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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Timing)"가 있다는 말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1. 27. 17:48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에는 '때(Timing)'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반 백 년 넘게 살면서, 나 스스로도 느끼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말했던 기억도 있다. 그것은 누구나 대부분 공감한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몇 가지 실례로 보면 공부에도 때가 있고, 연애에도 때가 있고, 결혼에도 때가 있고, 임신과 출산에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나오는 예들이다.
출생 후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초등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육 활동이 시작된다. 어른들은 공부에도 때가 있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열심히 학업에 집중할 것을 종용해 왔다. 한 편, 공부에는 시기가 따로 없다는 말도 해왔다. 개인적으로 공부는 눈 감고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거창한 학업만을 공부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면 소소한 삶의 지혜를 습득하는 것 또한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의 강도를 높이고 전문적 분야의 학문으로서의 공부를 말한다면 나는 그 역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젊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암기력이든 이해력이든 학문을 습득하기 위한 능력 또한 신체의 나이처럼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가끔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가정 형편 등의 상황으로 인해, 글공부를 못 하고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나이 들어서 주어진 교육의 기회를 발판 삼아 한글을 익히고 뒤늦게라도 학교 졸업장을 받는 감동스러운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어르신들의 시도와 나이와 상관없는 열정에 당연히 존경심이 우러나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까 생각하면 더욱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나이 들면서 모든 능력이 예전보다 줄어들었음에도 그것을 노력과 열정으로 극복하였기 때문이었다.
단지 분명한 것은 공부, 학습의 효과 또한 젊었을 때 극대화되고 효율성이 뛰어날 것이기 때문에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고등학교 3학년에 인생의 첫사랑, 짝사랑의 경험을 겪었다. 가장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정신이 없었으니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 주저 없이 재수 생활에 돌입했고 다시 나의 목표에 도전했다. 지금도 그 시기 나의 결정에 후회가 없다. 때를 잘 넘겼다고 생각하고, 긴 인생에 있어서 1년의 투자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연애의 시기도 어느 정도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중장년, 노년 시기까지도 인간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한 연애는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어려서는 왠지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 인식과 표현도 어설프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는 삶의 경험과 노련함에서 오는 개인적인 상황이 개입될 수도 있다. 나는 언제나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제안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모든 인생의 희로애락이 연애의 과정에서 생생하게 경험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신과 잘 맞춰갈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된다면 결혼의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나 자신도 아직까지 결혼까지의 확신을 못해서 싱글로 살아가고 있지만 확실히 결혼에도 때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것은 생물학적인 때가 아니라,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게 확신이 될만한 믿음이 생기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쩌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의 시기일 수도 있다.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는 출산율의 급감이다. 결혼을 했더라도 부부의 상황과 선택에 따라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연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함부로 언급하거나 권할 순 없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일 수도 있다. 남녀의 생식기에도 가능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과 출산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모든 일, 매 순간마다 결정해야 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일상생활은 결국 매일 매 순간 생각,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때를 놓쳤다고 기억되는 몇 가지 일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인생의 대부분 동안, 시기에 맞춰 판단하고 결정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결정을 유보한 체, 때를 놓친 경험들도 기억에 있다.
30대 초 나이에 뉴욕에서 만난 남자가 있었다. 결국 남자 친구로서의 관계로 남게 되었지만 내 마음속의 울타리가 없었다면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은 감정을 솔직히 꺼내 보았다면 그 이상의 감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자신감도 부족하고 확신도 없었던 것 같았다. 어쩌면 과한 자존심과 부족한 자존감 사이의 나 자신과의 갈등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도 뜸해져 버렸다.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 였나 보다고 생각했다. 내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 또한 좀 더 솔직한 표현과 행동을 했다면 다른 결과가 생겼을 수도 있을까 하는 점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절한 때를 놓쳤었다.
40대 중반에 다니고 있었던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서의 업무로 인하여 6개월 간 베트남(Vietnam) 호찌민(Ho Chi Minh)으로 파견 업무를 나갔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회사의 중대한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것 같았다. 호찌민에서의 타지 생활도 나름 즐거웠다. 계속 그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제안받았다. 그 당시 가족 상황으로 힘들 것 같아 한시적인 생활 후에 귀국했다. 그곳에 더 머물렀다면 어쩌면 더욱 능력을 인정받고 또 다른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론은 귀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사랑 표현에 능숙지 않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나 또한 표현에 서툴렀다. 이제 와서 뒤돌아 보니 살갑게 다가가고 싹싹하게 말을 건네거나 애교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살가운 말 한마디, 따스한 표현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막상 하면 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못했을까. 안 한 것일까, 못 한 것일까. 이제 와서 부모님 생각만 하면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시간은 역시나 내가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세월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흐르는 세월을 붙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후회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되도록이면 후회하지 않으려는 결정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가장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역시 부모님과 관련된 것이었다. 때가 주어졌을 때 하는 결정, 표현과 행동, 이제는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Note : '다 때가 있다'는 말,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도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말이다.
인생의 길목마다 만나게 되는 고민, 판단, 결정들마다 '때'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스치고 지나치는 일들도 또 다른 인연과 운명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때'를 알아차리거나, 한 순간의 판단이 미래의 다른 길을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반드시 소중하게 붙잡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역시 부모님과의 관계이다. 아마도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이들에게 부모님, 아빠, 엄마는 듣기만 해도, 보기만 해도 한없이 나약해지고 감정적이 되는 단어일 것이다. 가장 아쉽고 가장 후회하게 될 수도 있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 표현, 더 늦기 전에 마음껏 할 수 있길 온 세상 모든 이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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