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무이네'에 놀러갔다 - 1편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베트남, '무이네'에 놀러갔다 - 1편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3. 24. 18:59

    25여 년 간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 일하다 보니, 2013년 12월 초부터 2014년 6월 초까지 6개월간 베트남(Vietnam)의 경제 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처음에 도착한 후, 얼마간은 호찌민 도시를 탐색했다. 해외 파견 근무의 주된 목표인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평일 내내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다가 휴일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차차 베트남의 다른 지역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며칠 주어지는 연휴가 아니더라도 회사 일정을 살피면서 금요일 저녁에 호찌민을 떠나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주말여행 계획을 하기도 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여행지 중에 하나는 당연, '무이네(Mui Ne)'라는 곳이었다. 베트남 관광 책자에 실린 것을 보면 다른 여행 지역과는 좀 색달랐다. 베트남 남부지역에 위치하여 호찌민만큼이나 덥지만 이색적인 사막이 유명하다고 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비행 편이 없어서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 투어 예약을 해야 했다.

     

    나의 호찌민 생활 정착을 살뜰히 챙겨주던 직원 S에게 물어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찌민 시내에 있는 여행사로 찾아가서 무이네 관광을 문의하고 예약했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버스 좌석을 예약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무이네에서 묵을 곳을 열심히 검색하여 예약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여행 계획을 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며 생활하는 것은 뭔가 원동력이 되었다.

     

    드디어 금요일 저녁 버스 출발 시간 전에 다시 시내 여행사로 가서 버스 탑승 수속을 마친 후, 출발을 기다렸다. 여행객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국적도 다양한 여행객들이었다. 단체 여행객보다는 나처럼 혼자, 혹은 한~두 명, 삼삼오오로 뭉친 소그룹 등이었다. 버스에 오르자 들었던 대로 이층 버스였다. 1층과 2층 좌석이 모두 간이침대로 된 큰 버스였다. 저녁에 무이네로 출발하는 버스는 그런 침대버스를 타게 되는 것이었다. 버스를 탈 때 검은 비닐봉지를 주는데 그 안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서 넣고, 바로 침대에 누어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었다. 누워서 창 밖으로 호찌민 시내를 빠져나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금요일 저녁 8시경에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한 번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 후, 무이네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다. 거의 5시간이 걸렸다. 무이네에서 버스는 특별한 정류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탑승할 때 예약한 숙소를 이야기해 주면 그곳에 내려 주었다. 그곳의 숙소들 위치 동선으로 가능한 것 같았다.

     

    무이네 관광지의 특성상 새벽 1시가 넘어 도착하였지만 그들에겐 익숙한 듯했다. 내가 갔던 그 당시에는 무이네의 숙소들은 모두 다양한 리조트 형식이었다. 다른 관광지처럼 브랜드 호텔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약을 위해 숙소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특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리조트 이름과 사진들과 그들의 소개, 다른 방문자들의 후기 등을 비교하면서 모두 특색 있고 그들만의 개성이 넘치는 리조트들 중에 한 곳을 정해야 했다. 여러 개 중에 2~3개로 후보군을 정한 후, 며칠을 다시 보면서 한 곳으로 정해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버스에서 내려준 곳 입구에 바로 리조트의 로비와 카운터가 있었고 아마도 그 날의 당직인 듯한 직원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체크인을 한 후, 내 방으로 안내했는데 여러 채의 단독 빌라가 이어져 있었다. 한 밤중이라 드물게 있는 가로등 불빛만으로는 사방이 구분되지 않았다. 분위기는 마치 작은 밀림 숲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이윽고 바닷가 바로 앞에 도착한 듯 파도 소리가 들렸다. 내가 바다 바로 앞의 오션뷰(Ocean View) 단독채를 예약했던 것이 생각났다. 카드키가 아닌 열쇠로 열고 들어가니 제법 번듯하고 레트로 분위기의 실내가 나왔다. 나를 인도한 직원은 간략하게 방의 편의 시설을 알려주고 모기향과 뿌리는 모기약 위치도 친절히 알려 주었다. 나의 피곤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확인하고 나갔다.

     

    혼자만의 리조트 방 탐색이 시작되었다. 방은 제법 컸다. 특대형 사이즈 침대 위에는 예쁜 생화 꽃 잎들로 장식을 해놓았다. 사방에 기둥이 있는 큰 침대였다. 신혼부부가 아닌 나 혼자 보기에 아까웠다. 바닥은 물론 창문틀이나 장식품들이 모두 목재 재질로 되어 있고 침대 옆의 의자와 테이블도 특이한 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다. 욕실도 비교적 크고 동남아시아 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에 조각을 해서 장식한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눈에 들어온 모기향을 문 옆에 은은하게 피우고 모기가 없는지 확인했다.

     

    새벽에 도착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커다란 침대 위로 파고들어 정신없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주말에 새로운 장소로 놀러 가면 들뜬 마음에 눈이 떠졌다. 침대 안에서 잠시 꿈틀거리다가 허기져서 일어났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한 밤 중에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 이 리조트 잘 골랐다' 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의 단독채 앞의 방 문을 열면 바로 해변가로,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른 오전 시간이었지만 이미 더위는 무르익고 있었다. 아주 간단한 옷차림으로 리조트 내의 조식을 제공하는 장소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예쁜 야생의 정원이었다. 작은 식물원 같은 리조트 안에 여러 단독채가 군데군데 있고 여러 편의 시설들, 레스토랑과 별도의 야외 수영장, 마사지 샵 등이 있었다. 너무 야생 상태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인위적으로 손질되지도 않은 아주 적절한 관리 상태의 식물들 사이사이에 야외 조명등과 나무나 돌을 깎거나 다듬어 만든 조형물 작품들도 예술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마지막까지 몇 개의 후보군에서 최종 선택한 그 리조트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천천히 리조트 구경을 하면서 다다른 레스토랑은 조식 뷔페를 제공했는데 리조트 가격에 포함된 조식은 아주 훌륭했다. 아담하게 꾸며 놓은 야외 레스토랑에는 화려하기보다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서양과 베트남의 정선된 메뉴들이 과하지 않고 깔끔하게 놓여있고 소수의 직원들은 친절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내 기억으로 15개 정도의 단독 빌라가 있는 리조트는 나처럼 혼자, 친구나 연인 커플 그리고 소규모의 가족 등으로 손님이 아주 많지 않고 적당했다. 식사 시간이 분산이 되었는지 나 외에 2~3개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는데 식사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와서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 알고 보니 그 리조트의 주인으로 유럽 사람 같아 보였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다시 어슬렁거리며 리조트를 구경했다.

     

    왠지 다른 계획 없이 그렇게 리조트 자체를 즐기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덧 어제 도착한 로비가 보였다. 오후에 그 유명하다는 사막을 포함한 관광을 할까 싶어 투어 문의를 하고 예약을 한 후 다시 천천히 내 방으로 돌아왔다.

     

    나의 단독 빌라는 내부도 좋지만 밖의 발코니 같은 곳에 야외 침대가 예쁜 쿠션과 함께 있는데 그곳에 널브러져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인생의 멋진 하루를 보내는 듯했다. 모래사장을 거닐어 볼까 싶어 시도했는데 강렬한 햇볕 덕분에 뜨거워서 맨 발로 걸으면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정도였다. 오후 해질 무렵에 다시 모래사장을 걷기로 했다. 내 방에서 가까운 왼 편에는 야외 펍(Pub) 같은 칵테일 바였다. 바닷가에서 놀다가 간단히 먹고 마시고 장소였다. 시원한 음료 생각이 나서 가까이 가보니 몇 개의 테이블이 있고 그곳 역시 작지만 센스 있게 꾸며져 있었다. 영어 발음이 아주 좋은 베트남 직원이 주문을 받았는데 혼자 바(Bar) 테이블에 앉아있는 나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내가 호찌민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 한국사람이고 주말만 그곳에 머물 것이라는 정보를 내게서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그가 만들어 준 칵테일은 매우 시원하고 맛있었다. 잠시 후, 조식 때 만난 리조트 주인이 그곳으로 왔다. 그는 주인과 나를 자연스럽게 소개해 주며 나의 정보를 주인에게 알려 주었다. 그 두 명은 내가 주말 동안만 짧게 그곳에 머무는 것을 아주 놀라워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알고 보니 그 리조트는 주로 유럽 손님들이 많은데 장기간 휴가를 와서 길게는 몇 주까지 묵는 고객들도 있다고 했다. 나도 짧은 휴식이 안타까울 정도로 그곳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투어 예약 시간에 맞추어 로비로 향했다. 맛난 음식을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내 몸은 이제 재미난 투어를 할 준비가 장착되어 있었다.

     

    * Note : 새로운 장소로 휴식을 즐기기 위한 출발은 항상 설렌다. 도착한 장소가 기대보다 만족스러울 경우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선다. 

     

    잘 정돈된 장소, 그 안의 친절한 사람들의 조화는 행복감을 더해준다. 심신을 편안하게 쉬게 하면서 멍하니 구경하다가 고객만족이라는 다소 비즈니스적인 발상을 하게 되었다. 오랜 사회생활의 어쩔 수 없는 습관인가 보다.

     

    하지만 진심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철저한 직업의식의 표현일지라도 고객의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소와 그런 환경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전문가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의 결혼식  (0) 2021.03.31
    베트남, '무이네'에서 잘 놀고 왔다. 2편  (0) 2021.03.27
    나도 당연히 우울할 때가 있다.  (0) 2021.03.20
    신속 vs. 정확  (0) 2021.03.17
    나의 과일 취향  (0) 2021.03.1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