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다낭에서의 휴식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4. 24. 21:57
25여 년 간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 일하는 동안, 2013년 12월 초부터 2014년 6월 초까지 6개월간 베트남(Vietnam)의 경제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에서 해외 파견 업무를 하게 되었다.
초반의 정신없는 적응 시기가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갔다. 평일의 바쁜 업무를 하면서 평온한 주말이 예측되면 베트남의 다른 지역으로 주말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2014년 무렵에는 베트남의 중부 도시인 다낭(Da Nang)이라는 곳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근무를 마감하는 금요일 저녁 호찌민을 출발하여 다낭으로 향하는 비행기 예약을 하고 바로 숙소를 찾는 나의 모습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여러 여행 사이트를 다니면서 혼자서도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그 무렵 다낭은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과 더불어 한국인들에게는 골프 여행지로 떠오르는 시기였다. 나는 되도록이면 단체 관광객을 피하면서 한적한 시간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는 곳을 선호하면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 숙소가 역시 개인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일주일의 업무를 마감하고 1시간가량의 비행 후, 다낭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낭의 좋은 점은 공항으로부터 시내, 그리고 여행객들이 머무르는 리조트 지역까지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었다. 금요일의 늦은 밤 시각, 공항 도착부터 호텔 리조트 도착까지 순조롭고 빠르게 이루어졌다. 실제 차량으로 이동은 30분 이내였던 것 같았다. 글로벌 브랜드 호텔의 리조트 형식이었다. 보통은 금요일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하면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져 자곤 했다. 다낭에선 왠지 공항으로부터의 빠른 도착으로 밤 시간을 조금 더 즐기게 되었다.
리조트 방을 둘러보며 TV를 켜 놓으니 허기짐을 느꼈다. 밤에 야식으로 뭔가 먹고 싶었다. 호텔 안내 책자를 뒤져서 재빨리 다낭의 지역 맥주, 닭고기가 얇게 들어간 죽(Congee), 간단한 스낵을 주문했다. 한밤 중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삼계죽 같은 죽으로 빈 속을 달랜 후, 시원한 맥주와 스낵을 즐겼다. 리조트 방은 넓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샤워 시설과 스파를 할 수 있는 욕실이 아주 넓어서 거의 침실 사이즈와 맞먹었다. 이어 일주일간 피로했던 심신을 커다란 침대에 눕혀 기절하듯 숙면을 취했다.
평화로운 분위기 탓인지 긴장이 풀려서 인지 토요일 늦은 오전까지 잠을 잤다. 간밤의 야식 덕분에 아침 식사 생각도 안 하고 잤다. 천천히 일어나서 커튼을 열어보니 밤에는 못 봤던 예쁜 야외 소파가 있는 발코니가 보였다. 발코니로 나가자 다낭 바다 해변과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가까이 발 밑 아래로는 리조트의 아주 넓은 야외 수영장이 내려다 보였는데 손님들이 꽤 있는 듯했으나 리조트가 워낙 넓어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여유롭게 쉴 수 있어 보였다.
야외를 바라보면서 샤워를 할 수 있는 특이한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리조트의 여기저기를 사진에 담아서 언니들과의 단톡 방에 올렸다. 혼자서도 잘 논다고 웃으며 즐기라고 환호해 주었다. 나만 즐기는 듯하여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건강히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말라는 안부 전달이기도 했다.
다낭은 골프와 단체 여행객들이 많았다. 관광 책자를 보니 갈만한 지역 레스토랑 소개도 특별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리조트 시설을 즐기라는 추천 글이 많았다. 나의 리조트는 다행히 아주 만족스러워서 먹고 휴식하는 것은 그저 리조트 내에서 즐기기로 했다.
오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는 리조트의 야외 수영장도 다낭 해변도 무리일 것 같아서 잠시 다낭 관광을 나서기로 했다. 다낭 대성당으로 갔다. 역시나 프랑스 점령기 시기에 건축되었는데 분홍색의 외관이 눈에 띄었다. 성당 첨탑 위에 닭 모양의 풍향계가 있어서 '수탉 성당'으로 불린다고 해서 확인했다. 미사 시간인지 성당 문이 닫혀 있어서 더 들어갈 수는 없었으나 색감과 건축 양식이 인상적이었다.
참(Cham) 박물관이란 곳을 갔다. 옛날의 베트남 중남부에 번성했던 참 파 왕국의 문화와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다고 관광 책자에 명기되어 있었다. 인도의 영향을 받은 참 파 왕국의 힌두교 양식을 띤 조각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불교와 힌두교, 두 종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종교적 색채를 품은 예술적인 조각들의 솜씨가 뛰어났다. 에어컨 시설이 없는 박물관에서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었다.
오가는 길에서 다낭 도시를 바라보니 과연 베트남 중부 지역의 무역항으로 발전할 모습이 보였다. 용 모양으로 장식된 다리가 있는 도심 한복판의 강은 서울의 한강처럼 한창 개발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저녁이 되면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되는데 내가 갔던 기간에는 마침 무슨 지역 축제 같은 행사가 열려서 밤 시간에 더욱 화려해진다고 했다.
리조트로 돌아와서 석양 속의 해변을 즐겼다. 해넘이 시각이 돼서야 해변의 모래사장이 한낮의 열기로부터 식어서 맨발로 걷기가 가능해졌다.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좋았다. 이어 해가 지면서 리조트 안에 커다랗고 예쁜 연등 모양의 색색가지 등이 걸렸다. 베트남의 불교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리조트의 조명 장식이었다. 크기도 아주 컸다. 특히 흰색과 붉은 주홍색이 주된 색채였다. 야외의 나무들에 자연스럽게 걸린 등 장식 안으로 들어가는 리조트 내의 별채 같은 장소에 레스토랑이 있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예쁜 등 아래에서 음악을 들으며 한가롭고 평화로운 주말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일요일에도 늦잠을 잤지만 서둘러 한 낮이 되기 전에 해변가 산책을 했다. 오후에 호찌민으로 돌아가야 하니 다시 다낭의 드넓은 바다와 해변가을 만끽하고 싶었다.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공기가 좋았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하늘보다 더 푸른 바다, 하얀 모래사장이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그 해변이 바로 바라다 보이는 위치에 리조트의 넓은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바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 물이 깊지 않아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물놀이하기에 좋았다. 군데군데 물거품 장치가 있어서 시원한 물로 온 몸 마사지를 받는 효과도 있었다. 수영보다도 물 마사지를 받으며 바다와 해변의 경치를 볼 수 있어서 나도 물속에서 그저 주변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 다녔다. 눈과 온몸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수영장이 적절히 분산되어 있어서 주말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도 전혀 붐비지 않고 각자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근무지인 호찌민의 햇볕도 강했지만, 공기가 더욱 청정한 지역에서는 피부가 더 쉽게 그을리는 것 같았다. 베트남에 도착한 후, 몇 개월 뒤인 그 무렵 나의 피부 색깔은 점차 그을려가고 있었다.
늦은 오후 다낭을 출발한 비행기가 다시 호찌민으로 별 일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더군다나 다낭도 호찌민도 공항으로부터 도시까지 빠르게 진입하여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 짧지만 여유로운 주말여행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 Note : 어느 시점부터 한국인들에게 베트남 여행지 중에 하나로 다낭이 알려졌다. 특히 골프 여행지로 적격이라고도 했다.
호찌민에서 근무를 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다낭은 그저 여유롭고 깨끗한 바다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휴양지였다. 잠시나마 도시를 벗어나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많은 관광을 하지 않았어도, 옛 사진들을 다시 뒤적일 때 분홍색 수탉 성당과 저녁에 더 운치 있었던 리조트의 등 장식을 보며 여유로운 다낭 해변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너무 알려지고 발전해서 예전만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 당시 다낭은 나에겐 휴식 그 자체였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인상에 대하여 (0) 2021.05.01 나도 '윤며들다..' (0) 2021.04.28 베트남의 또 다른 휴양도시, 달랏에서의 휴식 2편 (0) 2021.04.17 베트남의 또 다른 휴양도시, 달랏의 기억 1편 (0) 2021.04.13 기업, 스스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 (Assessment Survey) (0) 202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