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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메르켈 총리가 없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2. 22. 16:12
벌써 오래전부터 지난 16년 간 독일 총리의 자리를 지킨 앙겔라 도로테아 메르켈(Angel Dorothea Merkel) 총리의 퇴임을 진즉부터 안타깝게 여기는 기사를 여러 번 봐왔다. 16년 간의 집권이라면 이제 어느 정도 지겨울 법도 한데 과연 어떤 인물이기에 독일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그토록 퇴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리더십(Leadership)이 궁금하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섭섭한 마음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던 독일이 1990년 10월 통일을 이룬지도 3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독일 내에는 예전 동독과 서독 지역의 격차는 존재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동독 태생이고 물리학자 출신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독 출신의 여성이 독일뿐만 아니라 EU 전체에서도 추앙받는 위대한 지도자의 역량을 갖춘 존재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정책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현실적인 실용주의라고 했다.
정치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자신과 자신이 포함된 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게 된다. 그것이 정치인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정책을 펼침에 있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을 우선시했던 것 같았다. 물론 모든 것을 그렇게 했는지, 그 진위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퇴임 시기에도 독일 국민의 80%에 이르는 지지도로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기록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되기 힘들다. 사회주의 공산당 체제가 아닌 나라에서 국민 자발적으로 80%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리더,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총리직을 수행한 16년이라는 세월 또한 독일에 있어서도 힘들고 고난한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그 어떤 나라나 체제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지내왔듯이 힘들게 통일을 이룬 독일 또한 그러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리더십은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어려운 문제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물리학자로서의 자질과 성향에 따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여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을 천천히 설득해왔다. 정치적 유불리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적 방안으로 실용적 정책을 반영했다는 평가였다.
예를 들어 유럽인들 모두에게 문제가 되었던 난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에 있어서도 독일은 앞장서서 많은 난민을 거두고 감싸는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기까지 천천히 국민들을 설득하고 기다려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을 이룬 민족으로서, 어려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온 독일 국민들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했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유럽 내에서 독일은 중심이 되는 나라, 메르켈은 훌륭하고 따르고 싶은 리더가 된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부끄러운 옛 역사의 진실과 인식을 바로잡고 사죄하고 책임지는 근본부터 시작되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지난 퇴임식에서 자리를 떠나는 총리, 주인공으로서 요청할 수 있는 음악 3곡 중에 하나로 '나를 위해 붉은 장미 비가 내려야 해요'라는 곡을 신청했다고 한다. 아마도 수많은 세월 동안의 지난 것은 잊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떠나면서 '앞으로도 우리는 바른 사람의 눈으로 봐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치와 책임 있는 정책을 해야 하는 후임자들에게 남긴 조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독일 총리 자리를 떠나 또 다른 어떤 행보를 택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에게도 이런 리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고 했다. 정작 독일인들도 벌써부터 메르켈의 엄마 리더십을 그리워하며 안타까움과 불안감에 휩싸여있고 이웃 나라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EU 국가들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라고 했다. 정말 부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또한 내년 3월, 대한민국을 대표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직접 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정치권 모습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2년간 이어지는 세계적인 팬데믹, 코로나 19 상황은 연이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모든 사회 경제적 갈등과 어려운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할 일이 산적한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예전으로 돌아가 서로 흠만 찾고 공격만 하는 모습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고, 표에만 집착하는 말 바꾸기 식 또는 뜬 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공약들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독일이 예전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었던 모습 그대로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로도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뉘어 있다. 그것은 예전에도 지금도 정치적 영향이다. 이러한 양극화된 상황을 이용하고 오히려 심화시켜 선거의 유불리로만 따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는 메르켈과 같은 리더십의 인물은 없고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물들이 배출되었고, 지금 현재도 배출되고 있는 나라인데 말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메르켈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 Note : 미국의 이전 대통령인 트럼프를 포함한 유명한 사진 한 장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의자에 앉은 트럼프 앞에서 책상에 손을 짚고 트럼프 얼굴을 강하게 응시하는 메르켈의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EU 정상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EU를 대표하여 메르켈은 미국 대통령에게 맞짱 뜨고 있는 장면으로 읽혔다.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한 장면이었을 것 같았다. 메르켈은 그 당시 자신만 유명해지고 싶거나 개인적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독일과 EU, 또는 세계적 대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믿고 싶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지금 그런 리더십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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