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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드러내기 겁나는 세상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2. 7. 27. 16:02
대학 졸업과 함께 입사한 첫 직장에서 25여 년 간 근무했다. 그 당시 20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선거권의 의무를 행사하기 위하여 갔던 투표소에서 나는 사실 좀 깊은 생각이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하여 관심이 거의 없었거나, 결정하기 어려워서 주저하기도 했었다. 솔직히 확실한 결정이 어려울 경우, 투표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 다녔던 나는 그 당시에도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체계적인 운영을 하는 기업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었고 특별히 차별이나 공정과 상식에 대하여 걱정할 일이 별로 없었다. 살다 보니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고 나는 다행히 꽤 좋은 직장에 다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가끔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거나 불만이 생기기도 했지만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서 이해되고 해결되기도 했다. 그런 직장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하면서 정신없이 40대까지 살아왔다. 아주 가끔 우리 한국 지사의 선배님들이 정치 이야기로 갑론을박 논쟁을 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나는 뚜렷한 견해를 표현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어느덧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세월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적극적인 사회생활로부터 빠져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면서 사회와 세상이 좀 더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에 집중되었던 시야가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당연히 각종 매체를 통하여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예전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이 재임했던 시기의 미국은 이른바 편 가르기가 극도에 달했다. 영국 등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도 정치적으로 만만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세계 지도 중에 이른바 좌파와 우파로 갈리는 나라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송을 본 적도 있었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 또한 편 가르기가 너무 심각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사회현상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여러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대체로 오랜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관계는 그만큼 깊은 친분으로 쌓여온 사이였다. 함께한 세월만큼 서로 마음이 잘 맞거나 사고방식과 이해관계가 유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는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전혀 못 느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정치 상황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당황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사고방식을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주변에서 오랜 세월 이어진 모임에서 어떤 계기로 인하여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발견하게 된 후,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주장하다가 논쟁으로 얼굴 붉히는 현장이 되었다는 사례를 여러 번 들었다. 지난 세월의 좋은 관계가 이후 매우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주기적으로 집에 와서 정수기와 비데 관리를 해 주시는 분이 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해왔다. 지난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몇 번의 후보자 토론을 했던 시기였다. 후보들에 관한 장단점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마스크 속에 있는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곧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돌렸다. 앞으로도 만날 사이인데 괜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개인적으로 나에겐 그렇게 충격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주 가까운 가족, 절친들과 지인들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적당히 중립적인 성향을 갖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객관성과 아주 보편적인 잣대를 가지고 좋고 잘한 것, 나쁘고 못된 것을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함부로 어느 한쪽을 각별히 응원하거나 지지하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앞뒤 설명이나 판단 없이 무조건 응원하고 지지하는 일방적인 사람들을 극도로 경계하게 되었다. 맹목적인 믿음과 응원은 객관성을 흐리게 하고 오히려 국가 발전에 독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실 어쩌면 내 마음 저 한쪽 구석에도 좀 더 마음이 가는 편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표현하는 것은 자제하려고 한다. 살다 보니, 정치와 종교에 관련된 주제는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정치와 종교, 두 분야 모두 믿음에 대한 차이와 신념이 확실히 다를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였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거나 함부로 주장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문제는 요즘 사회에서 정치적 이념에 따라 너무 극단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표현, 이해관계에 따라 극단적인 행동이 과해져서 상식적인 틀을 깨고 비정상적인 현상으로까지 번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너무도 많은 언론매체들을 통하여 심각하게 표현되는 편 가르기와 서로를 향한 비난과 공격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수준 이하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사심 없이 객관적 입장에서 말 한마디라도 거들거나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순식간에 상대 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또는 순수한 목적으로라도 부정적 시각을 표현하면 그것이 비난인지 건설적인 비평인지 상관없이 또 공격을 해댄다. 문제는 그 어느 쪽도 합리적인 이유나 근거 없이 그저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공격의 형태는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간다고 했다. 이것이 정말 올바른 자유 민주주의식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 MZ 세대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하는 설문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정치 성향에 따라 서로의 사고방식을 판단하면서 함께 어울리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워낙 극단적으로 흐르는 사회 현상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서로 다른 정치 성향 때문에 편을 가르고 서로 공격만을 해대는 것이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까. 그러면서도 서로를 향해 협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협치는 과연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에 맞는 격 있는 국민으로서의 행동이 필요하다. 사소한 것에도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을 주고받고 그것이 두려워서 정치색을 드러내기 피하게 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겉으로 정당하게 드러나지 못하면 속으로 곪아가기 때문이다.
* Note : 비평과 비난은 다르다. 건설적인 비평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반면 근거 없고 일방적인 비난은 그저 공격을 위한 공격일 뿐이다. 자유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여져서 이 시대까지 지켜져 왔다. 물론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그에 맞는 성숙된 표현이 필요하다. 성숙한 표현은 성숙된 마음가짐과 자세에서 나온다. 무조건 자신과 자신의 이익을 위한 편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 나와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숙된 자세는 결코 아니다. 일상적인 삶을 방해받을 정도의 공격이 두려워서 자신의 생각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사회는 건강한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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