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라디오, ON 하는 습관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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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와 라디오, ON 하는 습관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5. 22. 18:17

    25여 년 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습관이 있었다. 글로벌 회사(Global Company)에 다니면서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긴 이후, 가끔 해외 출장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두 번 정도 몇 개월에 걸친 해외 파견 업무 기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호텔방에 들어가면 완전히 나만의 공간에 놓이게 되었다. 집만큼 여유롭지는 않지만 그 공간에서는 오롯이 나만의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언니 3명이 있었던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만의 공간이 좋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했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너무 조용한 분위기가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다.

     

    호텔에 도착하면 일단 모든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부터 했다. 짐을 풀어 정리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그 방 안의 상태가 양호하고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지 확인했다. 그래야 부족한 것을 미리 주문한다든지 시설 확인을 요청한다든지 최악의 경우 방을 바꿀 필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양호한 상태이면 TV를 켜서 원하는 채널을 찾았다. 방 안의 기온을 적당히 맞춘 후, 짐을 풀어서 정리하고 씻고 일정을 점검했다. 무엇을 하든지 TV를 켜거나 음악이라도 켜서 방 안의 적막함을 없앴다. 내가 머무르는 동안에는, 잠을 자는 시간과 극도로 집중해서 업무를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항상 TV 또는 음악이 켜져 있었다.

     

    출장으로부터 시작된 그 습관은 이후로 계속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독립 세대를 이루었다. 외출로부터 돌아오면 TV부터 켰다. 외출하여 혼자 차 운전을 하게 되면 어김없이 라디오를 켜거나 음악을 들었다. 그 어떤 장소와 공간에서도 혼자 있을 때는 TV 또는 라디오의 ON 스위치에 먼저 손이 갔다.

     

    그렇다고 모든 프로그램을 제대로 집중하여 보거나 듣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살림을 할 때에도, 운동을 할 때에도 계속 뭔가의 소리는 항상 들리게 해 놓는다. 잠자는 시간과 매우 집중해야 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뭔가를 켜놓는다.

     

    자연스럽게 오며 가며 보거나 들으면서 주워 얻게 되는 정보들이 많아졌다. 연속해서 계속 봐야 하는 연속극이나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뉴스들을 빠짐없이 챙겨 보고 흥미가 가는 예능 프로그램, 가끔은 관심 가는 건강 프로그램 그리고 많이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대표적인 외국 뉴스 채널 등을 돌려가면서 틀어 놓는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현실적인 잡동사니 정보들은 웬만하면 알게 되었다. 

     

    라디오는 라디오 프로그램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분위기에 따라 DJ의 잦은 멘트 없이 음악만 들었으면 하는 상황도 있지만, 재치 넘치는 DJ의 성향이 돋보이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동안 몰랐던 사람의 매력과 성향을 음성으로만 전달받으면서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마음에 여유도 없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여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관심 자체가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소식과 정보들을 TV 나 라디오를 통하여 보고 듣고 알아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드라마, 특히 연속극은 예전보다도 덜 보게 되었다. 연이어서 챙겨봐야 하는 것이 왠지 무엇인가를 계속 기다리거나 내가 어떤 것에 구속된 것 같아 싫었다. 하지만 채널을 바꾸다 보면 장면들이 보이기도 하고, 인기 있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사방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서 등장인물과 대충 어떤 것인지는 알게 된다. 정말 유명한 것은 마지막 편만 보기도 한다. 그런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자유롭다는 것이 그런 것 아닌가? 개인적인 습관과 취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가는 것,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살아가련다.

     

    * Note : 어쩌면 적막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나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저 습관적으로 TV 또는 라디오 같은 전달 매체를 켜놓고 오며 가며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히는 나만의 방식이다.

     

    물론 나도 모바일폰을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기기에 계속 매달려 있는 것은 다소 피곤한 일이다. 자세나 눈 건강에도 좋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듣기만 하는 오디오로써의 역할과 상대적으로 큰 화면의 효과가 더 편한 나이인가 보다. 

     

    그냥 나의 방식대로, 습관대로, 남에게 피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렇게 살련다. 오늘도 ON 스위치에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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