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과 자존심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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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존감과 자존심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3. 1. 29. 01:00

    대학 졸업과 동시에 운 좋게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에 입사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했었다. 입사 당시 나의 꿈과 목표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초반부터 정신없이 일을 배우기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적절한 때가 되자 승진의 기회도 주어졌다. 어느 시기부터는 맡은 업무를 기반으로 미국에 있는 본사와 다른 나라 지사, 회사와 거래가 있는 기업의 생산 국가들까지 출장을 가거나 잠시 해외 업무를 하게 되는 기회도 가졌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25여 년 간의 직장 생활이 이어졌다.  

     

    어쩌면 25년 간 나도 모르게 나에게는 일정한 자존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상당 부분 자존심의 형태로도 자라나고 있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자존감과 자존심 모두를 Self-esteem으로 표현했는데 자존심의 경우 Self-respect 또는 Pride 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자존감과 자존심을 좀 더 구분하여 이해하고 싶어서 더 찾아보았다. 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 의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주의할 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자아존중감을 갖는 첫 단추라고 했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힘이 없이 자기 스스로 높은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즉 자신의 가치, 능력, 적성 등의 자기 평가가 꽤 긍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자존심이 없어지면 우울한 상태를 보이지만 과하게 되면 되려 자만(Conceit, Vainglory)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과도한 자존으로 우울 상태를 방어하고자 하는 또 다른 형태라고 했다. 자존심이 낮아지면 쉽게 당혹하고 부끄러워하고 설득에 넘어가고 타인에게 승인 욕구가 강해진다고 했다. 또한 쉽게 자기 비하, 열등감이 생긴다고도 했다. 반대로 자존심이 과해지면 허영심이 강해지고 쉽게 자만에 빠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Self-esteem에서 함께 시작한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적인 정신 상태인 반면, 자존심은 경쟁 속에서의 자기 긍정으로 상대적으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뒤돌아 보니 지난 25년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상대적으로 높은 자존심에 이어 어쩌면 자만심에도 빠져 생활했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젊음, 패기, 열정이 가득했던 20대부터 시작하였으니 꽤 야심만만했을 것이었다. 스스로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고 느껴지자 글로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아침 회사 출근 전에 영어 학원을 다녔었다. 나의 세대만 해도 문법과 입시 위주의 영어 공부에 더 공을 들였던 터라 직장 생활에 맞는 영어 구사를 위하여 공부가 더 필요한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평생 외국어로서의 영어는 항상 공부를 게을리하면 쉽게 잊히고 있다. 어쨌든 스스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직장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자아는 더욱 강해졌다. 나의 물리적 나이도 그 당시 남들이 말하는 결혼에 적당한 때에 이르렀다. 지금처럼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 개인적인 상황, 여러 인식들이 혼재되거나 상대적인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지금보다도 보수적인 사회환경이었다. 그런데 소개팅을 하고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도 결혼 생각이 특별히 들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면서 인간이 더욱 성숙해진다는 사실은 인정해 왔다. 또 다른 삶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겪지 않았던 분야의 부족한 경험으로 인하여 그만큼 덜 성숙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어느 정도 수준의 학업과 직장 생활로 인하여 만들어진 자존감과 자존심 덕분에 힘겨웠지만 나름 보람이 있었다고 여겨졌다. 

     

    몇 년 전, 공사다망했던 25년 간의 사회생활을 일단락 지었다. 앞으로 또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나 일단은 인생의 쉼표를 찍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내려졌다. 그 후 그저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하고 싶었던 몇 가지를 슬슬 시도해 보았다. 전혀 다른 업계의 국내 기업에 잠시 다녀 보기도 했다. 신체적으로는 뜻하지 않게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불편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숙제로 남아있었던 몸의 취약 부분을 수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었다. 일정하게 굴러가던 직장 생활에서 빠져나오니 또 그렇게 다른 일상사로 생활은 굴러가고 있었다. 갱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갱년기 증상들이 심신에 찾아왔다.

     

    자존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다시 잠자리로 들기까지 예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생산적이지 않아 보이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스스로에 대한 가치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삶 자체가 비생산적이니 사회적으로도 나태해 보였다. 그리고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맞물려 이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극적인 활동에 머물게 되었다. 극히 제한된 사회활동을 하고 이전과는 다른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자존감은 점차 떨어져 가고 부정적으로 꼬인 자존심이 오히려 가끔 고개를 들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상황이 뭔가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가면 금방 불쾌한 마음 상태가 되었다. 마음속 여유로움이 떨어지니 다른 사람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누군가 나와 다르게 행동하면 조금의 인내심도 없이 마스크 속에서 불만의 표정이 드러났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매너 없이 행동하면 혹시 나를 업신여기는 것 같아 의심의 눈초리를 하게 되었다. 자존감이 떨어지니 오히려 자존심이 과도하게 상하는 것 같았다.

     

    자존심이 떨어졌을 때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나 자신과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자세로 떨어지고 있는 자존감을 적절한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타인과 비교하여 생기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스트레스 조절에 실패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흔히들 쓸데없이 자존심 부리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때로는 쓸데없어지는 자존심은 함부로 높이지 말라는 말이었다.

     

    대신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알고 높여가야만 자존감이 다시 회복될 것이다. 자존감 찾기에 좀 더 주력해 보아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Note : 인간이 느끼게 되는 모든 감정도 전체 인생 기간 동안 잘 관리하고 조절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성장기를 지나 한껏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하게 되는 시점에 자존심을 포함한 자존감은 올라가고 있었다. 공식적인 사회생활을 떠난 후에는 높아졌던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부질없는 자존심은 유지되기도 했다. 물론 일상사의 희로애락에 따라 자존심과 자존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등락을 반복하기고 해왔다.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자존감 유지와 적절한 자존심 조절을 위해서 균형 있는 생활과 객관적 자기 인식과 인정이 필요하다.

     

    한창 사회생활을 했던 시기를 지났어도 또 다른 중장년기 그리고 노년기 생활의 계획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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