간이었다. 물론 물리적인 만남을 한껏 바라고 있었지만 아쉬운 대로 마음을 표현했다. 저마다 하는 말은 이제 생일이 되어도 특별한 감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한 살이 또 꽉 차게 먹는 것 같아서 서글프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서로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일날에는 이렇게 태어나서 서로 인연으로 맺어지고, 그런 탄생을 만들어주신 서로의 부모님께도 감사했다.

     

    한 살 한 살 지나면서 더욱 자주 지나간 인생의 시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 또한 서로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우리보다 더 연배가 높으신 어르신들도 많지만 현재 우리의 시간 속에서 상념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과연 나의 지나간 삶은 어떠했던가를 뒤돌아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상당 부분은 후회로 점철되었다. 그만큼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과 인생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뒤돌아 보면 후회의 기억이 더 많았다. 매번 겪는 새로운 경험들이 처음이니 미성숙한 자신에게 만족을 못했던 것이었다.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한 절친 중 한 명도 그런 감정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과거 너절한 자신의 모습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다는 표현까지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외적으로는 개인으로 이룰만한 역량을 뛰어넘는 일도 많이 이뤄왔지만 사적으로도 많은 일들을 겪었던 친구여서 무슨 감정의 상태인지 이해되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또 누구 하나 쉽고 녹녹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인생에는 누구나 일정량의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 

     

    분명 누구나 살면서 기쁘고 슬프고 희망과 부정의 감정이 오고 갔을 텐데 유독 후회의 시간들이 더욱 진한 감정으로 남아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말 좋을 때보다 좋지 않을 때가 물리적으로 많았을까. 구체적으로 측정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스스로의 마음 자체가 부정적으로 기울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순간적인 감정도 여러 번 바뀔 것이었다. 한 순간 신나고 웃고 기쁘고 희망적이다가 바로 다음 순간에 슬프고 아프고 기분 나쁠 수도 있다. 그렇게 단 하루에도 희로애락을 겪은 후, 그날 밤 잠자리 들기 전에 하루를 뒤돌아 본다면 전체적인 하루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좋은 감정이 우세할까 아니면 나쁜 기억이 우세할까.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포근한 잠자리로 들어갈 경우가 나쁜 기억에 몸서리치며 그것을 지워버리려 잠자리로 들어갈 경우보다 많을 수 있을까.

     

    일례로 그토록 바라던 대학 입시에 성공했을 때, 취업에 성공하고 이어 승진하고 인정받을 때, 매우 기뻤는데 그 감정은 실로 얼마나 유지되었던가. 그 외 겪었던 수많은 실수, 실패와 좌절에 얼마나 많이 절망했던가. 그런데 우리의 지난날에 대한 생각은 어느 쪽이 더 자주 실감 나게 기억되었던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과거의 나도 나고, 지금 현재의 나도 나고, 앞으로 미래의 나도 나이다.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더라도 그 과거의 경험들 모두가 모여 현재의 좀 더 단단한 내가 되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쁜 기억만 자꾸 되새기지 말고, 좋은 추억은 활력소로 만들고 긍정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면 또 다른 미래의 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나쁜 기억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또한 나의 일부였으니 인정하고 그 경험으로 조금은 강하고 단단해졌을 것이라는 믿음과 긍정의 힘을 갖자는 의미였다.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는 감정 자체를 발견하고 충분히 느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별 일 없이 평온한 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마음에 드는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모금씩 소중하게 음미할 때,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켤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을 때, 높고 푸른 하늘과 흰 뭉게구름 바라보며 미세먼지 없는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때 등이 내가 요즘 감사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아, 지금 이 순간 참 좋다, 행복하다' 하고 말해 본다. 마스크 안에서라도 나만의 공간 안에서라도 표현을 하는 것이 좋고 그 표현을 통해 만족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서 이다.

     

    기억은 기억일 뿐 그것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생각나면 우울하고 기분 나쁜 나의 과거를 굳이 끄집어낼 필요가 있을까. 그저 그것들로 인한 나의 배움과 깨달음을 기억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새어 나오는 좋은 추억들은 소중히 간직하면서 그런 감정들을 다시 갖고자 하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다.

     

    나 자신도 조절하기 힘든 과거의 좋은 추억과 나쁜 기억 사이에서의 감정에도 줄다리기가 있음을 인정하자. 어쨌든 스스로를 긍정의 방향으로 밀고 끌고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 모든 것도 바로 나이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인생의 내가 또 만들어지는 있는 것이다.

     

    * Note : 사람들은 말한다. 컵의 물이 반 정도 남은 경우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고 했다. 하나는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네 그리고 하나는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구나. 나는 과연 어느 쪽 시각을 가져왔던 사람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마 전자 쪽에 가까왔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 계속 물을 좀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이 반 만 남았다고 과하게 불안해하지는 않았지만 좀 더 채워서 조금의 불안감이라도 없애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 내가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초조와 긴장감 속에서 여유롭지 못했을 것 또한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 반 백 살을 넘기고도 몇 년이 더 흘렀다. 하지만 예전의 젊은 시절로 반드시 돌아가고 싶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젊은이들을 보면 그저 싱그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마냥 부럽지만도 않다. 컵의 물이 반 보다 적게 남아있을 것 같지만 그 상황 자체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보다는 지금의 내가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성숙한 미래의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좋은 추억의 행복함과 나쁜 기억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다. 그게 바로 나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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