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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혁신의 시작을 알리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2. 4. 21:53
최근 뉴스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의 성과급과 인사 체계 개편에 관한 보도였다.
현대 정의선 회장은 직원들과의 직접적 만남인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을 통하여 의견 수렴을 하기 시작했다. 현대는 성과가 좋은 사무, 연구직 간부 직원들을 선발하여 500만 원의 특별 포상금을 지급하는 '탤런트 리워드(Talent Reward)'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노조에 의하여 평등 지급되던 성과급과는 다른 이 제도에 대하여 노조는 반대 표시를 했고, 간부 직원이 아닌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래 직급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성과급이라는 말 그대로 경쟁에 의한 우수 사원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동의한다. 어쨌든 이전의 현대와는 다른 모습에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올라 여러 일정을 소화했던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귀국길 인터뷰에서 미래로 가는 길에 깊은 고민, 부담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후 지난 11월 29일 삼성은 파격적인 새로운 인사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평소에 미국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식 직급 파괴와 성과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이부회장이 깊은 숙고 끝에 결정을 단행한 것이었다. 그간 존재했던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기존 인사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 능력만 있다면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가 탄생할 수 있는 길, 삼성형 '패스트트랙(Fast-Track)'을 만든 것이었다. 직급도 최소한으로 통합, 임원 직급 단계를 과감히 축소함과 동시에 직급별 체류 기간을 전면 폐지했다. 삼성은 그야말로 젊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여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국내 IT 기업들이 먼저 실리콘밸리식 성장을 벤치마킹(Benchmarking)하여 도입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앞 다투어 30~40대 CEO를 발탁하고, 보상 체계와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로 과감하게 바꾸었다. 안정적인 고용과 처우, 피라미드 형 조직 구조 속에서 성장해온 국대 대기업들도 이제 체질 개선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점차 직급이 통합되어 최고 경영자와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들의 직급이 최소한으로 줄여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변화에 대하여 역시나 다른 시각과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빠른 의사 결정과 명확한 성과의 투명성과 그에 따른 보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직원 입장에서는 능력에 의하여 열린 기회의 존재를 환영하는 분위기와 함께 경쟁과 업무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지고 차별이 만연해진다는 부정적인 불만도 토로했다. 실제로 발표 후, 삼성전자 노조도 무한 경쟁과 불공정한 문화를 강화하는 인사 제도라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인사 제도 개편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고, 그 외 유연한 그룹 문화를 위한 개편안도 제시했다.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 세션'도 도입하고,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Senior Track)'제도도 도입했다. 이런 세대 간 격차를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사내에서 공식적으로는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사내 FA(Free Agent) 제도'를 도입하여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하여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한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를 신규 도입하여 차세대 글로벌 리더 후보군을 양성할 계획이고,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주요 거점 공유 오피스 설치,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 존인 'Work From Anywhere 정책'도 도입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성과 관리의 개혁도 있다. 엄격한 상대 평가 방식에서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한다고 했다.
또한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하여 '피어 리뷰(Peer Review)'를 시범 도입하지만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위 삼성의 인사 제도는 그동안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와 계층별 의견 청취를 통하여 혁신 방향이 마련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은 앞으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임을 발표했다. 국내 IT 거대 기업의 성장과 스타트업의 출현은 시장에서 우수 인력 확보 경쟁으로 이어졌고,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도 이제 그 경쟁에서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의 개혁과 혁신, 변화의 바람에 관한 뉴스를 대할 때마다 나 자신도 흥분되고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며 응원하게 되었다. 내가 지난 25여 년 동안 몸 담아 일했던 글로벌 대기업(Global Company)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주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기업이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 한 명, 소수의 임원에 의한 결정이 아니고, 회사의 임직원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의견이 고려되고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발전된 나라와 다른 기업들의 사례와 장단점이 관찰과 연구를 통하여 고려되고 다시 해당 기업 고유의 방식으로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찬란했던 과거의 성적에 사로 잡히지 않고, 현재를 포함한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회용이나 단기간이 아닌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다짐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서 우리의 기업들은 이렇게 혁신을 시작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의 현실 속에서 절실한 마음으로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런 혁신은 우리 정부와 국가 공무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 더 늦어지지 않도록 절실한 마음으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설계되고 꿈꿀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
* Note :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으로 포함될 만큼 전 세계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브랜드 가치를 키워온 대기업과 새로운 창의력으로 시작된 스타트업계, 문화 예술 분야의 K-Culture, 강인한 실력의 스포츠 업계 등 우리 대한민국을 알리고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처절한 현실 인식과 변화로의 용기 있는 개혁이 이룬 성과였다.
자고로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옛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개인과 다른 조직들은 구태의연한 예전의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 태어날 준비를 계획하고 시작하고 달려가고 있다. 이제 정부와 공적 기관도 시작할 때이다. 연공서열과 기존의 관습을 깨고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앞서, 각 후보들의 공약 그리고 의지가 궁금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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