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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고과(Performance Appraisal)의 어려움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11. 18. 22:33
며칠 전 뉴스 기사를 읽다가 연말이 되어 가면서 서서히 인사고과(Performance Appraisal)의 시기가 오고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인사고과라는 단어 자체부터 왠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진다. 결국은 업무에 대한 평가이다. 기사 내용을 보면서 나의 지난날의 경험으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시대가 흐르고 상황이 변화하면서 업무에 대한 개인의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어느 시기에 어느 방식을 채택했다가도 수정 보완해 나간다. 다른 사회, 혹은 다른 경쟁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통해 비교 분석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평가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서 기업으로서도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그 부분에 있어서 신중을 기울인다는 것은 그나마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이다. 아직도 사회의 곳곳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회사 대표 마음대로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회사라면 회사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영입한 인재들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업무 평가가 제대로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과 회사와 그 안의 구성원이 함께 발전한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읽은 기사와 내가 직접 겪은 경험들을 종합해보면 기업도 개인도 투명하고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25여 년 간 몸 담아 일했던 회사도 초반에는 직원들에게 인사 평가 기준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았었다. 그 당시는 나도 그저 일개의 직원이었고 그저 한 해가 지나고 연말이 되면 지난 일 년간 기억에 남는 내가 잘한 일들을 열거했다. 수습 기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그로부터 또다시 2년이 지나고 하는 식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순서에 따라 회사 내의 직급으로 승진을 했다. 겉으로 보기에 딱히 정해진 것 없이 보였고 큰 사고를 내지 않고 원만하게 일하고 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였다면 재직 기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보상이 이뤄졌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기준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 보이지 않는 정규 코스를 나도 수순에 의하여 밟아나갔다.
하지만 어느 사회 조직이건 입사에서부터 시작한 모든 인원이 고스란히 위로 다 같이 올라갈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 조직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각기 개인적인 이유의 자연스러운 퇴사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위치에 이르면 경쟁에 의하여 선택된 직원이 먼저 올라가게 된다. 조직은 피라미드 모양이지만 직원들의 한 해 업무 평가를 할 때에는 주로 마름모꼴의 분포도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아주 잘하는 10%와 반대로 너무 못하는 10% 정도를 가리고 나머지를 줄로 세워서 적정한 선에서 적정한 비율로 분포도를 만든다. 결국 사회에서의 평가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회사의 인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마름모꼴의 분포도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판단이다. 기사에서처럼 평가를 받는 직원도 긴장되겠지만 그것을 평가해야 하는 임원진들은 그야말로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직원 입장이었을 당시를 기억하면서 그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누가 봐도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리더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각 직원들을 '상대 평가'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것 자체가 목표 달성을 위한 긍정적인 요소도 되지만, 이기심, 과도한 스트레스에 따른 부작용 같은 부정적 요소들을 낳았다. 기사에 의하면 부서 간에도 과도한 경쟁으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서 오히려 일의 진행이 더뎌진다는 내용도 있었다. 어느 순간 '절대 평가'라는 방식을 도입하는 회사도 있다고 했다. 서로의 협업을 통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가면서 또 다른 장점을 발견해 가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한국 사회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연차에 의한 승진, 그러기 위한 연차에 의한 평가(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승진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 연차가 되는 선배들의 평가를 높게 주는 보이지 않는 관행)를 꼬집으며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내가 다녔던 회사도 이런저런 평가 방식을 거치면서 2000년대 이후로 외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서 더욱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평가 방식 체계를 기본적으로 도입 단계부터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해 주고 변경이 있을 경우도 다시 공표하였다. 상대적 평가 방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구조였으나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병행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개인 혹은 부서 간 이기주의 팽배를 방지하기 위하여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평가도 가산점으로 포함시켰다.
이어서 연말에 몰아서 한 번이 아니고, 분기별 목표와 그에 따른 중간 성취 결과, 그리고 그러기 위한 정기적인 중간 상황 점검 등을 부서장과 직원들 모두 공유하였다. 다시 말하면 한 해의 목표 설정을 하고, 그것을 위해 분기별 계획을 세우고 또다시 그 분기별 계획을 성취하기 위한 정기적인 상황 점검이 이뤄지는 것이다. 큰 목표를 위한 작은 세부 계획을 세우고 그것들을 이루다 보면 그 기록들이 모여 한 해가 쉽게 종합 완성되고 회사 차원에서도 개인 직원 차원에서도 오히려 그 꾸준함으로 목표 달성에 가까이 가게 된다는 것이다. 시작 당시에는 물론 잡음도 많았다. 목표 세우느라고, 중간 점검하느라고 정작 일 할 시간이 없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말이 되어 한 해의 종합 평가 시기가 되어서 벼락치기로 시험 답안지를 준비해야 하는 수고는 줄어들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시기뿐만이 아니고 평상시에 항상 꾸준히 잘하는 직원은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마련이었다. 중간 점검 상황을 통해서 역할 분담을 재정비할 수도 있고 협업을 통하여 진도가 빠르게 나가고 그 과정에서 기여도가 뛰어난 직원은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게 된다. 개인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투명해지니 뒷 잡음, 즉 공정성에 대한 의심, 부작용도 줄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에 따른 차세대 승진 대상자들에 대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아지기도 했다.
어느 사회, 조직이든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완벽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 유무의 차이는 중요하다.
* Note : 인사고과, 업무 평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겪는 일이다. 일인 기업일지라도 자기 성적을 뒤돌아보고 자기반성과 깨달음이 없이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업무 평가 앞에서 개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과정은 절실하다. 회사 자체가 체계적인 방식과 기준이 있다면 다행이고 따르면 된다. 회사도 일률적인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시행하면서 계속 장/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들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성취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미주알고주알 길게 서술하기보다는 정확한 시기, 평가 가능한 수치를 포함한 방법과 결과물 등을 정리해서 기록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리더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팀원들 개개인의 일 년간의 업무 성과를 모두 자세히 기억할 순 없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그것을 연말 시상식에 비유했다. 연말에 가깝게 진행된 프로그램이 더 기억에 남아서 강하게 조명받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개인의 노력과 피력의 개입이 필요하다. 충분히 노력하고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할 만큼만 제대로 표현하길, 그리고 남의 실력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 후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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