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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업무상 출장, '후에'로 가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5. 12. 18:37
25여 년 간의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의 직장생활은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그중 2013년 12월 초부터 2014년 6월 초까지 6개월간 베트남(Vietnam)의 경제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에서 해외 파견 업무를 담당하며 살게 되었다.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베트남 내에서의 출장도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후에(Hue)'라는 곳이었다. '후에'는 베트남 중부 지역으로 아주 옛날에는 베트남의 수도였다고 했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경주와 유사할 듯했다. 출장 중에 베트남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옛 수도인만큼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도 매우 강하고 특히나 예전에는 교육도시로도 유명해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충남의 공주와도 비슷한 분위기 같았다.
베트남 중부의 '다낭(Da Nang)'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후에(Hue)'와 또 다른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호이안(Hoi An)'까지 두루 여행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나는 '다낭'으로 주말여행을 짧고 굵게 다녀왔지만 그 기간 동안 '후에'나 '호이안'까지 방문할 여유는 없었다.
그러던 중, '후에'로 출장을 가게 되었던 것이었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한국 기업과 여러 나라에 있는 그들의 생산지로 출장 업무를 다녔다면, 베트남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기간에는 베트남 기업에 대한 파악과 그들의 생산지를 다니며 업무를 익혀 나갔다. 그러던 중, 베트남에서는 제법 유명한 업체의 생산지가 있는 후에를 방문하게 되었다. 프랑스 패션 업계까지 진출했다는 유학파 출신의 베트남 기업 대표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준비를 하고, 우리 회사의 미국 본사로부터 나온 직원 2명, 나와 베트남 지사 직원, 모두 4명 일행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새벽 호찌민을 떠난 국내선 항공기가 1시간여 만에 '후에'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지역부터 베트남의 다른 도시와는 색다른 분위기를 풍겨냈다. 도시 자체가 옛 수도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차량으로 이동되는 동안 연신 창밖으로 보이는 우아한 도시 모습을 구경했다.
이윽고 출장을 나와 그곳으로 도착한 미국 본사 직원 2명을 만나기 위해 호텔로 향했다. 그들과 만나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하며 그날의 일정과 회의 내용을 논의하기로 되어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은 정원 같은 곳에 예쁘게 꾸며져 있었는데 우리는 이메일로만 주고받다가 그날 처음 만나는 사이였으나 서로가 회사 동료임을 직감했고 반갑게 인사했다. 한 명은 조부모 세대부터 미국에 뿌리를 내린 일본계 미국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키가 큰 전형적인 미국인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아내도 우리 회사 직원으로, 나는 그의 아내와도 업무를 한 경험이 있었다. 모두 유쾌한 성품으로 우리 4명은 바로 한 팀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베트남 업체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바로 그들의 생산 기반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기업은 국가 기반의 기업과 민간의 사기업으로 나뉘어 있는 듯했고, 우리가 도착한 그날의 업체는 민간 사기업이었다. 그들만의 특수한 아이템(Item)을 기반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과의 거래가 이미 이뤄지고 있었고 우리 회사를 통해 미국 내 기반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목표가 간절한 듯했다.
긴장감 있는 첫 미팅(Meeting)을 통해 서로가 원하는 목표를 타진하려는 탐색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런 업무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해왔던 나였지만 베트남 기업이었고 처음 대면하는 자리여서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다소 긴 회의를 마감하며 그날의 업무가 끝났다. 우리는 각자 긴장과 집중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다시 미소를 찾기 시작했으나 급하게 몰려드는 허기에 빠르게 지쳐갔다. 업체가 그 지역의 유명한 전통 베트남식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었다.
도착한 레스토랑은 예술 그 자체였다. 마침 소나기 같은 비가 내렸는데 비 속에서 그곳은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예전 수도의 아름다운 고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궁 같은 장소였다. 베트남 다른 도시의 화려한 색채보다는 은은한 우아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자연 속에 자연과 어울려 역사 깊고 예술적인 장소에 베트남 가정식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그곳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어 우리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차례로 나오는 베트남 전통 요리를 음미하며 맛보았다. 호찌민이나 다른 지역과는 또 사뭇 다른 '후에' 전통의 맛과 함께 눈으로 즐기는 요리의 모습도 감동이었다. '후에' 지역에만 있다는 맥주를 권해 주었는데 마침 우리 일행 모두는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지역 맥주는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역 브랜드였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이후 호찌민으로 돌아와서 '후에' 지역 맥주를 찾았으나 그들의 말처럼 좀처럼 찾을 수 없었고 찾기 어려우니 더욱 그리워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식사로 배 속을 한껏 채운 우리는 비가 좀 잦아들자 그 주위의 정원을 구경하며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비 온 후, 살며시 안개가 끼었는데 그와 같은 분위기가 더욱 신비함을 더 했다. 호찌민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을 위해 다시 동료들의 호텔로 가서 짐을 챙겼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후에' 관광을 하고 싶었으나 업무를 마감한 뒤, 당일 코스로는 무리였다.
그저 몇십 분간의 여유로 호텔 정원에서 지역 맥주를 다시 맛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호찌민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맥주 맛을 한 번 더 느껴야 하는 절박함과 비 온 후 개인 날씨는 다시 더워졌기 때문이었다.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또다시 '후에'라는 지역을 눈으로 담기 시작했다.
* Note : 베트남에 머무른 기간 동안에 '후에(Hue)'와 '호이안(Hoi An)' 지역을 제대로 관광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른 지역 계획을 먼저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다낭'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시간을 더 내어 들렸어야 했다.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같은 회사 소속의 직원들과 서로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났으나 이상하리 만큼 바로 친해졌다. 다행히도 서로 잘 통했고 유쾌한 대화가 빠르게 가능해졌다. 우리는 호찌민으로 향하는 '후에' 공항에서도 여전히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호찌민도 초행길이었다. 내가 처음 외국인으로서 도착한 호찌민에서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전수해 주기 시작했다. 강한 동질감으로 연대한 그들에게 짧은 출장 업무 기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맛 집과 마사지 숍, 쇼핑 코스를 알려 주었고 그들은 내게 열렬한 믿음을 표현했다. 짧고 굵은 업무상의 인연, 또 하나의 유쾌한 만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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