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표현의 맛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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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의 마음..표현의 맛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9. 28. 13:57

    여름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늦여름 주말에 내 절친 중에 한 명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친구들의 남편들과도 친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친구 딸의 결혼식을 가슴 벅차게 축하하고 즐기는 시간으로 기쁘게 맞이했다.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었고 식순에 의하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신랑 신부 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새로 탄생한 커플(Couple)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하객들을 향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내 친구의 남편인 신부의 아버지 순서가 되었다. 우리는 그가 실수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미의 말을 잘 전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은 대중이 모인 실내에서 모든 하객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두 눈은 똘망똘망 신부의 아버지를 향했고, 두 귀는 그의 축사에 쫑긋 열려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짧지도 않게 기쁨과 축하, 감사의 말들을 전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내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그동안 우리 딸 힘들게 낳고 예쁘게 키워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울컥했다. 앞 선 신랑의 아버지 또한 결혼식이 있기까지 커플의 어머니들이 애 많이 쓰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었다. 그에 이어 다시 한번 친구의 남편이 친구에게 깜짝 감사의 마음 인사를 전한 것이었다. 군더더기 없었지만 사실에 의거한 감성적인 의미 전달이 되었다.

     

    결혼식 며칠 후, 우리 친구들은 결혼식 후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그중에서도 친구 남편의 마지막 말에 아주 후한 점수를 주면서 그 대목에서 내가 울컥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구 말에 의하면 남편이 축사를 위하여 여러 날을 고민한 후 세 가지의 안을 친구에게 보여 주며 의견을 물어왔다고 했다. 친구는 거의 유사한 세 가지 중에 마지막 안을 선택하였는데, 거기에 유일하게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표현이 있었다고 해서 우리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우리는 오랜 세월의 친분으로 친구 남편의 캐릭터(Character)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성향상 그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솔직한 표현이었고 그만큼 한 마디에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물론 딸을 낳고 키우는 것은 친구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었고 부부가 함께 노력한 시간이었겠지만 그 한 마디의 말로 친구가 뭔가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았다. 감사의 마음은 그렇게 표현해야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친구들 남편들에게 나는 은근한 압박성 표현을 했다. 신부 아버지로서의 오늘의 표현을 높이 평가했다. 서로 고등학교 동창인 다른 친구의 남편 또한 자신의 친구이자 신부 아버지의 축사 표현에 뜻밖의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평소와 다른 표현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자신도 향후에 멋지게 축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다소 귀엽게 느껴졌다. 물론 남들 앞에 보이기 위한 감동적인 표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짝꿍을 위한 진심의 마음이 담겨있어야 했다.

     

    결혼식을 무사히 치른 친구 부부는 한동안 허전함이 몰려왔다고 했다. 요즘 종종 멍 때리기 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발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의 결혼식을 통하여 남녀 커플이 지녀야 하는 마음가짐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솔직히 아직도 싱글(Single)로 생활하고 있는 나로서는 뭐라고 함부로 언급할 자신은 없다. 이제 거의 30여 년이 되어가는 친구 부부는 적어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되어 보였다. 사실 정신없이 살아온 결혼 생활이었고 특별히 모범이 될 만하거나 서로에게 각별한 정성을 쏟거나 그동안 애틋한 표현을 자주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어느새 자녀들의 결혼이 다가오고 그들의 새로 시작하는 출발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들의 지난 결혼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남녀 중에서 인연으로 맺어진 커플, 부부로서의 삶을 시작하여 그동안 수많은 사연이 있었을 것이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겪었을 것이었다. 항상 좋은 감정만 있었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미움과 갈등도 겪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애증의 관계가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비단 내 친구 부부뿐만 아니라 어쩌면 대부분의 많은 커플, 부부들도 각기 그들만의 사연이 만들어졌을 것이었다. 그렇게 함께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왔을 것이었다. 어느덧 자녀들이 성장을 하고 결혼 또는 어떤 계기에 의하여 독립을 하게 될 것이었다. 이제 다시 부부 위주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시기가 되고 앞으로 삶의 형태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새로 시작하는 커플을 보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삶을 투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만의 또 다른 깨달음이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을 통하여 어느 운동선수 출신 부부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부부의 바쁜 일상이었는데 유달리 아내가 일상생활에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했다. 익숙한 그 표현은 매번 진심으로 느껴졌고 표현을 전달받은 남편은 아내에게 더욱 잘하는 것 같았다. 표현 자체가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느껴졌다. 오랜 세월 함께 생활을 해온 부부들 사이에서 종종 의리로 살아간다는 말을 한다. 한 때 불같이 열정적 사랑을 하며 만나고 결혼까지 이르렀던 부부는 이제는 서로를 향한 믿음과 의리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웃음으로 넘겼던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중요하고 건강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우나 미우나 내 삶의 동반자이고 별 일이 없는 한 이제 남은 인생도 손잡고 함께 가야 하는 커플인 것이다. 좋은 관계의 유지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 존중하고 그에 맞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별로 상관없는 대중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주고받는 감사의 표현을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짝, 동반자에게 하지 않거나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믿음과 의리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사랑보다 성숙한 단계로 오히려 진보하는 것이다.

     

    비단 부부로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담은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까울수록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소소한 것에도 미안하다는 솔직한 표현은 그 자체로 인정이 되고 너그러움이 만들어진다. 굳이 내가 먼저 말로 표현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가. 굳이 나부터라도 말로 표현해야 그제야 알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표현을 통하여 더욱 애틋해지고 더 많이 소중해질 수도 있다. 항상 함께 하는 존재인데 사라진 후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이미 늦었다. 사라진 후에 표현하지 않는 것을 후회할 대상이라면 이미 소중하다는 의미이다.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으로 미루다가 큰코다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 

     

    * Note : 딸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축사 마지막에 자신의 아내를 향하여 그동안 딸 낳고 예쁘게 키워줘서 고맙다고 고백했다. 새로 시작하는 신랑 신부에게 이보다 더 좋은 모범 답안이 있을까. 그렇게 커플은 마음을 이어받아 오래오래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반대로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은 한창 사랑에 빠져있는 커플로부터 솔직한 사랑 표현을 적극적으로 전수받길 바란다. 지금 그 순간이 가장 절정에 다다른 최고의 표현들을 배울 수 있는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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