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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의 커피숍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 23. 23:35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 단지 언제 어디선가 G7이라는 커피 브랜드가 유명하고 그것이 베트남 커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커피 사랑은 만만치 않다. 미국 본사로부터 출장을 나온 직원들과 같이 서울 거리를 다닐 때면 그들은 거리 곳곳의 커피 전문점을 발견하고 놀라곤 했다. 브랜드도 많고 거리의 한 블록 안에도 크고 작은 커피숍들이 매우 많이 있는 것에 놀랐다.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 커피 여러 잔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커피를 좀 줄여야겠다고 결심했다. 너무 많이 마셔서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리며 두근두근 떨려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텀블러에 한 잔, 그리고 점심 식사 후 나른함이 밀려오는 오후에 한 잔, 하루에 2잔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늦어도 오후 4시 이후에는 삼가기 시작했다.
2013년 12월 초, 베트남 호찌민에 6개월간의 파견 업무를 위해 도착했다. 사무실과 거주지가 있는 거리에도 커피숍이 군데군데 있었다. 일단, 출근을 위해 거주지 건물 입구를 나와서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만 가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커피빈이 있었다. 아침마다 커피빈의 카푸치노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사실 사무실 바로 옆에도 베트남 브랜드 커피숍이 크게 있었다. 1~2층으로 된 제법 규모가 있는 그 베트남 커피숍을 가게 된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직원들과 나왔는데 그 커피숍에서 요즘 이벤트성 런치 세트를 판매한다고 했다. 메뉴는 4~5가지 정도이고 커피를 곁들여 점심 식사를 판매하면서도 가격이 아주 저렴했다. 메뉴도 소고기,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나 생선 중 한 가지 메인 메뉴와 함께 밥과 사이드 야채를 조금 곁들여 주었다. 내 기억에 점심 이벤트성 그 메뉴가 한국돈으로 약 2천 원정도였다. 커피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주로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선호했다. 그 기회를 통해서 그 베트남 커피 브랜드의 커피를 시도했다. 내가 시내를 구경하면서 본 결과, 베트남 현지 커피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가 그 당시 프랜차이즈급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2군데 중에 한 브랜드의 커피가 좀 더 강한 맛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스타벅스는 호찌민 지역에 다 합하여 3군데 매장을 오픈했었다. 스타벅스 커피의 존재감은 호찌민 사람들에게 매우 강하여 스타벅스가 처음으로 호찌민에 상륙하면서부터 1호점, 2호점 그리고 3호점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뉴스의 기사거리가 될 정도였다고 했다. 그중에 하나는 호찌민 동상이 있는 광장 가까이에 있었는데 주말에 천천히 걸어가서 시원하고 넓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음미하곤 했다.
일반 사람들은 아침마다 어디선가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음료 중에서도 대체로 커피를 사들고 출근했다. 우리 직원들도 보면 거의 모두 아이스커피였다. 각자 단골집이 있겠지만 무척 저렴한 것 같았다. 내가 출근길에 가는 커피빈이나 주말에 가는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은 베트남 사람들에겐 매우 비쌌다. 시장 경쟁 가격에 따라 국가별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아주 큰 차이는 아니었으니 베트남 물가에 비하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커피빈에 아침마다 가면 나 외에는 다른 외국인들이 주된 고객이었다.
베트남 현지 브랜드로 눈에 띄는 2가지 외에도 여기저기 작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작은 동네와 길거리 브랜드도 있었고, 여러 음식점에서도 그들만의 커피를 팔았다. 가끔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 작은 동네길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그곳의 커피맛을 음미하고 싶기도 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작지만 아담한 길거리 카페들이 정겨워서 운치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 고유의 맛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택시에서 내려 돌아다니다 보면 너무 더워서 결국은 큰 커피 전문점의 빵빵한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들어가곤 했다.
베트남 커피 맛에도 적응이 필요했다.
처음으로 베트남 출장을 갔었던 때는 2000년대 중반이었다. 어느 업체의 생산시설이 있는 곳을 방문했던 시각은 제일 더운 오후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차로 장거리 이동을 한 후, 몸도 노곤 해진 상태였다. 마침 미국 본사로부터 출장을 온 동료 직원도 같은 상태였다. 방문한 업체에서 대접한다며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주었다. 그것은 그 유명한 G7커피였다. 평소에 내가 즐기는 맛이 아닌, 달달한 커피였다. 하지만 너무 더운데 얼음이 동동 뜬 달달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그야말로 살 것 같았다. 동료 직원과 눈을 마주치고는 둘 다 눈이 동그래져서 계속 들이켰던 기억이 있다. 얼음의 시원함과 강렬한 커피맛 그리고 달달함이 지쳐있던 몸과 정신을 다시 깨어나게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내가 대체로 지역으로는 중남미 지역, 맛과 향으로는 산미가 강한 커피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로 배가 부를 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블랙커피를, 약간 배 속이 공허할 때는 카푸치노를 즐겼다.
베트남의 커피는 주로 맛이 강했다. 농도가 진하고 좀 탁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커피콩을 볶을 때 신 맛을 내는 커피가 구수하고 강한 맛보다 덜 볶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왠지 베트남 커피는 공복에 마시면 나의 위에는 너무 세고 부담을 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베트남 커피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의 경우, 커피는 따스하게 마셔야 비로소 커피를 제대로 마셨고 그 맛을 제대로 즐겼다고 여겨졌다. 물론 나도 아이스커피를 좋아하고 즐긴다. 하지만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는 그 고유의 맛과 향을 느끼기보다는 시원함을 즐겼다. 호찌민은 더워서 얼음이 매우 중요하고 아주 많이 쓰였다. 곳곳에서 얼음을 소비하고 있었고, 그들은 모든 음료에 심지어 맥주를 마실 때도 당연히 얼음을 넣었다. 나는 커피와 맥주를 마실 때, 얼음이 있으면 왠지 빨리 마셔 버리게 되었다. 커피와 맥주 그 고유의 맛과 향이 얼음으로 희석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점차 호찌민의 더위에 나 또한 얼음의 존재를 귀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분명히 느낀 것은 베트남의 호찌민 거리에는 크고 작은 커피숍이 많았고 길거리 노점상에도 항상 커피를 팔았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다른 종류의 티(Tea)보다도 커피를 즐기는 나라임에 틀림없었다.
* Note : 물을 제일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물 이외에 좋아하는 기호품으로는 커피와 맥주이다. 몸이 아프거나 다쳐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커피와 맥주를 잠시 끊어야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태원 지역으로 몇 개월 동안 자주 갈 일이 있었다. 그 지역은 확실히 서울 안의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분위기가 다른 상점이나 레스토랑이 많았다. 이 골목 저 골목마다 독특한 카페도 많았다. 낮에는 주로 커피를 팔고 저녁이 되면 주류를 파는 곳도 많았다. 그곳에서 커피를 음미하다 보면 문득 호찌민 시절이 생각났다. 날이 좋아서 문을 모두 개방하고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개성 있는 실제 장식을 한 가게 안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을 때는 더욱더 호찌민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떠올랐다.
진한 커피 향에 생각나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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