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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vs. 정확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3. 17. 18:42
25여 년 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의 기로에 서있었다. 아니, 굳이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은 삶을 살면서 언제나 기로에 서있다. 예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도 주욱 그럴 것이다.
직장이나 다른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가정에서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해야 하는 일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 일들은 언젠가는 해야 하는 것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한다.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생각하게 되고 순서를 정한 뒤, 결국 언젠가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고 소소한 많은 일들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일들 중에서도 직장이라는 사회 안에서 생활을 하는 것은 개인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 혼자만의 개인사나 가족 간의 일은 그 구성원들 안에서 이해를 구하기가 그나마 쉽고 서로 잔소리를 하더라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보완하며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사회에 던져지고 난 후에는 개인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으로 집단의 운명이 달려 있을 수 있음으로 모두가 서로 조심해야 한다.
업무 진행을 하면서 항상 신속과 정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빠른 시간 내에 업무 성취를 하거나 문제 발생 시 빠른 해결을 해나가면 역시 잘한다는 이야기는 듣지만 한국인이니 저 정도는 할 거야 하는 기대치 또한 높았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마치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려고 수면 아래에선 그 난리를 치듯이 말이다.
하지만 신속과 정확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잡지 못할 경우, 무엇이 더 나은가를 생각하면 당연히 정확이라고 말하고 싶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일에도 항상 마감 시간에 당면했다. 마감 시간에 임박하여 실수나 잘못으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정말 짜증이 났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서 매 순간 팀원들과 업무를 조율했다. 팀원들 또한 각기 역할은 있지만 공동 업무를 하면서 서로에게 가장 실망하거나 짜증을 내는 부분은 겨우 결과를 만들었는데 부정확함이 발견될 경우였다. 시간도 급한데 여기서, 또다시 저기서 오류를 만드는 팀원에게는 믿음이 쉽게 가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쌓이면 뇌리에 당연히 남게 되고 크게는 인사고과를 하는 과정에서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타인이 느끼는 결점을 정작 본인은 가벼운 실수라고 여길 때 신뢰는 더욱 떨어져 갔다. 실수도 계속 반복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실력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신속함이 생명일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사람 목숨을 구해야 하는 극박함을 제외한 업무로서의 부분만을 이야기하겠다.) 정말 그 시간이 지나면 효과나 효력이 바로 없어지는 경우, 기차가 떠나면 더 이상 기회나 방법이 없는 경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신속하게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완벽할 수 없다면 일단 그 상황 상태까지를 알리고, 바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을 맞추더라도 정확하지 않다면 그것은 완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신속하게 시간만을 맞추면서 부정확한 결과는 소용이 없었다. 되려 다시 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신뢰에 금이 가고 실력을 의심받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도덕, 부조리, 부정부패 등으로 기 막힌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맞다. 하지만 일어난 이상,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들을 보면서 또다시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안이함과 둔감함,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 말 뿐인 허울 좋은 대책들 등이 이 사회를 이끈다는 사람들의 현실이었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더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함께 사회를 이루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덕성이라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지식과 지혜를 모아 공익을 위해 일하면 정말 좋겠지만, 적어도 사리사욕을 위해 잔머리 굴리는 일은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땅 위의 모든 사람들의 권리와 혈세를 왜 본인들이 당연히 함부로 쉽게 쟁취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사람들이 과연 자식 세대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어른들인지 궁금하다.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결국 일어났다면 제대로 수습해야 한다.
신속 vs. 정확, 무엇이 중헌데. 묻고 싶다.
* Note : 오늘은 남아있는 인생 중에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가면서 나 자신도 나를 못 믿을 때도 생긴다. 매일 먹는 영양제도 거르거나 중복으로 먹는 일을 피하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함께 하는 식물들의 물 주는 시기를 파악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모바일 폰의 캘린더에 주기적으로 저장을 해 놓고 알림 설정도 해 놓았다고 친한 후배들에게 말하니, 직업병이 여전하다고 놀려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나, 함께 하는 생명체를 위한 그 정도의 시도와 노력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하며 혼자서도 웃었다.
개인사,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의 모든 업무는 신속 정확하게 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둘 중 고르라면 신속보다는 정확이다. 부정확함을 신속하게 처리하면 더욱 화를 돋는 격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이 사회에는 높은 자리에 계신 똑똑한 사람들이 많는데, 아무것도 아닌 나까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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