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상대에게 마음이 열린다.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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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외의 상대에게 마음이 열린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6. 18. 17:34

    인간은 대부분 외로운 존재인가 보다. 반 백 살이 지나고도 또다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싱글(Single)로 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흔히 외롭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내가 이번엔 어떻게 대답을 할까 생각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또다시 먼저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하긴, 부부 혹은 여러 명이 함께 살아도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인생은 결국 주변의 많은 사람들 속에 살면서도 각 개인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은 다양했다. 혼자 살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와 같이 살아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정말 누군가 필요한 순간에 선뜻 연락을 하거나 감정을 나눌 대상의 유무인 것 같았다. 나는 현재 비록 혼자 살고 있지만 나를 소중히 여기는 가족과 친구들이 존재함을 알고 있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 외에 인생을 살면서 우연한 기회에 덤으로 특별한 마음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인연을 갖게 된다면 아주 큰 행운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며칠 전에 우연히 시청한 TV 프로그램에서 연예계의 각별한 인연들이 소개되었다. 또래 친구들과의 인연은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세대를 넘나드는 인연에 유독 눈길이 끌렸다. 우연히 함께 출현한 프로그램을 계기로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였는데 그들 간에는 끌림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것은 단지 취미나 개인적 관심사가 동일한 것보다는, 살면서 느끼는 마음의 빈 구석을 서로 채워줄 수 있었다든지 서로 부족한 부분을 기꺼이 보완해 주거나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것은 누가 먼저 무엇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고 기꺼이 그런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반드시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을 더 챙기는 것은 아니었다. 나이와 세대를 떠나서 그냥 서로에게 끌림이 있었다. 성(Gender)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적인 끌림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 때문에 왜 좋아졌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그것이 중요하냐고, 그저 그렇게 서로 끌렸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했다. 어쩌면 진정한 인연인 것이었다.

     

    나도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해보았고 그런 인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한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서 25여 년 간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에 다녀서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본사가 있는 미국과 그 외 다른 나라 지사와의 교류가 많았다. 잠시 해외 근무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업무를 하면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제법 오랜 세월 동안 알게 되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잠깐 만나게 되는 사람도 진한 기억 속에 남게 되기도 하고, 긴 시간 알고 지냈어도 쉽게 잊히는 사람도 있었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챙겨 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왠지 모르게 든든한 마음이 들어서 의지하고 싶고 마음을 선뜻 나누게 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반대 경우의 사람도 있었다. 그렇듯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감정을 나누고 싶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통하여 좋은 선배와 후배들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 인연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한 편, 요즘 유행하는 TV 프로그램 중에는 자신의 걱정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기도 했다. 어쩌면 한평생 함께 살아온 주변 사람들보다 한 순간 만나고 알게 된 사람에게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고 자연스럽게 상담을 구하기도 했다. 함께 해 온 물리적인 시간, 지난 세월 동안의 관계보다도 전혀 다른 사람에게 의외로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고, 객관적 시각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다.

    사회생활 중에 심적으로 가장 힘든 시절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글로벌 회사 내에서 멘토쉽 프로그램(Mentorship Program)으로 연결된 멘토(Mentor)가 있었다. 국적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 환경이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성향도 매우 달랐다. 멘토와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하여 어느새 나는 미주알고주알 여러 이야기를 하고 그의 생각과 견해를 구하게 되었다. 나의 사회생활에서 겪는 힘든 점은 물론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토로하게 될 줄 몰랐다. 그저 주어진 그 시간에 하염없이 고민을 토로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내 가족들에게도, 내 절친들에게도, 내 직장 상사에게도 차마 하지 못했던 말 들도 주절거리며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를 알고 있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신경 쓰여서 하지 못했던 말들, 어쩌면 내가 말을 함과 동시에 나를 위해 걱정할 사람들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아주 가끔씩만 대면 만남을 할 수 있는 멘토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상담을 하곤 했다. 그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꽤 잘 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인내심을 가지고 충분히 들어주고 객관적 시점의 그의 의견을 기꺼이 나눠 주었다. 때로는 그의 어려움을 나눠주고 나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은 대부분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한 그의 배려인 것 같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의외의 순간에 의외의 인연을 만나게 될 수 있다. 뒤돌아 보면 그것은 어쩌면 기나긴 인생길에 계획에 없었던 깜짝 이벤트(Surprise! Event)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소중한 구원의 손길이기도 했다. 아예 작정을 하고 심각한 환경 속에서 묵직하게 분위기를 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의 고민을 마구 털어놓을 수 있는 의외의 인연이 때로는 그립다. 그런 의외의 대상을 또다시 만나게 된다면 단 번에 알아차리고 마음을 열어봐도 좋을 것이다. 너무 조심스럽다가 인연을 놓칠 수도 있다. 그냥 끌림으로 다가가 좋은 인연과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도 꽤 흥미롭고 괜찮은 일이다.

     

    * Note : 가족,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이 아니어도 인생에 소중한 인연은 또 있을 수 있다. 계획된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올 수도 있다. 뚜렷한 이유 없고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이해해주고 나에게 공감해 주는 사람이 이 넓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위로가 된다. 의외의 대상에게 나의 마음을 열고 있다면 어쩌면 소중한 인연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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