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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이집트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10. 3. 22:18
방글라데시에 이어 다음 출장지인 이집트로 향했다. 역시 노선은 두바이 항공으로 두바이를 거쳐 이집트로 들어갔다.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피라미드 그리고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장면들을 본 것 밖에 없는 나로서는 궁금하고 나름 기대되는 나라였다. 우리 일행은 한국 지사에서의 나의 직속 상사인 선배와 나,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부터 합류한 미국 본사의 동료, 그렇게 3명이었다.
두바이 공항에서 경유를 위한 수속을 따로 밟아야 했다. 수속부터 우리 일행을 보는 눈 빛이 달라 보였다.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 편의 수속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서도 선배와 나 정도만 아시아의 동양 여자들로 보였다. 물론 관광객이 많은 시기에는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 중후 반인 그 당시에 업무상 출장을 위한 사람들 중에 외관상으로 서양인들을 제외한 사람들 중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여자들은 좀 드문 것으로 보였다.
나쁜 느낌은 아니었지만 좀 과하게 관찰하고 보호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여권의 생년월일을 보면 우리의 연령대를 알 것인데 마치 어린아이들을 관리하듯 챙겨 주었다. 선배와 나를 일부러 좌석 배치까지 신경 써주며 마치 어린아이들이 부모나 보호자 없이 여행을 하는 것처럼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우리 좌석 배치를 위해서 미국 본사 동료의 이미 예약된 좌석과 다른 승객들의 좌석까지 변동을 시킨 듯했다. 우리가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렸겠지만 그들의 그런 발상과 집중도를 보면 고집도 완강할 듯해 보였다. 탑승권을 주면서 선배와 나에게 탑승구까지 잘 찾아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당연히 그렇다고 했으나 곧 누군가를 불러 승객을 위한 카트를 우리에게 배치하여 주었다. 우리 일행은 웃음이 나왔지만 그냥 그 서비스를 즐겼다.
다시 두바이 항공의 좋은 서비스를 비행 내내 받았다. 선배는 또다시 숙면을 취했고 나는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즐겼다. 이집트에 도착하자 예약된 호텔 서비스가 우리 일행을 맞아 주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아시아권의 동양인 여자들은 선배와 나만 눈에 뜨였다. 그나마 미국 본사의 동료와 함께 있어서 시선이 분산되는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온 사람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선글라스를 쓴 키가 큰 남자였다. 그는 우리 모두의 가방을 챙기고 마련된 차량으로 이동하여 운전을 하였다.
호텔이 있는 시내로 향하면서 우리의 눈은 밖의 광경을 보기에 바빴다. 일단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지 않아 숫자가 보이지 않는 이집트 언어들이 그림처럼 춤을 추는 것 같아 이색적이었다. 시내로 향하는 도로는 차가 많고 사방에서 인내심 없이 빵빵 거리며 다소 정신없었다. 서로 끼어들려 하고 끼워주지 않으려는 듯한 교통 상황과 탁한 공기 속에서 호텔에 도착하였다. 그때 선배와 나는 팁을 의논하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 각기 1달러 정도면 되지 않나 하면서도 선배가 저리 큰 체구의 남성에게 작은 체구의 동양 여자들이 1달러씩 건네는 광경이 웃기겠다고 하여 서로 웃었다. 그때 미국 본사 동료가 1달러짜리가 없으니 그냥 자기가 우리 포함 5달러를 한 번에 주면 어떠냐고 물어와서 서로 엄지 척 신호를 보냈고, 우리 일행의 다소 후한 팀에 놀랐는지 그는 매우 고마워하는 인사를 여러 번 하고 멋지게 사라졌다. 알고 보니 이집트의 물가로서는 그 당시에 상당한 팁 금액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시간의 오류를 경험한 우리는 호텔에 도착한 후 현지 시간을 재차 확인하고 일정 준비를 위해 각자 휴식을 취하였다.
이른 아침 이집트 지사의 책임자가 우리 일행을 맞이하러 호텔 로비에 와있었다. 그는 우리 회사 태국 지사에서 이미 성과를 올린 영국 남자로서 이번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이집트 지사의 책임자로 부임한 후였다. 그의 인도로 약간 외곽에 위치한 이집트 업체 방문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보수적인 이집트 기업 문화이지만 그 업체의 CEO는 해외에서의 오랜 유학 생활로 열린 마음과 고국인 이집트의 산업 발전을 위한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집트 업체의 생산 시설은 규모가 크진 않아도 뭔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단계 같았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앞으로 미래의 계획을 위한 현재의 실행들을 단계별로 밟아가고 있었다. 수출이 문제없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한 무역 관련 지식과 업무, 시스템의 활성화 등 남아있는 과제가 많았으나 회사 입장에서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관심과 투자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었다.
그 업체 방문을 마지막으로 미국 본사로부터 출장 온 동료와는 이후로는 각자 다른 업무 일정을 소화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쉬운 인사를 한 후, 서로의 방문지를 향해 각기 출발했다. 선배와 나는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이집트 지사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집트 지사 직원들과 아직 서로 많은 업무가 관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목표를 위해 서로 대면 인사를 하고 앞으로의 협업 방식을 위한 회의를 간단하게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사무실은 시내 한 복판이지만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도로의 건물 한 편에 아늑하게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 내에서 이집트의 물량이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인원은 적었지만 영국인 책임자가 똑똑하고 성실한 직원들을 채용하고 서로에게 잘 적응하고 있었다.
점심때가 지났다고 걱정하며 선배와 나에게 프랜차이즈 메뉴를 보여주며 배달 주문을 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호텔에 잠시 들렸다가 바로 다음 나라 일정을 위해 공항으로 출발해야 해서 시간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 지역의 가장 빠른 배달 주문은 프랜차이즈라고 하면서 미안해했다. 우리는 배려에 감사하며 맥도널드 햄버거를 주문하여 먹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피자헛, 이집트에서는 맥도널드..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의 맛을 나라별로 비교할 수 있다며 선배와 나는 웃었다.
호텔에서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향하는 호텔 택시에 올랐다. 이집트 지사와 호텔, 공항으로의 거리들에서 짧게나마 이집트의 분위기를 느꼈다. 가장 발달했다는 시내의 거리는 마치 우리나라의 예전 1970~80년대 정도 분위기랄까.. 나도 기억이 희미한 어린 시절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했다. 거리에는 각종 수제품의 상품들과 고급진 원단으로 만들어진 셔츠(Shirt)나 정장 슈트(Suits)를 다루는 가게들이 있었으나 서민들에겐 값비싼 것으로 보였다. 품질이 고급져 보이기는 했지만 그 당시의 디자인 유행과도 약간은 동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 지역에서는 고급 상점들의 좋은 제품들에 해당될 것이었다. 이집트 업체 방문을 위해 좀 외곽으로 향하는 지역과 지역의 시장 같은 거리들은 정말 예전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풍경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많고 다소 질서는 없이 붐벼 보였다.
호텔에서 예약해준 택시에 오르자 선배와 나는 서로 눈빛으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높은 터번을 둘러싼 체구가 큰 남자 운전사였다. 높은 터번은 택시 안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공항으로 가는 길 내내 큰 목청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단순한 영어로 계속 대화를 시도해 왔다. 그것이 그로서는 여행객에 대한 예의 표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집트에 온 목적과 왜 우리 여자 2명만 왔는지, 그리고 자랑거리인 듯 한 표정으로 피라미드는 방문했는지 물어왔다. 우리가 거기까지 가서 피라미드 구경도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알고 더 큰 목소리로 마치 나무라듯이 말했다. 우리는 오히려 그를 진정시키면서 이번엔 업무 일정상 어쩔 수 없으나 이 좋은 이집트를 반드시 다시 와서 피라미드 구경도 꼭 가겠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여자 둘이 와서 뭐 그리 중요한 일이 있다고 그냥 가는지 여전히 궁금하고 못마땅한 눈치였다.
공항에 도착하여 서비스에 감사하며 팁을 건네자 비로소 환하게 웃으며 반드시 이집트를 다시 방문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자신의 명함을 우리에게 주고 다시 오면 연락하라고 하고 유유히 떠났다. 선배와 나는 그런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들을 함께 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혼자서는 이런 소소한 이야기까지 누구에게 할 일이 별로 없겠지만, 선배와 나는 이후 가끔 공유한 추억으로 그런 일들을 생각해 내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집트까지 가서 이집트 음식과 피라미드 구경도 못하고 발 길을 돌려야 했다. 나와 이집트와의 인연은 이것으로 다 일까 하는 궁금증과 아쉬움을 남기면서 그렇게 떠났다.
* Note : 처음으로 가는 나라마다 첫인상으로 대하는 느낌들이 중요하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의 의지나 노력하고는 상관없이 방문객의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들이니 안타깝지만 다소 불공평한 것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도착하고 머무른 기간의 날씨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음식이나 사람들의 매너 등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어느 하나 가장 인상적인 것이 어쩔 수 없이 나중에라도 그 나라,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으로 굳어지는 것 같았다.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예상과 다른 뜬금없는 안타까움이었다. 어쩌면 이집트라는 이름 자체가 그 유명한 피라미드나 영화의 장면들로 이미 많이 접해서 다른 나라 대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그런 우위를 선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경은 열악했다. 길거리에서 질서도 없어 보이고 사방에서 고함과 차량의 경적 소리들로 정신이 없었다. 바쁘고 급해 보였다. 바로 그런 모습이 또 하나의 평범한 삶의 현장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반대로 그런 개발되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외부인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업무 목적으로 간 나의 시선으로는 훌륭한 고대 유적의 나라가 전반적으로 뭔가 더 발전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리 되지 못한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의 이집트의 모습이 궁금하다. 나와 이집트와의 인연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고대 유적지도 잘 보존하면서 안전하고 풍요롭게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동시에 우리나라, 한국에 대한 외부인의 객관적인 시각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첫인상 그리고 전반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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