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은 바쁘다.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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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계절은 바쁘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0. 23. 15:42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즉 4계절이 있는 나라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아둔한 인간들의 무식하고 무도한 행동으로 지구는 환경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영향으로 건강하고 구분이 뚜렷했던 4계절의 특징도 차츰 방해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종류에 변화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가 점점 아열대 기후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아직 4계절의 영향 아래 있는 나라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흔히들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라는 말과 함께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과 비교하여 'Hot Temper', 급한 성격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한국인의 성향은 후천적으로 좀 더 만들어지고 변화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다 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우리 민족은 조상 대대로 실로 성실 근면하게 열심히 살아야 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도 당해왔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해야만 했다. 외부적인 상황이 고달픔의 연속이었으나 기본적으로 강하고 근면한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발전해 왔다. 

     

    어쩌면 또 한 가지 영향은 기후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일 년 중 시기에 맞춰 4계절이 바뀌니 계절에 맞춰 적합한 준비를 해야 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건조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무더운 더위의 여름에 대처하기 위해, 그리고 일교차 심해지는 가을을 맞이하면서 끊임없이 준비해야 했다. 그런 우리의 상황이 우리 스스로를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게 했다. 

     

    몇 달 간격으로 달라지는 기후와 날마다의 날씨 상황에 따라 집안의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잠잘 때 필요한 이불을 준비하고 입는 옷을 준비해야 했다. 변화하는 날씨에 며칠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다가 컨디션 조절에 실패를 하여 감기 몸살에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적시에 준비를 해야만 했다.

     

    지난 25여 년 간 몸 담아 일했었던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서의 업무상, 다른 나라로 출장의 기회가 많았다. 본사가 있는 미국부터, 다른 나라 지사들 그리고 거래처의 생산 나라들까지 다양했다. 생각해 보니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했었다.

     

    3월 말에 미국 동부에서 눈 폭풍을 만나서 비행기가 지연되고 취소되어 계획에 없던 지역에서 하룻밤을 묶기도 했다. 미국에서 중남미 국가들을 오갈 때면 여러 항공사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갖가지 기후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아랍권 비행기를 수차례 갈아타며 사막 기후를 경험하기도 했고, 동남아시아 지역을 오가며 홍수에 가까운 비 폭탄을 피하기도 하고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천차만별이던 기후와 각 지역의 시차를 겪고 적응하면서 몸 컨디션도 조절하고 무엇보다도 흔들리는 정신을 꼭 붙잡고 긴장하면서 나 자신의 안전을 도모해야 했다.

     

    하지만 베트남 호찌민에서 6개월간 근무를 할 때는 왠지 안정된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기후 때문이었다. 다행히 좀 덜 덥고 강수량이 적어 좀 덜 습하다는 시기에 도착하여 업무를 시작했었다. 그래도 우리의 여름 날씨였다. 머무르는 6개월 내내 여름 날씨 속에 생활하다 귀국했다. 더위를 위한 준비만 하면 되었다.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할 뿐이었다. 내가 사는 곳,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엔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거리를 다니고 놀러 다니는 시간에 더울 뿐이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니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시기마다 날씨가 변화했고 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심신 건강을 위한 준비와 함께 경제적 비용도 드는 일이었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 하면서 옷 정리를 하고 필요한 세탁을 해야 했다. 몇 가지는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 며칠 전, 같은 동네 사는 언니가 계절 맞이 준비를 위하여 내 집에 왔다. 우리 둘은 또다시 동일한 내용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 또 다른 계절이 왔다. 그에 맞는 이불, 옷 세탁과 정리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참 게으를 틈이 없다.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준비하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는 이야기였다. 매번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또다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국민성은 4계절의 변화와 함께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 Note : 간혹, 4계절 중 가장 무난한 봄과 가을 같은 기후로만 이뤄지는 지역에 산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구 상에 그런 이상적인 기후 지역이 제한되어 있으니 3 계절로 이뤄진다면 개인적으로는 겨울이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추위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겨울에는 실내 난방도 많이 해야 하니 비용도 많이 들고, 옷도 많이 껴 입어야 하고 문제는 껴 입어도 춥다는 사실이었다. 외출 시 옷을 껴입어 몸이 둔해지고, 뭔가 모르게 힘이 들어 깨달아 보면 어깨를 한껏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막상 더위만 있는 나라에서 계속 살게 되면 왠지 모르게 나른해지는 정신을 번쩍 깨워주는 알싸한 겨울의 기온과 눈 내리는 장면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4계절은 역시 바쁘다. 그런 바쁨에 마음은 급해지고 비용도 든다. 그래서 온화함을 가장한 급한 성질도 탑재된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적응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부지런해졌음을 장점으로 생각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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