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회의(Leadership Conference Meeting)의 이면과 의미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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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십 회의(Leadership Conference Meeting)의 이면과 의미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12. 23. 23:08

    내가 몸 담아 일했던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도 회의(Meeting, 이후 '미팅'이라고 칭하겠음)가 많았다. 어느 정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자 참석해야 하는 미팅이 점점 더 늘어났다. 어느 순간 미팅만 하다가 집에 가는 날도 있었고, 정작 업무 실행을 할 시간이 없어 불만과 불안함이 쌓여갔고, 결국 미팅에 치여 밀려있던 업무를 야근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미팅에 참석하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듯했고 비생산적이라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나 자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결국은 다른 사람들도 유사한 생각을 하게 마련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팅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야만 했다. 발전 가도에 있었던 회사는 더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전문 기관으로부터 검증받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 설문 조사(Survey)>를 하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기업 중에 꽤 높은 순위 매김을 유지해 나갔다.

     

    모든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려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고 미팅에 대한 관리부터 해야 했다.

    꼭 필요한 미팅을 판단하고, 사전에 해당 미팅의 주체자와 참석자를 선정하고,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 그리고 예상 소요 시간을 정했다. 정말 다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차선책으로 이메일 등의 다른 방법을 이용하거나 꼭 필요하다면 다른 시간을 다시 잡도록 했다. 그리고 마감 후, 모든 참석자들을 위한 간단한 정리 메모를 남겨두는 것도 필요했다. 서로의 같은 이해도와 결정 사항들, 그리고 다음 단계와 실제 행동을 위한 정리였다. 그것이 결국 미팅의 결과물인 것이었다.

     

    어느 사회 조직이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글로벌 회사는 그 규모와 전체적인 조직을 생각하며 고려하고 챙겨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미국 본사와 해외 지사들의 모든 직원들, 그 광범위한 조직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위치와 분야에서 분담한 역할들을 잘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조직은 그대로 머무르지 않아야 했다. 변화하는 환경과 미래의 계획에 따라 수시로 가장 효율적인 형태의 조직과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변신해 나갔다. 그것은 소수 리더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위, 아래, 좌, 우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했다. 시간과 많은 투자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정기적인 리더십 미팅이 개최되는 이유였다.

     

    내가 리더의 자리에 오른 시점에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1년에 2번 정도의 정기적인 리더십 미팅(Leadership Conference Meeting)이 개최되었다. 한 번은 홍콩(Hong Kong) 지사 오피스에서 열리고 다른 한 번은 주로 중국 본토의 센젠(Shenzhen) 지사 오피스에 열렸다. 그 지점이 미국, 중남미 지역, 그리고 아시아 여러 나라 지사로부터 모든 리더들이 모여들기에, 그리고 비교적 규모가 있는 미팅을 개최하기에 장소와 비용이 합리적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주로 1월에는 전반적인 지난 한 해의 마무리를 바탕으로 앞으로 1년의 회사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다른 한 번은 6월 중순~말 경에 상반기의 상황 흐름과 남은 6개월의 과제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규모가 큰 미팅은 준비가 확실해야 하고 모든 참석자들의 참여와 집중이 보장되어야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전에 거론되는 주제들이 확정되고, 의논할 내용이 결정되어야 했다. 미팅 기간 동안에 본사로부터 전달되어야 하는 내용, 각 지사들로부터 공유되어야 하는 내용 그리고 리더십 미팅을 통해 만들어질 결과물이 목표였다. 그리고 그 기회를 이용한 리더들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 모든 참석자들은 각 주제별로 짜인 그룹으로 나뉘어 발표자들이 정해지고 분주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어쩌면 리더십 미팅이 실제로 개최되는 기간보다 사전 준비 기간이 더 분주하고 준비하면서 내용을 숙지해 나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미팅 기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3박 4일에 걸쳐 개최되었다. 미국 본사를 비롯한 각 나라 지사의 선출된 리더들이 참석하게 되고, 그것은 정기적인 행사였으므로 연속성 있는 만남의 장이었다. 물론 모두가 모이는 그 기간의 미팅 외에도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업무용 미팅 전화(Conference Call)나 화상 회의(Video Conference Call)등의 미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한 자리에 모이는 대면 미팅은 또 다른 긴장감과 함께 관계 형성의 장이 되기도 했다.

     

    항상 그 기간의 첫째 날, 첫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면 시끌벅적하게 인사를 나눴다. 회의 시작(Meeting Kick-off)을 알리고, 처음 참석하는 리더들은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다른 나라의 새로운 동료와 친해지기도 했다. 같은 호텔에 묶고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간혹 밤에 한 잔 같이 마시는 뒤풀이 타임으로 어울리기도 하면서 관계 형성을 해 나아갔다. 그런 관계 형성에 소극적이면 알게 모르게 또 다른 평판이 따라붙었다. 같은 나라 팀원들과만 너무 몰려다니거나 다른 나라 팀원들과 교류를 너무 안 하면 사회성 결여라는 평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예인도 아닌데 항상 보이지 않는 감시를 받으며 평가받는 대상이 되는 듯했다. 바로 그런 것이 사회생활이었다.

     

    글로벌 회사의 팀원으로 참석하는 미팅에서 또 다른 경험과 배움의 길이 열리기도 했다. 일단 나라별로 다른 문화와 국민성이었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떠나 '다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정된 미팅 시간에 의논해야 하는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핵심 안건의 초점에 맞춰 의견을 주고받고 결론은 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자리에서 주로 목소리를 높이고 말이 긴 사람들은 대체로 인도와 중국인들이었다. 물론 개인의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중국 본토와 인도인들은 말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들은 워낙 자국의 인구가 많다 보니 서로 쉽게 경쟁적이 되고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인정해주는 환경에서 버티고 살아온 문화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말도 길고 많아졌다고 했다. 같은 중국 계이지만 대만과 홍콩 팀원들은 중국 본토 직원들과는 상대적으로 조금 다른 분위기를 내면서 다른 나라 팀원들을 좀 더 예의 주시하고 중재하거나 융화되려고 노력했다.

     

    미국 본사 등 글로벌 임원들의 아낌을 받으면서도 항상 목소리를 더 내달라는 도전(Challenge)을 받는 대상은 우리나라 한국 팀원들이었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똑똑하게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도 있으면서 발표를 통한 표현에는 너무 신중하다 못해 소극적이라고 했다. 완벽한 정답과 결과가 나올 것이 아니라면 사전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다는 것이었다. 하도 여러 번 '수줍다, 너무 조심성 있다'에 해당하는 'Shy'라는 단어를 듣다 보니 우리 스스로도 생각해 보았다. 나를 비롯한 한국 리더들은 정말 신중했다.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한 후, 쓸데없는 소리는 절대 입밖에 내지 않았다. 누가 들어도 공감할만한 의견이 아니라면 함부로 떠들어대지도 않았다. 그런 말을 해서 제한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한국팀만 있게 되는 자리 또는 일정 후 밤 시간이 되면 우리끼리 어느 한 명의 호텔방에 모여 다른 나라 팀원들의 험담을 하기도 했다. 누구는 왜 그런 말을 거기서 그때 꺼내서 시간을 끌었냐, 누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또 끄집어냈다, 다 아는 얘기를 왜 또 하냐, 하여간 자기 잘난 체만 한다 등등이 주로 우리들의 험담 내용들이었다.

     

    미팅에서 말만 꺼내면 회사, 높은 리더, 회사 정책 등을  예찬만 하는 팀원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누구 눈에 잘 보이기 위함인지 듣다 보면 짜증이 났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입에 발린 말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쉬는 시간에 어디 조용한 곳으로 불러 진심을 캐묻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몇몇 다른 팀원의 눈이 마주치면 어이없는 미소를 날려 표정으로 동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정에 따라 미팅이 이어지면서 결과물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냈다. 정치계에도 여당과 야당이 있듯이, 어느 사회나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 입장 차이는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과 결부되었다. 글로벌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물론 조직 전체를 대변하는 공통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계획을 세우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각 나라별로 또는 각 부서별로 이익이 대치되는 점도 있었다. 각자의 이익에 따른 입장 차이에 따라서 미팅은 치열한 공방전이 되기도 했다. 실체적인 무기만 없었지 때로는 전쟁터로 변하기도 했다. 저마다 날 선 공방으로 얼굴 붉히고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그 기간을 이용한 리더들의 교육 프로그램도 호불호가 갈렸다. 뻔한 내용의 교육 앞에서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프로그램인지 시간이 아깝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교육의 완성도는 높아지면서 정말 자기 계발에 도움을 준다는 깨달음도 생기고 흥미도 유발되도록 발전해 나갔다.

     

    어쨌든 때마다 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며 목표로 했던 주제들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며칠간, 거의 일주일 동안 리더들이 자리를 비운 각국의 지사 오피스는 조용했다. 직원들은 리더들 없이 그들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누군가는 대체 저 리더라는 사람들은 한 군데 모여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그 많은 시간과 회사 비용을 쏟아부어 과연 영양가 있고 생산적인 일들을 하는 것일까 궁금할 수도 있겠다. 리더들은 각자의 나라, 자리로 돌아온 후, 직원들에게 미팅 결과를 설명하고 회사의 목표를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직접 그 미팅에 참석하고 별의별 사연들을 겪으며 배우는 것은 따로 있었다. 아니러니 하게도 그러면서 나의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나도 모르게 만들어져 갔다. 그러면서 회사의 목표가 중요함을 깨닫고 이루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도 발휘되었다.

     

    험담 대상이었던 다른 나라 리더에게 언젠가는 협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면 서로 안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연락하여 도움을 구하면 또 그것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이따금씩 연락이 오고 도움을 요청하면 나 또한 당연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글로벌 회사의 '따로 또 같이'의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서로 알고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도와주며 회사의 목표를 위해 업무를 추진하라고, 그런 장이 열렸나 보다. 역시 나중에 깨닫는 부분 중에 하나였다. 그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

     

    * Note :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국가, 인종, 종교, 문화 등 수많은 이유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개개인의 색깔까지 합하여지니 그야말로 다양성의 집합체이다. 만약에 외계인이 존재하고 이 지구의 사람들 모습을 보면 꽤 이상하고 신기할 것이다.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회사라는 사회 속에서 조직을 이루고 있으니 복잡한 일들도 많았다. 어쩌면 조용히 평탄하게 지나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리더십 회의는 그 조직의 단면을 보여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각자의 이익을 챙기다가도 어느 순간, 같은 회사의 구성원으로 자석처럼 뭉쳤다. 그래서 그렇게 또 하나의 조직이 굴러가나 보다. 

     

    조직이 잘 발전하려면 그 구성원들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을 바르게 이끄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중요하다.

    리더십 미팅은 서로 완벽하지 않는 리더들이 만남의 장을 통해 지지고 볶고 싸우고 타협하면서 결론에 도달했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리더들이 만나서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뒤돌아 보기도 하고, 서로를 통해 본받기도 하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시간들이었다. 그런 시간들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매번 그 거대한 미팅의 첫날 오전 일정이 끝나고 점심시간 직전에 참석자 모두가 한 곳에 집합하여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그것도 일련의 행사 중 하나였다. 이제 그 사진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인간으로서, 리더로서 아직 완벽하지 않았던 그 시대의 영웅들은 지금 이 지구의 한 곳에서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안녕히 잘 살고 있는지, 그들이 그리운, 그들의 안부가 걱정되는 2020년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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