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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폐소공포증?!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6. 5. 18:18
사람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극명한 장단점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강한 면과 조금은 약한 면이 있을 것이다.
대중 매체를 통하여 각종 건강 관련과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접한다. 심신 모두 건강하게 살다 간다는 것 또한 매 순간 도전인 것 같다. 그중 공포증에 대한 것도 다양했다. 고소공포증, 폐소 공포증 같은 것 말이다. 요즘은 공황장애라는 증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공포심은 나 또한 갖고 있다.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서 두려움 전혀 없이 밑을 내려다볼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무서움이 있지만 높은 곳에 굳이 올라가서 즐기는 다양한 활동(Activity) 경험들을 하는 것은 그것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굳이 하늘로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것과 바다나 땅 속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전자, 즉 하늘로 높이 가는 것을 택할 것이다. 하늘로 올라가거나 날아가는 것은 왠지 대부분 눈의 가시권에 잘 들어오는 상황일 것 같다. 하지만 땅 속이나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뭔가 어둠, 답답함을 느낄 것 같아서 막연한 두려움이 배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수준의 두려움은 있지만 고소공포증은 절대 아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보통 평균 정도로 극복하고 어떤 면에서는 약간 즐기는 수준이다.
젊은 시절, 놀이기구를 골고루 탔고 번지 점프의 경험도 있으니 아주 양호한 수준이라고 해도 되겠다.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하늘, 공중에서 하는 활동들은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반 백 살 넘게 살아오는 동안 내가 고소공포증 같이 명명하는 다른 종류의 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약간 주저하는 현상들이 있었고 심각하지는 않지만 나만 알고 있는 불편한 현상들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닫혀 있다고 생각되는 공간이 불편했다. 그곳에 있는 동안은 나의 의지대로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되는 공간이었다. 주로 평소보다 어두운 공간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Elevator)를 탈 수는 있지만 일단 타면 내리는 것을 기다리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높은 빌딩까지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경험도 있다. 탈 수는 있지만 내리기까지 내릴 순간을 기다린다.
내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다른 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터널이 그저 반갑지는 않다. 터널은 길을 내고 시간을 단축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다소 어둡고 그 안에 있는 동안은 되돌아 갈 수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빨리 그곳을 빠져나가길 기다리게 된다. 여행을 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아주 긴 터널을 통과할 때면 그저 빨리 통과하길 기다리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터널이 아주 길 경우는 계속 '와, 기네, 정말 길다, 언제까지 이어지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언젠가부터 영화 극장에 직접 가서 보는 일이 줄어들었다. 정말 특별한 경우는 물론 기꺼이 가서 보지만, 아무리 흥미로운 영화나 공연을 보더라도 1시간 정도 지나면 나도 모르게 시간을 보게 된다. 얼마나 더 있어야 끝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못 자는 경우는 단순이 잠자리가 바뀌고 시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출장이나 여행을 다닐 때, 비행기 안에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사고나 위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은 아니다. 먹고 씻고 보고 할 것은 다한다. 내가 비행 중에 1시간 넘게 숙면을 취한 경우는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 같다. 25여 년 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꽤 많은 출장 경험이 있었다. 너무 피곤하거나 업무 일정의 긴장이 풀려서 거의 기절하듯 잠을 이룬 몇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업무 출장 중에 장거리 여행은 비즈니스석을 예약해 주는데 나의 키 대비로 하면 다리를 완전히 뻗을 수 있어서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견디다 못해 그냥 눈이 너무 피로해서 감고 있을 수는 있지만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숙소의 침대에 눕는 순간 곯아떨어졌다. 우리나라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행 내내 못 자다가 도착하여 공항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차창에 머리를 부딪치면서까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혼자 속으로 엄청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긴 세월 동안 살면서 위와 같은 현상들에 대하여 아주 심각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이것도 일종의 경미한 폐소 공포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공간에 있는 동안은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였다. 엘리베이터, 터널, 비행기 등은 내리고 나오는 순간까지는 어쨌든 그 공간 안에 있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공연 극장 등은 정말 못 참겠으면 조용히 슬쩍 나올 수는 있다. 그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나 어쨌든 한동안 참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다소 어두운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밝은 공간을 좋아한다. 빛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엘리베이터, 터널, 비행기, 극장 안 등이 모두 평소보다 어두운 곳들인 것이다. 대부분 땅 속으로 다니는 지하철 보다, 지상으로 달리는 버스를 선호하게 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 보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증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은 없다. 상황 그대로 다 이용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지 선호도에서 뒤떨어지고, 그 상황에 있으면 그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타인들이 느낄 만한 증상도 없다.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도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직장에서 나의 외국인 멘토(Mentor)가 있었는데 멕시코/이탈리아 부모로부터 태어난 그는 러시아인 와이프가 있었다. 그녀가 비행기를 타면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비행기 공포증인 것이었다. 다행히 못 탈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탑승 후 내릴 때까지 계속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로 있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비행 중에 맨 정신의 와이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폐소 공포증이라고 굳이 단정 지어 말하지 않은 것은 일상생활에서 크게 제약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증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상황을 선호하지 않는 수준이다.
* Note : 스스로 무엇에 강하고 무엇에 약한지를 알고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정신적인 면에 결부된 것은 본인 스스로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어느 순간 특별히 증세가 있을 때, 알고 적절한 의료기관에 찾아가거나 적합한 도움이나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냥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한순간 컨디션이 나쁘거나 그 순간을 잘 견디면 괜찮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복되는 패턴이고 일정한 상황에 나타나는 증상 중에 하나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취약 부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나와 동반하여 살아가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편함을 줄이고 되도록이면 피하는 방법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이다. 깨달음의 차이이다. 그리고 알고 깨달아야 스스로에게 좀 더 편한 방법을 알아갈 수 있다. 인정해야 하는 순간은 쿨하게, 그리고 나만의 삶의 방식을 지혜롭게 찾아가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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