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알러지(Allergy)현상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6. 8. 18:41
심신 모두 건강함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도전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젊었을 때는 건강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다. 학업에 이어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하고, 맛있는 것 먹고, 잘 자는 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떤 또래 모임이든 나가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면서 시작되는 건강 이야기는 어느덧 대화의 중심을 이루게 되면서 약간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이렇게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을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다른 수많은 주제로 돌렸다가도 결국 건강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헤어졌다.
특별한 병명이 없더라도 몸이 쳐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들이 늘어갔다. 작년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1년 반이 넘은 이 상황에 사람들 모두 지쳐가고 있다. 그러면서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보고 듣게 되었다.
40대 초중반부터 이상한 현상들이 발견되었다. 그날은 여느 때와 같이 직장에서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한 후, 커피와 함께 간단한 디저트를 즐겼다. 그때부터 눈 주위가 약간 가렵기 시작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눈 주위가 이상하게도 극도로 가려워지기 시작했는데 평소에는 없었던 느낌과 강도였다. 눈 주위가 붓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거울로 봤더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양쪽 눈의 앞 쪽 가장자리로부터 부어오르기 시작했는데 유독 한쪽 눈이 더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 은근히 가려운 것이 아니라 마치 보이지 않는 수백수천 마리의 미생물 같은 것이 눈 앞쪽 가장자리 부위를 공격하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 내에 다른 직원들이 놀랄 정도로 부어서 무슨 방법을 취해야 했다. 누군가 알레르기 같다고 하여, 회사 건물 뒤에 있는 내과로 달려갔다.
나이 많으신 의사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뭔지 모를 급성 알레르기가 왔다며 주사와 약 처방을 해주셨다.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시간 대비, 가라앉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2~3일 동안 서서히 가라앉았다. 생애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그날 먹은 음식들을 생각해 봐도 특이한 것은 없었다. 함께 있었던 다른 직원들은 모두 괜찮았다.
학창 시절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간혹 몇몇 사람이 알레르기 증상을 겪는 것을 본 적은 있었다. 흔히, 복숭아, 사과, 우유와 달걀 같은 유제품, 견과류, 껍질이 견고한 해산물 등의 음식물과 개와 고양이의 털이나 집먼지 진드기 등이 흔했는데, 나의 경우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 후로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유사한 증상이 반복되었다. 짧게는 2달에 한 번, 몇 달에 한 번 꼴로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왔다. 증상은 거의 비슷했다. 이상하리 만큼 갑작스럽게 눈 앞 가장자리가 가렵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너무 많이 부어서 콧대와의 경계선이 없어지고 마치 영화 '아바타'의 형상이 되어 버렸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보톡스라도 맞은 줄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정도, 아니 그 보다도 심각하게 부었다.
몇 번 경험하고 난 뒤에는 조금이라고 가렵기 시작하면 보이는 병원으로 서둘러 가야 했다. 내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등 급한 대로 달려가서 바로 처방을 받아도 부기가 빠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처음에는 음식물에 문제가 있나 의심했다가, 사용하는 화장품에 문제인가도 생각해 봤는데 어느 날은 내내 괜찮다가 집 동네의 짐(Gym)에 도착한 후 증상이 시작되어서 먼지 같은 성분인가도 의심했다. 나도 알 수 없는 알레르기 현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쨌든 계속 눈으로만 찾아왔지만 언제가 다른 곳으로 올 수도 있다고 했고, 만약에 목으로 오면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응급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회사의 다른 임원분이 그런 경험을 한 후로는 항상 비상약을 챙긴다고 했다. 사실 그분도 이전에 눈이나 다른 부위로 알레르기를 경험했었다.
원인과 이유, 대책을 찾고 싶었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갔다. 그때도 알레르기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의사는 그런 일은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본인도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다. 수많은 알레르기 증상은 있을 수 있고, 원인은 다양하고 매번 다른 원인으로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 검사를 할 수도 있고 본인도 해 보았다고 했다. 사람마다 여러 가지로 나오고 그것을 알아도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여러 요소가 나오는데 살면서 그 모든 것을 피하면서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이미 어디선가 들었기도 했고 의사의 말이 신빙성 있게 들렸다. 본인도 뭔가 이상하면 그냥 빠르게 알레르기 약을 복용한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그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어 다양한 요소로 인하여 쉽게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면역력이 좀 더 강해지면 똑같은 요소에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 시절에 내가 가장 심신이 지치고 내 생각보다 스트레스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하고 견디면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이미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 모르는 알레르기 증상을 대비하기 위하여 항상 알레르기를 대비한 비상약을 지참하고 다녔다.
40대의 몇 년간 동안, 일 년에 잊을만하면 몇 번 발생했다. 주위 사람들이 불시에 찾아오는 나의 알레르기 현상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느 순간 다급하게 "그분이 오셨어!!!" 하면 알레르기 증세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알레르기약을 반드시 준비했지만, 출장 업무 중에 발생할까 봐 걱정하는 것 자체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었다.
25여 년 간의 직장생활을 일단락 지었다. 심신이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 이후로 급성으로 찾아왔던 알레르기 증상은 점차 사라져 갔다.
정말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의 축적, 면역력 저하 등이 원인이었단 말인가.
지금도 환절기 때나 아주 가끔 눈 주변이 가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예전에 겪었던 급성 가려움과는 좀 다르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좀 많이 가려우면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고 하루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곤 한다. 알레르기 약 성분에는 상당한 수면 효과가 있다. 약 성분 때문에 너무 졸려서 푹 자고 일어나면 회복이 빠른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알레르기 약을 먹고 일을 했는데 긴장 속에 수면 효과까지 극복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자고 쉬는 것이 절대적으로도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내가 새삼 불쌍했다는 생각이 든다.
* Note : 다행히 여태까지 살면서 좋아하고 맛난 음식들은 자유롭게 먹고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부디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몸 상태를 관찰하고 취약점을 알고 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알레르기 정도라고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치명적으로 올 수도 있는데 어떻게 찾아 올진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내 인생에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40대에 처음 알았다. 건강은 함부로 자신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스트레스 조절과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삶의 소소한 멘토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에서 유럽 개인 기업인을 첫 대면하다. (0) 2021.06.15 내가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0) 2021.06.12 나도 폐소공포증?! (0) 2021.06.05 아주 작은 매너(Manner)부터 (1) 2021.06.02 이제라도 시작해야 하는 것들 (0)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