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윤며들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4. 28. 19:00
얼마 전부터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년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4개 부문의 수상 쾌거를 거둔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올해는 독립영화인 "미나리"로 인한 관심 때문이었다. 올해의 미나리는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지만 수상 가능성으로 높은 부문은 여우조연상 후보인 윤여정 님이라고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제외하고도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여배우로는 윤여정 님 그리고 외국 여배우로는 오드리 헵번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롤 모텔들이었다. 세월에 따라 나이 들어가면서 윤여정 님과 오드리 헵번처럼 늙어가고 싶었다. 내외적으로 꾸준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은 결코 쉬는 일이 아니었다.
먼저 외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늙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요즘은 의료적인 좋은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들이 많다. 물론 여유가 있어서 좋다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또한 욕심을 많이 부리다 보면 어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나 중독의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고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자기 관리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건강 관리를 하다 보면 피부도 좋아지고 밝고 맑아진다. 노화에서 오는 신체적 변화는 건강을 유지하고 취약한 부분을 살살 달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외의 세월에서 오는 잔주름이나 탄력 떨어짐, 늘어짐 현상은 어쩌면 부수적인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존경하는 두 여배우들은 억지로 당기고 과도하게 주입하여 젊음을 맹목적으로 쫒지는 않는 듯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 그대로도 내 눈에는 좋고 충분히 매력적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어쩌면 내적인 부분이다. 교과서적이고 모범적인 이야기 같지만 점차 진실인 것 같아, 나 조차도 당황스럽고 더 힘들게 느껴진다. 자고로 사람은 40세 이후의 인상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또한 진실일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배우 윤여정 님의 TV 프로그램들을 눈여겨 즐겨 보게 되었다. 몇 년 전, 외국에 나가서 식당을 차려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작년 코로나 19 사태 이후, 해외 촬영에 제한이 걸리자 국내 지방 도시에 가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다. 함께 하는 후배 배우들과의 케미와 조화로움이 흥미로웠다. 어느덧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챙겨 보게 되었다. 재방송을 다시 보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단순히 재미를 떠나서 순간순간 느껴지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젊은 세대들도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연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꼰대 같은 면은 없고 그저 쿨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 든다고 했다. 내가 반한 이유도 같았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이상형이었다.
대화 상대를 불문하고 그 눈높이에 맞는 대화와 언어 구사력에 감탄하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도 그저 보기 좋다. 기분 그대로를 드러내는 표정, 때로는 어색함에서 오는 미소와 웃음도 이상하지 않다. 부자연스럽게 감추거나 과도한 꾸밈이 없어 오히려 좋다.
거기에 재치 있는 입담, 윗트와 유머감각에는 순발력이 넘쳐흐른다. 상황 파악과 두뇌 회전이 빠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언어와 유머 센스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할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배우고자 하는 노력만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듯하다. 정말 부러운 부분이다.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도 본인에게 어울리는 것을 매우 센스 있게 고르고 잘 소화해 내는 것 같다. 사람마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한 잣대도 각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나의 시선에서 그녀의 미적 감각과 취향은 내 마음에 쏙 든다. 젊음을 무리하거나 억지로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선과 정서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외적인 미적 감각으로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존경스러운 것은 스스로에게는 겸손하고, 타인은 배려하는 어법과 행동들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진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기다리던 아카데미 시상식 생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역시나 그녀의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은 빛났다. 아니, 수상자로 호명이 된 그 순간부터 자체 발광했다.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서 시상대로 나오기까지의 제스처, 잠시 다른 여배우 후보를 비롯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예의와 매너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첫인사말, 제작자이자 유명 배우인 브래드 피트에게의 유머, 본인 소개, 멋들어진 소감들.. 하나하나가 진심이 묻어나는 마음과 배려가 탑재되어 있었다. 나는 그저 보는 내내, '저 사람은 아주 큰 어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음이 따스해지고 뿌듯해졌다. 저런 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기분이 좋아졌다.
시상식이 끝나고 미국 L.A. 현지 총영사관에서 우리나라 기자단과의 만남의 자리가 잠시 방송되었다. 그런 대단한 시상식 자리에서 수상까지 한 후, 아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많은 질문 속에서도 핵심을 알고 답변하는 모습은 똑똑하면서도 꾸밈없고 진솔했다. 그런 순간적으로 나오는 답변들과 행동들에 꾸밈이 있기도 힘들겠지만, 다른 여유로운 자리였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후 며칠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의 언론에서 보도되는 윤여정 님의 시상식에서와 그 외 인터뷰에서의 그녀의 표현은 대단한 인기와 긍정적 효과로 가득 찼다.
나는 이미 윤여정 님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그야말로 '윤며들다'의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그녀가 존경한다는 정이삭 감독은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정감독을 가까이 겪을 수 없는 나는, 직접 겪었던 그녀의 말을 무조건 신뢰한다. 70대의 그녀가 40대의 어린 감독이 존경스러운 이유를 말하는 것을 듣고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사람을 볼 줄 알고 좋은 점을 그대로 높이 사고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릇인 것이다.
어렸을 때 외화를 즐겨봤다. 엄마와 언니들이 주말의 명화를 볼 때, 어린 나도 눈을 비비면서 옆에서 봐왔기 때문이었다.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날씬하고 상큼하고 예뻤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모두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늙어갔다. 과도한 꾸밈이나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인생 후반에는 봉사 활동을 많이 했다.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고 돕는 삶에 기여했다. 존경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의 주름진 얼굴이 더욱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였다.
이제 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인생길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그녀들이다. 본인들의 인생관은 뚜렷했을 것이고, 그것에 충실했을 것이다. 건강한 심신, 유머와 재치, 꾸밈없는 진실된 표현 등이 다른 무엇보다도 젊게 살 수 있는 이유였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감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예의와 배려는 그동안의 삶으로부터 배운 또 다른 양식이고 성품이었다. 그 모든 것이 귀엽고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이유였다.
* Note :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생의 롤모델을 발견했다.
나이 들면서 조금이라도 젊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도록 꾸준한 관리를 하고, 본인만의 원칙을 만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굴곡 있는 인생길에서도 원칙이 있는 삶, 본인은 겸허한 자세로 타인에게는 배려하는 마음, 그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고 그 어떤 순간에도 깨달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이 맑다, 밝다 라는 말이 좋아졌다. 세월이 가면서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맑고 밝아 보이는 사람이 결국 젊어 보이는 것까지 포함하여 무한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
내 인생의 이 시점에, 나의 롤모델을 발견하고 확실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격렬하게 존경하고 본받고 싶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 윤리, 직장내 성인지 교육 (0) 2021.05.05 첫인상에 대하여 (0) 2021.05.01 베트남, 다낭에서의 휴식 (0) 2021.04.24 베트남의 또 다른 휴양도시, 달랏에서의 휴식 2편 (0) 2021.04.17 베트남의 또 다른 휴양도시, 달랏의 기억 1편 (0) 202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