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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걱정과 잔소리가 늘어난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5. 14. 18:22
개인의 성격과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걱정이 많아지고 잔소리도 늘어나는 것 같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어쩌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스스로 몸소 체험한 결과로부터 느낀 점과 여기저기서 보고 주어 듣고 해서 모아진 잡다한 생활 지식 때문일 수도 있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을 통하여 유명한 연예인이 한 말에 많이 웃고 며칠 후 만난 언니에게도 말해주며 함께 웃었다. 그 연예인에 따르면 자신의 엄마는 워낙 걱정과 잔소리가 많은 분인데 나이 들면서 더욱 심해지셨다고 했다. 자신이 10대 때부터 10대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20대가 된 이후에는 20대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30대에는 30대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40대가 된 후에도 여전히 이제 40대이다, 진짜 조심해야 한다고 하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항상 차조심하라고 하시면서 요즘에는 거의 볼 수도 없는 육교로 다니라고 하셨다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나는 물론 방송에서의 다른 출연자들 모두 소위 빵 터졌었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자식 걱정을 하는 부모님의 마음 때문이고, 모든 부모님 마음은 같을 것이었다.
아직도 싱글로 살아가는 나 또한 걱정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사소한 걱정들이다. 스스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다. 그것을 꾹 참고 말로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은 바로 잔소리로 끝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조절에 실패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어리고 젊었을 때, 부모님의 걱정과 잔소리를 들으면 당연히 짜증이 났다. 그러면서 왜 저렇게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걱정만 하는 것일까 하면서 부정적인 마음가짐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괜한 반발심에 거꾸로 더욱 대범한 척하려고 행동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 야유회를 갔던 날, 나는 그 시절에 시작되었던 번지 점프를 감행했었다. 집에 와서 마치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니 놀란 얼굴의 부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기가 막히신 모양이었다. 그래도 눈앞에 막내딸이 살아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었다. 그즈음에 시력을 좋게 하려고 시력교정 수술인 라식을 감행했다. 라식이라는 기법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혼자 병원 상담을 하고 수술 결정을 한 후 거의 통보에 가깝게 부모님께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일에 걱정하실 것이 뻔한 부모님의 걱정과 잔소리를 최대한 적게 듣고자 했던 나만의 수법이었다. 내가 만약 결혼해서 나 같은 자식이 있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뒤늦게 반성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역시 똑같이 했을 것 같아 더욱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젊었던 시기의 단순한 호기였을까.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의 호기롭던 마음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새로운 상황에 놓이거나 갑작스럽게 뜻밖의 상황을 대면하게 되면 적잖이 당황하고 약간의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최대한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소심해지기도 했다. 아직도 싱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있기는 하지만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츰 심신 건강에도 신경 쓰게 되면서 건강 염려증이 생기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도 이런 마음이 늘어나니 소중한 주위 사람들에게도 더욱 신경 쓰게 된다. 그것도 어쩌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5명의 조카들이 이제 모두 20대와 30대인 성인이 되었는데도 내 눈에는 그저 챙겨주고 싶은 대상들이다. 보기만 해도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인 것이다. 더구나 1번 조카가 작년 말에 아기를 낳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모할머니가 되었다. 거의 매일 전달받는 아기 사진에 우리 가족 단톡방은 설렘으로 가득한 삶으로 변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고 대견스럽지만 우리 어른들은 하나같이 걱정도 많아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기도 전에 탄생한 아기의 환경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봄이 되어 아기가 유모차에 실려 꽃 길 속에 있는 사진을 보며 좋아했다. 한 편으로는 오늘 바람 많이 불던데.. 꽃 길, 거리에 사람들이 많네.. 생각했다. 문제인 것 같다. 생각만 하고 표현은 자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30대일 때도 상반된 면이 있었다. 30대인데도 한참 어리숙하기도 했었고,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성숙하기도 했었다. 그 시기에 맞게 직접 겪고 깨닫고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다 그렇게 경험하면서 결국은 잘해 나간다. 그럼에도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걱정하고 잔소리를 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건강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느껴져야 상호 간에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로 믿어야 한다. 그들도 다 잘 알고 잘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 그저 좋은 마음으로 축복하면서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그들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함께 있어주면 된다. 그런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좀 더 괜찮은 표현도 공부해 봐야겠다. 웃긴 예로 차조심하라며 지금은 거의 없는 육교로 다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저 언제나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아끼고 소중한 존재라고, 우린 항상 가까이 있다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그렇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의학과 기술의 발달로 기대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걱정과 염려가 많이 생기는 것도 어쩌면 노화 증상 중에 하나일 수 있겠다. 마음이 약해지는 노화 현상인 것 같다. 이제 개인적으로는 심신 건강과 남에게 피해되지 않는 깔끔한 삶의 마감을 소망한다. 막연히 걱정만 하느니 계획한 운동의 꾸준한 실행에 힘쓰는 것이 낫겠다. 귀찮지만 영양을 생각하는 식단으로 실천하는 것이 낫겠다. 걱정을 하느니 몸소 걱정을 덜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해야겠다.
* Note : 어른들은 요즘 말하는 '꼰대'라는 말을 듣게 될까 봐 무척 신경 쓴다. 하긴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꼰대도 있다고 하지만 나 또한 '라떼는..'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마도 그동안 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이 기억나고 그것을 토대로 걱정이 생기고 잔소리나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남들도 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어쩌면 나보다 그들이 더 잘 알고 잘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소위 말하는 '너나 잘하세요' 하며 스스로를 향하는 것이 더 낫겠다. 나이 들수록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 또한 어렵지만 실천해야 하는 것들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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