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라는 무게, 감동의 눈물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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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대표라는 무게, 감동의 눈물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2. 16. 16:33

    직장 생활이 한창이었던 시절, 겨울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었었다. 그 당시 평일에 진행되었던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Figure Skating) 연기를 회사 직원들과 함께 보았다. 특별한 순간인 만큼 회사 측의 배려로 그 결전의 순간만큼은 직원들이 모여 대형 TV 화면으로 생방송을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모두들 긴장 속에서 말을 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이미 눈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졌었다. 속으로는 온 국민의 소원이 김연아 선수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것을 미안해하고 있었다. 김연아 선수는 그야말로 무사히 완벽하고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쏟아낸 후 북받친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우리에게도 그 감정은 전달되어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꼭 1위, 금메달이어서 더욱 기쁜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선수가 그저 다치지 않고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마음껏 축복해 주고 싶었다.  

     

    그 후로도 국가를 대표하는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온 국민은 한 마음으로 주목하고 응원해왔다. 평소에는 생활에 바빠서 무심코 지내다가 중요한 경기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결집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특성 중에 하나일까 궁금한 적도 있었다. 나 역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그냥 국민성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좀 더 유별난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운동선수들에게 특별히 도움을 준 것도 없고 우리 마음속에 애국심이 그렇게까지 투철했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순간이 되면 무조건 자동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었다.

     

    가깝게는 2021년, 작년 여름에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1년 늦게 열린 도쿄 올림픽이 팬데믹 속에서도 예상외로 인기를 몰고 왔다. 코로나 위기로 지치고 제한된 일상생활이 지루했던 탓일까. 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시합을 열정적으로 보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라 할 것 없이 한 마음이 되는 순간이었다. 예전과 다른 것은 성적 순위와 메달의 색깔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덕분에 모든 구기 종목을 비롯하여 수영과 유도뿐만 아니라, 높이뛰기, 근대 5종, 럭비 같은 종목들도 알게 되었고 그 희망적인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연경 선수가 주장으로 이끈 배구는 마치 국민 전체를 더욱 단합시키는 것 같았다. 2002년 월드컵 때와 비슷한 열기까지 느껴졌다.

     

    그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국가 대표 선수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동안 힘들게 훈련했던 모든 기량을 쏟아내려 애썼고 국민들은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응원으로 답했다. 그 열기가 몇 달 후인 2022년 지금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이어졌다. 또다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 중요한 대통령 선거 운동을 바라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오히려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 나라의 정치판으로 인하여 피로하고 힘든 와중에 올림픽이 시작되었고 나이도 어린 우리 선수들이 의연하고 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예상대로 개최국인 중국의 텃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이것이 과연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것인가 회의를 느낄 만큼 편파 판정에 여러 국가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경기 진행뿐만 아니라, 환경도 열악하고 음식도 문제라고 했다. 일당 독재의 지속과 일인의 장기 집권을 위하여 중국은 이번 올림픽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올림픽 정신은 훼손되는 것 같았다. 그 힘든 와중에도 우리 선수들은 정말 대단했다.

     

    드디어 스피드 스케이팅(Speed Skating) 종목에서 김민석 선수가 동메달로 첫 메달 소식을 알려왔다. 그는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의 성적을 기록했었다. 나 또한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스케이팅 종목을 볼 때면 나의 자세가 선수들에 맞춰 기울어지면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시상대에 함께 선 다른 나라 선수들과 비교하면 김민석 선수는 상대적으로 체격도 왜소해 보이고 얼굴도 동안이었다. 옆에 서있는 세계적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견하고도 감동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에서는 뭔가 아쉬움을 느껴졌다. 바라보는 나는 그가 한없이 자랑스러웠지만 그는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이 남은 것 같았다. 그의 아쉬움을 보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개인적인 기록으로서는 이해하지만 혹시라도 다른 미안한 마음은 없길 바랬다. 우리는 짧은 순간의 응원 외에는 도와준 것이 없었고 그 노력의 보상은 오롯이 그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올림픽 초반부터 편파 판정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쇼트트랙(Short Track Skating)의 황대헌 선수가 당당히 금메달 소식을 전해왔다. 마찬가지로 실시간 중계를 보면서 그가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길 원했고 드디어 감동의 순간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인터뷰는 더욱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가슴의 태극마크를 가리키며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영광을 이야기했고 국민들의 응원에 너무너무 감사한다고 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심금이 울렸다.

     

    마음고생이 유난히 심했던 최민정 선수는 단독 경기와 함께 여자 계주에서도 연이어 은메달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동안 마음이 많이 상했던 최민정 선수의 눈물에 마음이 아팠다. 은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속사정이 안타까웠다. 이어서 역대 여자 계주의 대단했던 성적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인데 그들은 힘을 똘똘 뭉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비로소 밝은 웃음을 보여 주었다.

     

    연이어 그동안 사연도 많았다는 차민규 선수도 은메달의 성과와 함께 뛴 김준호 선수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주며 긍정적 미소를 보였다. 우리나라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역대급 성적을 보여준 차준환 선수는 기쁨과 희망을 보여 주었다. 아직도 경기는 끝나지 않고 남아있다. 무엇보다 성적 자체 보다도 그들이 보여주는 긍정적 희망, 용기와 도전 정신이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스케이팅 외에도 다른 동계 종목의 선수들 또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웠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던 만큼 갈고닦아 왔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길 염원하고 응원하는 길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부디 부상 없이 안전하게 경기를 마감할 수 있길 바란다.

     

    요즘 TV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종목 선수들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해본 종목 외에도 실제 다양한 종목들이 많았다. 그들은 스스로 비인기 종목 운동선수임을 소개했다. 왠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도 생겼다. 모든 종목들이 골고루 성장하는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그리고 기획된 방송 프로그램이 그렇게 되기 위한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주목할 것은 종목의 인기 정도를 떠나 그들은 하나같이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자격과 위상을 거론했다. 과연 그 의미가 새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성과에 이어 보이는 대형 태극기, 애국가와 함께 비치는 그들의 표정은 언제나 진지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평범한 생각과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에 치중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조직을 대표하는 기회가 생기면 크기를 막론하고, 바로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일종의 자부심이 들곤 한다. 하물며 정해진 경쟁을 통하여 선발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는 그 무게와 함께 자부심 또한 커지는 것 같았다. 누가 억지로 가르치는 것도 의식적으로 주입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속으로부터 꿈틀대고 저절로 생기는 공동체를 대표하는 소속감 같은 것인가 보다. 스스로 태극 마크를 가리키며 영광스러움을 느끼는가 보다. 그러니 먼 옛날 일제 침략기에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앞 만 보도 뛰어야 했던 우리 선수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국민으로서 소속된 국가가 있다는 것, 자신을 둘러싼 정상적인 울타리가 있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의연하고 성숙하다. 국가대표의 의미를 되새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성숙하고 진심으로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아낌없이 응원한다. 

     

    * Note : 요즘 성장하는 세대들을 향한 의견은 다양하다. 물론 긍정과 부정의 의미들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과 다름을 구분하고 있다. 진정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을 알고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노력만큼의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은 어른들 세상에서 만들어지고 벌어지고 있다. 그에 따른 결과는 선수들에게 영향을 준다. 세상 사람들은 보고 듣고 판단한다. 진실을 향한 판정을 원한다. 그리고 스포츠의 세계는 결국 다른 인생사를 투영한다.

     

    나라를 향한 애국심은 주입하고 교육되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우러나오는 마음가짐이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것의 의미를 너무나도 잘 깨닫고 충실하게 노력한다. 정치인들도 본받아야 할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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