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또 다른 휴양도시, 달랏에서의 휴식 2편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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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의 또 다른 휴양도시, 달랏에서의 휴식 2편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4. 17. 21:54

    달랏(Da Lat)에서의 3월 중순 주말은 선선한 날씨 속에서 평화로워 보였다.

     

    유럽의 성 같은 건축 양식의 호텔에서 금요일 밤을 지낸 후, 토요일 오전부터 천천히 달랏을 구경하기로 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서 그저 베트남 관광책자에 있는 유명 장소를 방문해 보고, 선선한 그 날씨만 즐겨도 좋을 것 같았다.

     

    베트남의 종교는 자유로웠는데 불교와 가톨릭을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었다. 달랏에 유명하다는 린 푸옥 파고다(Linh Phuoc Pagoda)는 불교사원으로는 화려한 모습이었다. 색유리와 도자기 조각을 모자이크 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의 절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신자들의 모습보다는 오히려 관광객의 발 길이 많은 듯했다. 대웅전의 거대 불상, 베트남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종탑, 여행객들의 소원을 적은 메모지 등,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지하에는 마치 귀신들이 나올 것 같은 지옥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사원 자체가 온갖 화려한 색채로 꾸며져 있어서 고즈넉한 종교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듯했다.

     

    호찌민 시내에서는 불교 사원과 가톨릭 성당들만 둘러볼 수 있었는데 다른 지역으로 나가면 의외로 베트남 특유의 종교가 발견되었다. 그중 하나는 까오다이교라고 했는데 불교, 도교, 유교, 이슬람교, 기독교에 토속신앙까지 합쳐 모두 혼합된 종교로 모든 신앙이 합쳐지면 비로소 평화로울 것이라고 했다. 사원 자체도 특이하고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그 종교의 상징이었다. 나 혼자 사원을 방문했을 때는 신도도 관광객들도 별로 없었다. 달랏의 하늘은 높고 푸르렀는데 한적한 외딴곳에 홀로 우뚝 서있는 낯선 종교의 사원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조용히 관광을 마친 후,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쭉럼선원(Thien Vien Truc Lam)이라는 불교 사원도 있었다. 죽림 선 수도원 이라고도 했는데 말 그대로 사원의 한 편에 수도원이 있고 그 지역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갖가지 예쁜 꽃 들이 꾸며져 있는 정원 같은 곳과 함께 자연경관이 마음속에 평안함을 안겨 주는 것 같았다.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좋았다.

     

    수도원에서 가까운 곳에는 폭포가 있었는데 다딴라 폭포 (Thac Datanla)라고 했다. 입구에서 약 15분가량 천천히 내려가니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앞에 이르렀다. 호찌민의 더위 속에서 보았다면 더 시원하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길은 1인 롤러코스터가 운행되었는데 언덕길을 다시 오르는 수고를 덜었다. 롤러코스터라고는 하지만 무섭지 않고 그저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 롤러코스터의 강도가 너무 센 탓인 듯했다.

     

    베트남 관광 책자에 달랏의 기차역 모습이 정겹게 느껴져서 가보았다. 노란색 건물의 기차역으로 들어가면 증기 기관차가 서 있는데 웨딩 사진을 찍기 위해 연인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프랑스 건축가가 직접 참여했다고 하는데 나름 달랏의 랜드마크라고 했다.

     

    달랏 시장이 유명하다고 하여 가보았다. 베트남에만 생산되는 듯한 야채, 채소와 과일부터 생활용품과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여행객의 입장에서 신기하게 구경하였으나 특별히 구매 품목이 정해지지는 않아서 구경만 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선선함에서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돌았다. 호텔로 돌아와 예약해 놓은 레스토랑으로 갔다. 꽉 차지는 않았지만 여러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알고 보니 달랏의 지역과 기후로 베트남 와인이 생산된다고 했다. 추천하는 와인 한 잔과 함께 프랑스식 만찬을 즐겼다. 아주 만족스러운 맛으로, 당황스러웠던 아침 식사의 맛을 잊게 해 주었다.

     

    호텔 치고는 저렴한 가격의 발마사지를 받았다. 피곤을 풀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일요일은 좀 더 느긋하게 보내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희한한 관광지이자 호텔이 있었다. 이름도 특이한 크레이지 하우스(Crazy House)였다.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떠오르게 한다고 쓰여있었지만 나는 잘 이해를 못했다. 베트남의 유명한 건축가 작품이라고 했다. 아주 큰 나무 둥지에 구불구불 나있는 계단으로 오르면 중간에 동물 캐릭터를 테마로 삼은 호텔 객실들이 있었다. 가다 보면 외길에 공중 다리도 나왔다. 놀이동산인지 호텔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실제 객실도 개방이 되어 그 안을 들어가서 볼 수 있었는데 구경은 좋지만 그곳에 실제로 묶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묶는 사람도 있어서 더 신기했다.

     

    달랏 대성당에 도착했다. 일요일 미사 시간이어서 실내로 들어가서 구경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호찌민의 여러 성당 모습도 그렇고 베트남의 성당들은 참으로 다양한 건축 양식과 분위기를 연출했다. 성당에서 가깝다는 베트남 마지막 왕의 여름 별장이라는 바오다이 여름 궁전을 구경하고 난 후,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달랏의 중심에 인공호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규모의 쑤언흐엉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 보랏빛으로 눈에 띄는 카페를 가 볼 생각이었다. 역시나 외국인들이 많은 그 카페는 실내 좌석도 많고 야외에서 호수를 느낄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달랏의 커피맛이 좋다고 하여 커피와 간식이 될 만한 디저트를 시키고 호수가 바로 느껴지는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마치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푸른 하늘, 흰구름, 눈 앞의 거대한 호수, 커피와 디저트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나의 플레이 리스트 선곡들을 귀에 꽂아 완벽함을 더했다. 

     

    그렇게 여유 있는 일요일 오후를 만끽하고 어제와 다른 메뉴로 좀 이른 저녁 만찬을 음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가면 예정된 시간에 호찌민의 내 집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달랏 자체는 좋은 지역이었다. 오랜만에 공기도 신선하고 적당한 기후가 나의 머릿속을 맑게 해 주었다. 관광을 위해서라면 주말여행 시간으로도 충분했다. 휴식을 위해서라면 좀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좀 지루할 듯싶었다. 짧은 기간 동안의 해프닝 때문이었는지 달랏을 경험한 것으로만 만족스러웠다.

     

    * Note :  어떤 새로운 장소를 갔을 때, 마주하는 사람들과 환경으로 그 장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아무리 유명한 곳을 가더라도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경험과 인상을 갖게 되면 장소에 대한 인식도 좋을 수만은 없다. 

     

    나에겐 안타깝게도 달랏이 그러했다. 그저 선선한 휴양지의 평화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도착한 달랏 자체는 아무 죄가 없었으나 오며 가며 느낀 안 좋은 감정들이 달랏을 좋은 이미지로만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달랏을 다녀온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광 책자로만 알고 있었던 달랏은 베트남의 또 하나의 특이한 고산 도시였다. 마치 높은 지역에 그들만의 다른 세상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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