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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나트랑'은 가봐야 한다고 했다, 과연 그러했다.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5. 15. 22:03
25여 년 간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서 근무했던 나는, 2013년 12월 초부터 2014년 6월 초까지 6개월간 베트남(Vietnam)의 경제 도시인 호찌민(Ho Chi Minh)에서 해외 파견 업무를 하게 되었다.
6개월 동안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나만의 휴식을 위한 주말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거의 마지막 여행지로 여러 군데를 고민한 끝에 선정한 곳은 나트랑(Nha Trang)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기회가 되면 거의 한 번은 가는 여행지 같았다. 하지만 이후 워낙 유명한 휴양지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다 보니 정작 베트남 사람들은 좀 더 조용하고 평화로운 다른 곳을 찾는다고 했다.
2014년 5월 중순의 어느 금요일 저녁, 나트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다낭(Da Nang)처럼 나트랑도 공항에서 휴양지의 호텔까지 수월하고 빠르게 도착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근무지인 호찌민에서 예정된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휴양지인 나트랑의 공항을 통과하여 호텔까지 용이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 중에 하나였다. 마음만 먹으면 나처럼 주말여행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출장 시 자주 이용했던 글로벌 브랜드 호텔이 그 당시 특별 행사 기간이어서 꽤 괜찮은 비용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다낭과는 달리 리조트 식이 아닌 호텔이었으나 호텔 내 야외 수영장 시설이 아주 훌륭했고, 그대로 바로 길만 건너면 나트랑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변에는 호텔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금요일 밤, 편의 시설이 아늑하게 구비된 호텔에서 편안한 깊은 잠에 빠져 들었고, 토요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대체로 바닷가 휴양지의 호텔이나 리조트의 방에는 야외 테라스가 잘 구비가 되어 있어서 밖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기온이 올라가는 시간에는 내리쬐는 햇볕으로 덥지만, 테라스의 소파에서 바닷가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나트랑 관광에 나섰다. '포 나가르 참 사원(Ph Nagar Cham Towers)'을 방문했다. 고대 참파 왕국의 유적지로 인도의 영향을 받은 힌두교 사원 단지라고 했다. 앞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왓과 베트남의 또 다른 지역인 다낭 등 유적지를 구경한 뒤라 왠지 비슷한 분위기의 유적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황토색 색채가 뚜렷한 유적지를 여기저기 둘러보고 땀을 흘리면서도 정상까지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유적지의 모습은 또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불교 유적지로는 '롱선사(Long Son Pagoda)'가 있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용 장식이 눈에 띄는데, 절 자체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두 개의 커다란 불상이었다. 본당 뒤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왼 편에 거대한 크기의 누워있는 불상, 와불상이 놓여 있었다. 내 기억으로 누워있는 불상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언덕을 꼭대기까지 오르면 다시 커다란 크기의 앉아있는 불상, 좌불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불상 크기도 큰데, 불상 밑의 연꽃잎 받침 조각도 커서 나트랑 시내에서도 웬만하면 그 불상을 볼 수 있었고 그 불상의 자리에서도 나트랑 시내가 잘 내려다 보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의 서있는 불상 크기도 아주 큰데, 베트남 나트랑의 와불상, 좌불상이 견줄만하다고 생각했다.
이어 '나트랑 대성당(Nha Tho Nui)'으로 향했다. 베트남의 여느 가톨릭 성당이 그렇듯 프랑스 선교사에 의하여 예배당이 들어선 이후, 나트랑의 성당은 네오고딕 양식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했다. 성당의 건축물 양식이 내가 베트남의 다른 지역에서 봐왔던 것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성당 외부에 역대 신부님들의 묘소와 신자용 납골당 그리고 성경의 주요 인물상 등이 꾸며져 있었다. 내가 간 시각에 마침 해넘이와 함께 막 떠오르는 달 모양의 윤곽이 드러나서 성당 첨탑 주변의 고딕 양식과 어우러져 성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서 나트랑의 명장면으로 간직하고 있다.
유독 외국 자본이 나트랑의 외식업계와 숙박업계까지 많이 흘러 들어갔다고 했다. 유럽인들, 특히 러시아인들이 많이 진출했다. 단순 여행객들은 제외하고도 호찌민에서처럼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소들이 많은 듯한 지역이었다. 해변가를 중심으로는 역시나 해산물 레스토랑이 많았다.
예전에 베트남 호찌민 지사의 초대 책임자로 우리나라 지사의 임원분이 파견된 적이 있었는데 나의 옛 상사 분이기도 했었다. 언젠가 베트남에서 들어오시면서 머드(Mud), 진흙 성분의 얼굴 마사지 마스크 팩을 직원들 선물로 가져오신 적이 있었다. 베트남에서도 나트랑 머드팩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그곳에 가보니 과연 일리가 있는 듯했다.
짧지만 알찬 나트랑 관광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석양 속의 해변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호텔 앞 도로를 건널 때에 호텔 직원의 인도와 안내 서비스를 받았다. 호텔에서 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로 앞 도로는 넓지는 않았으나 오토바이와 차량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내어 달려서 투숙객들을 위한 호텔 측의 안전 서비스 같았다. 해변에도 호텔 관리 지역에는 여러 편의 시설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다 가까이 가니 파도가 제법 세게 내리쳤다. 더운 날씨 속에서 시원함을 느꼈지만 높은 파도였다. 알고 보니 나트랑의 바다는 거친 파도가 있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다낭을 비교적 온순한 엄마인 여성의 바다, 그리고 나트랑은 제법 거친 남성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파도의 세기에 따라 지역을 성(Gender)의 차이로 비유한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 그들은 그렇게 표현했었다.
다음 날인 일요일에도 나는 나트랑의 해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즐겼다.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품은 모래사장이 되기 전에 해변과 모래사장, 바다를 만끽했다. 높은 파도 속에서 젊은 여행객들이 수상 레포츠를 즐겼다. 나는 파도가 센 바다보다는 호텔로 돌아와서 야외 수영장의 시원한 물속에서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수영장의 물은 시원하면서도 스파처럼 물 파장을 이용한 물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었고, 수영장 내의 물 파도로 재미를 더해주었다. 여기저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주말의 휴식 시간을 보냈고 그 안에 나도 있었다.
일요일 늦은 오후 나트랑을 출발하여 초저녁에는 다시 호찌민의 도심으로 수월하게 돌아왔다. 다낭처럼 주말여행으로 무난한 바닷가, 나트랑이었다.
* Note : 6개월간 호찌민에서 근무하면서 계획하는 주말여행은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다.
베트남의 여러 지역을 가보았으나, 아직 또 많은 다른 지역이 궁금한 나라이다.
2020년 작년부터 온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언제 또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는 즐거움을 다시 되찾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동일한 소망일 것이다.
호찌민만큼이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국적인 해변의 나트랑, 뜨거운 태양 아래 빛났던 그 해변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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