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매너(Manner)부터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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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작은 매너(Manner)부터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6. 2. 18:55

    졸업식만을 남겨둔 대학 4학년 12월 중순,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 입사하게 되었다. 2주 정도 지나고 1월이 되자, 본사로부터의 직원들과 바이어들이 물밀듯이 출장을 나왔다. 나의 세대, 문법 위주의 한국식 영어 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머릿속에 영어 단어들을 배열하여 보았지만 막상 입을 떼기 어렵고 창피하고 긴장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러면서도 인상 깊은 것 중에 하나는 직원들 모두 그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게 매너(Manner)가 아주 좋았다. 똑같은 행동을 하는 무리 속에 살다 보면 느끼지 못했던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이 와서 보여주는 좋은 행동들과 비교가 되었다. 미국 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문을 열어 주었는데 회사 내에서 뿐만 아니라 높은 우리 회사 빌딩을 오가며 모든 입주사 여자들에게 똑같은 매너를 보여 주었다. 그냥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어려서부터 교육받아 몸에 베인 행동이었다.

     

    그들이 왔다간 후, 나는 매번 빌딩 현관을 오가면서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였는데, 내가 20대 입사할 당시의 한국인들의 매너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얄밉기까지 했다. 물론 남자가 힘이 더 세거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등의 역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당연히 여자도 기본 매너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람이 세거나 추운 겨울날 양쪽 호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공공연하게 담배를 물고 (그 당시는 딱히 금연 구역이 지금처럼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 않았다) 자기 손 하나 안 쓰고 오히려 남이 열어준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 오거나, 남이 먼저 문 열기를 기다리는 남자들을 볼 때면 뒤통수에 꿀밤이라도 한 대 콩하고 주고 싶은 상상을 할 정도였다.

     

    거의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바뀌었다.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기본적인 매너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일부 몰상식한 경우도 아직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좀 꾀를 부릴 때가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밖에서 공공장소에 이르게 되면 최소한의 손 만짐(Touch)을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쓸데가 있다. 건물의 현관문을 들어갈 때, 손잡이를 잡기 싫어서 주위를 살핀 후 발로 미는 경우가 있다. 당겨야 할 경우나 문 자체가 너무 무거울 경우는 순간적으로 난감해한다.

     

    차를 여러 명이 같이 탈 경우, 나는 내가 먼저 내리게 되면 그냥 습관적으로 남은 다른 차문을 열어줄 때가 많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나의 습관 중에 하나이다. 뜻밖에도 안에 있던 나오려던 사람이 무지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 작은 기쁨을 주는구나 생각된다.

     

    내가 운전을 할 경우, 어느 순간 출발하기 직전 함께 탄 사람들에게 '출발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함께 동승한 사람들이 출발 준비를 하길 원함이었다. 안전벨트를 매거나, 액체를 마시던 사람이 주의를 하거나, 여자 중에는 입술을 바르는 등 화장을 할 경우 조심하라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호감 가는 연예인의 행동을 무심코 본 후 따라한 것에서 시작된 것인데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평소보다 매너 없는 사람들이 종종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경우 중에 하나는 깜빡이 라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아빠로부터 운전 교육을 받았던 나는, 인내심 많으셨던 아빠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깜빡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깜빡이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운전자들을 위한 것이고 중요한 매너이지만 그것은 결국 나의 안전과 관련 있다고 하셨다. 좋은 차, 좋은 성능이 나날이 발전하는데 왜 사용해야 할 당연한 순간에 사용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들이 많다. 짜증 나는 순간들이다. 혼자 '네 차는 깜빡이가 없니' 하게 된다.

     

    에스컬레이터(Escalator)에 대부분은 한 사람이 한 칸씩 서지만 간혹 일행이 같이 나란히 서는 경우나 혹은 혼자서도 한 칸의 중간에 버티고 서있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급해서 먼저 가길 원하는 다른 사람은 없는지 혹은 물건을 많이 들고 배달하는 사람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지 살폈으면 좋겠다.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살피지 않을 수는 있지만, 알고도 끝까지 잘 안 비켜 주는 사람이 최악이다.

     

    대중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본인의 목소리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물론 선천적으로 성량이 굵고 크고 울림이 있을 수는 있다. 독서실 같은 각별히 조용히 해야 하는 장소 외에 대화를 나누는 장소라면 자유롭게 이야기 꽃을 피울 수는 있지만 유독 너무 크게 떠드는 것은 아닌지 정도는 살폈으면 좋겠다. 가끔 너무 소란스러울 정도로 커서 그 방향으로 보게 될 정도가 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의식적으로 작게 말하려고 그래도 조금은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 상식적이지만, 말해도 되는 장소인데 뭐 어떠냐 하는 식의 표정이면 꼴 보기 싫다.

     

    작년부터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가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욱더 주위를 살피고 조심해야 한다. 마스크를 끼고도 재채기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팔로 입을 감싸게 된다. 습관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 가는 좋은 매너 습관은 소소한 기쁨으로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

     

    * Note : 글로벌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 남자들은 매너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는 편견과 선입견에 휩싸여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내가 20대였을 때는 근거 없는 편견과 선입견이 아니었다. 그 당시만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남성 우월의 조직 분위기 속에서 남자가 조금이라도 여자를 위하는 행동이나 말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자를 위하는 말과 행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 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습관화하라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좀 더 사회화되고 교육에 의하여 그나마 세련되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꼴 보기 싫었던 것은 본인이 마음이 가는 사람 앞에서만 쇼를 하듯 매너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까워지거나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이 되면 더 함부로 대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쇼, ~ 인 척하는 것이지 진심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했고 그중에는 물론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도 만들어졌다.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는 눈살 찌푸리는 일도 발견된다. 너도 나도 모두가 조금씩 분발하길 바란다. 좋은 행동은 결국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길 바란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아이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이고 습관화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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