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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들른 아시아로부터 배우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10. 10. 22:17
내가 대학교 4년의 학업을 마무리하고 바로 취직된 첫 회사에서 계속 25여 년 간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나도 남들이 겪었던 고민들을 해왔었다. 하지만 크게 보면 내가 다니던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는 발전을 위한 조직과 체계를 부지런히 변화시켰고 그 안에 있던 나도 계속 그 변화에 발맞추어 적응을 해야 했다. 한 회사를 다니면서도 다른 여러 회사를 다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였다.
미국에 본사를 둔 우리 회사는 해외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두었고 그중에 한국 서울에도 지사가 있었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으나 미국 본사로부터 제일 신임을 받는 나라는 한국, 서울 오피스였다. 물론 선배들이 앞서 탁월한 능력을 많이 보이고 그에 따른 업적을 쌓아오신 덕이었다. 우리 후배들은 그 두터운 신임과 좋은 이미지에 행여 해가 될까 더욱더 노력해야 했고 다행히도 나날이 서울 지사 오피스는 발전해 나갔다.
세계 각 나라의 글로벌 기업들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에 크고 작은 지사를 두었고 우리 회사 또한 중요한 거점(Hub)으로 아시아에서는 홍콩 지사가 있었지만, 똑똑하고 성실한 직원들이 필요할 때에는 항상 먼저 서울 지사에 문의하고 찾곤 했는데 한국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부분이었다. 2000년대에 또 한 번의 회사 조직의 개편과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2000년 중후반에 나의 직속 상사인 선배와 나는 처음으로 방문하는 3개의 나라들로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그 당시 미국 본사와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물량은 적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위하서 계속 개발 단계에 있었던 3개국은 방글라데시, 이집트와 인디아였다. 각 나라의 지사 직원들을 만나 동행하면서 방문해야 하는 업체들을 계획해보니 각 나라별로 1~2일 정도의 일정이면 충분했다. 그 3개국의 비행기 편을 알아보니 각 나라에 머무르게 되는 시간 대비 비행기의 이동 시간이 꽤 길어졌다.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서 업무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항상 두바이 공항을 경유해야만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만 했다.
첫 번째 나라인 방글라데시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낙후된 나라였다. 세계 여러 국가들 중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속하니 예상은 됐지만 나라 자체에 제도와 체계가 없어 보여서 더 당황스러웠었다. 이 나라와 과연 비즈니스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처음 대면한 방글라데시 지사 직원은 성실하고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 나라의 업체들을 방문하면서 생각보다 뿌리 깊은 남녀 차별이 느껴졌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이었고 따라서 일반 직원들 속에는 여자가 섞여 있기도 했지만 그 위의 리더들은 모두 남자가 지배적이었다. 그 당시 그런 사회 분위기에 아시아 어느 나라의 2명의 여자가 업무로 출장을 갔으니 선배와 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것은 이집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집트 자체는 좋은 관광 유적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맞는 인프라(Infrastructure) 구축은 더뎌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이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외부인의 눈으로 보아도 뭔가 순차적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 같았다. 업무로 만났던 현지 기업의 CEO, 리더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배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우리 지사 책임자와 같은 해외로부터 영입된 리더들의 적절한 지지가 힘을 보태야 할 것 같았다.
인구가 세계 2위인 인디아 또한 다분히 차별적 요소들이 많은 나라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뿌리 깊게 남아 있었던 예로부터의 카스트 제도가 어딘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두운 사회의 단면으로 성폭력, 성폭행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편 긍정적으로는 여러 색깔의 다양함이 공존하고 있었으니 그 어딘가의 매력으로 인하여 끌리듯 오래 머무르게 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았다.
방글라데시, 이집트 그리고 인디아. 짧았던 3개국과의 만남을 하고 온 후, 선배와 나는 한동안 이상하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공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적을 불문하고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그것은 준비 부족 같은 자의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방문국의 그들만의 세상, 환경, 상황 같은 타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모든 필요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알려주고, IT 기술의 발달로 다른 장소에 도착하면 그 지역에 맞게 자동으로 변하는 시스템이 없던 시기에는 변수가 더 많았다. 하지만 잠시나마 그들만의 문화, 국민성이나 습관 같은 것들을 발견하면서 또 다른 시각과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경험이었다.
무엇이 옳고 바르고, 무엇이 그르고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우리의 빠름이 성급함이 되고 항상 좋은 면이 아닐 수 있듯이, 우리와 다른 그들의 느림과 나태함은 어쩌면 여유로움과 또 다른 느름의 미학이 될 수도 있다. 정작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들은 불편하거나 불만이 없다면 지나가는 객이 뭐라고 감히 논할 수 있겠는가. 잠시 스쳐가는 객은 그저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다행히도 여행객들은 발달해 가는 IT 덕분에 차츰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면만 보기에도 모자란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이해하려는 마음도 배워야 한다.
그 이후로도 본사와 그 3개국의 일부 업체와 비즈니스를 조금 키우기는 하였으나, 더욱 활성화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어느 나라의 어느 업체나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매우 적극적이고 무슨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실전은 많이 달랐다. 워낙 미국 본사와 현지 바이어들의 요구 사항들은 많고 까다로웠는데 그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사전 계약과 다른 일들이 벌어지면 그 손해는 대부분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세히 검토하지 않고 덥석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는 기업들도 많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윈윈(Win-Win)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비즈니스의 세계는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고 그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불모지로 먼저 뛰어 들 만큼 용기를 갖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자리와 역할이 요구하듯이 우리 리더들과 팀원들은 계속 최선의 나라, 기업과 생산 시설을 찾고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협업을 해야만 했다.
비록 피라미드, 타지마할 같은 손꼽히는 관광지나 또는 그 나라의 토속 음식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잠시 들른 나라들이었지만 그 또한 나의 전체 커리어(Career)의 잔뼈 중 일부분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 Note : 인생을 살다 보면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 답을 찾기 힘들고 안보일 때도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더 많고 자주 발생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어쩌면 불합리하게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만으로는 불공평하다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함부로 모험을 할 수도 없다.
문득 신문과 TV 매체에서 본 기사들이 떠오른다. 성공한 기업 투자자들의 경험담들이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들을 더 중요시 여긴다고 했다. 그 유명한 워런 버핏(Warren Buffett)부터 근래 블루오션을 찾아 투자하고 성공하는 모든 이들이 그랬다. 최고의 미래 가치는 과연 무엇이고 과연 그것은 어떻게 찾는 것일까? 나도 모른다.
그나마 손톱만큼의 위로가 되는 것은 그들도 투자에 매번 100%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겨우 드러난 성공 뒤에는 항상 실패의 사례들이 있다. 미래의 가치를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 그 용기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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