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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무이네'에서 잘 놀고 왔다. 2편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3. 27. 17:40
만족스러운 무이네(Mui Ne)의 리조트 안에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무이네 투어에 나섰다.
리조트에서 예약을 해 준 당일 코스의 투어는 리조트를 출발하는 사방이 오픈된 지프 차로부터 시작됐다. 먼저 도착한 곳은 '요정의 계곡(Fairy Stream)'이라고 베트남 관광 책에 소개된 곳이었다. 근처에 도착하니 뭔가 바닷가와는 또 다른 짭조름한 냄새가 났는데 그 주변에 베트남 음식에서 제일 중요한 피시소스(Fish Sauce)를 만드는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장을 담그듯이 정성을 담아 소중하게 피시소스를 만드는 어촌지역이었다.
나와 함께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서 신발을 벗고 맨 발로 요정의 계곡 탐사에 나섰다. 내가 6개월 동안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던 호찌민 도시에서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관광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이런 지역이 생성되었을까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도착한 것 같기도 했다. 계곡 탐험은 물이 발목 정도 차는 깊이의 입구로부터 진입하기 시작하는데 왕복 40~50분 정도의 코스였다. 맨 발아래로 닿는 아주 고운 모래, 또는 진흙은 너무 고와서 부드럽게 느껴졌다. 가끔 하얀 모래 바닥이기도 하고, 붉은 황토 진흙 색이기도 했는데 물이 맑아서 아래 바닥이 들여다 보였다. 가끔 발 주위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서 내려다보면 이름도 알길 없는 물속의 작은 생물체들이 발바닥 사이를 헤엄쳐 다녔다.
고개를 들면 마찬가지로 흰색과 붉은 황토색의 계곡이 펼쳐졌다. 사암 퇴적층에 의하여 특이한 지질학적 계곡이 형성되었다고 했다. 그 당시 단체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나를 포함하여 모든 인종이 섞인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거닐만한 장소였다. 계곡 곳곳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자연이었고 나의 가이드는 적절한 장소에서 센스 있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다시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바닷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어촌 마을의 어업 형태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배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모터가 없는 그냥 둥그런 바구니 같은 형태의 배도 있었는데 어부가 적절한 몸의 균형감각으로 적당한 깊이의 바다로 나가서 여러 어업을 한다고 했다.
드디어 도착한 화이트와 레드 샌듄, 말 그대로 흰색과 빨간색의 모래로 된 해안사구언덕이었다. 모래의 입자가 매우 곱고 작아서 맨 발에 느껴지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후에 출발하는 코스를 택했더니 모래사막 언덕에서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발 밑으로 느껴지는 기분이 좋아서 천천히 모래 언덕을 올랐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몰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순간 당황했었다. 그들은 모래 언덕 꼭대기로부터 내려올 수 있는 썰매를 들고 바로 가격을 흥정하듯이 몰려왔다. 가이드 덕분에 그들로부터 해방되어 천천히 언덕을 올랐다. 바닷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매일 지형이 바뀌는 모래 언덕이 신기했다. 오늘 보는 그 지형은 다음 날 다시 오게 되면 조금은 또 달라져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내일의 모습이 궁금해지면서 흥미로웠다. 모래 언덕 중에 제일 높은 곳으로 가서 해가 지는 방면으로 앉아서 일몰 시간을 기다렸다. 사진에 담을 준비도 했다.
날씨 때문에 명확한 일몰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간이 차츰 흘러 저녁 안개가 끼듯이 어두운 기운이 시작되는 듯했다. 사막에서의 자연스러운 놀이를 뒤로 하고 다시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은 아주 평화로웠다. 바다의 수평선과 해 질 녘의 붉은 하늘, 그 기운 속에 펼쳐진 바다 위에 떠있는 배 들과 소박하면서도 평화로운 어촌 마을이 고즈넉이 보였다.
다시 리조트에 도착하니 해가 좀 더 빠르게 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내 방 앞에 펼쳐진 해변가를 거닐었다. 이제는 모래 바닥이 다 식었다. 길게 이어지는 해변가로 내가 묶는 리조트 외에도 여러 다른 리조트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었다. 그중에는 후보군에 있었던 마지막 몇 개의 리조트도 발견되었는데 관광 책과 사이트의 사진들로부터 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유럽 사람들이 많이 흘러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리조트를 세워서 그들의 각양각색의 특성들이 보였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난 동화 속 세계처럼 꾸민 곳도 있고, 다소 예술적인 기하학적인 요소의 모습도 보이고, 동남아시아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해변가를 따라 걷다 보니 리조트 구경도 덤으로 하게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관광을 하면서 오가는 길을 구경하니 역시 해산물 위주의 레스토랑들이 많았다. 단체 손님이 갈만한 거대한 식당들도 있었다. 나는 혼자이니 안전하게 걸어서 갈 위치의 적당한 곳을 원했다.
내가 묶었던 리조트와 담을 같이 끼고 있었던 펍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해산물과 함께 스테이크 전문점 같았다. 오후 내내 활동성 있는 놀이를 한 후, 배가 많이 고팠다. 그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실내는 마치 독일의 맥주 전문점 같은 분위기도 났다. 여러 개의 개방 창문이 열려있고 야외 자리는 길거리 도로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식물로 울타리 같은 경계가 있었다. 시원한 맥주와 해산물이 곁들여진 스테이크 메뉴를 골랐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거리 산책을 하면서 관광지의 자그마한 상점들을 구경했다. 겉보기의 모습보다 몇 군데 상점의 상품은 선물용으로 고르기에 제법 좋은 질과 가격이었다. 수제로 만들어진 향비누 여러 개를 샀다. 호찌민 시내 거리에도 있는 베트남스러운 분위기의 슬리퍼를 파는 상점을 발견했다. 호찌민보다 더 자연스러운 재질의 괜찮은 색감을 골라 샀다. 이후, 다른 곳에 놀러 갔을 때도 이용했는데 아직도 나의 신발장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베트남 어느 지역을 가게 되면 가지고 갈 생각이다.
그렇게 뜻밖의 소소한 쇼핑을 즐긴 후, 발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마사지 숍으로 들어갔다. 호찌민 보다는 허술해 보이는 숍이었지만 리조트 안의 마사지숍은 이미 마감하고 문을 닫은 시각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발 마사지를 받은 후, 리조트로 돌아와서 꿀 맛 같은 단 잠에 빠졌다.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주말만 즐기고 간다고 생각하니 좀 아쉬웠지만 월요일 중요한 업무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 조식을 느긋하게 즐겼다. 리조트 주인은 나를 발견하자 다가와 다시 다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정말 이렇게 짧게 묶다가 떠나냐고 재차 물어왔다. 나도 아쉽다며 시간 내서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여유롭게 해변가를 걷다가 갈증이 나면 다시 해변가 펍에서 한 잔 마시고, 정겨운 베트남식 점심을 먹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오후가 되어 다시 예약해 놓은 버스 시간에 맞춰 로비로 향했다. 그렇게 여유로운 분위기를 떠나 5시간 정도 되돌아 가는 길은 평범한 좌석의 관광버스 형태였다. 저녁 시간에 맞춰 호찌민의 화려한 도시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불과 몇 시간 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도시의 모습이었다. 무이네, 그곳은 또 다른 베트남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어촌지역이었다.
* Note : 위아래로 긴 형태의 국토를 가진 베트남은 생각보다 구경할 곳이 많았고 각 지역의 특성은 완벽하게 달랐다. 작고 아담한 우리나라도 각 지역별로 지방색이 뚜렷하니 위아래 기후까지 확연히 다른 베트남은 당연히 그보다 차이가 더했다.
무이네는 비행기 이동 수단이 없는 지역이니 베트남 자체에 다소 오래 머무르는 사람들만이 주로 여행 계획을 세울 듯했다. 아무래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여행을 하게 된다면 동선 등을 고려했을 때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 그곳까지 가려면 시간을 갖고 천천히 즐겨야 제대로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듯했다.
뜻밖에 유럽 사람들이 많이 흘러 들어가서 직접 리조트를 운영하거나 그 외 외식 사업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사실 베트남 호찌민의 시내 거리뿐만 아니라 곳곳의 휴양도시에도 의외로 해외 자본이 많았다.
다행히도 주말이나마 그곳을 알고 찾아가서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잠시나마 평화로움을 맞보았다. 베트남 여행에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추천하고픈 곳 중에 하나, 무이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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