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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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6. 12. 20:41

    2015년 말이었으니, 그 당시는 50대가 되기도 전이었다. 하지만 공사다망하고 심신이 피로하여 지쳐가던 40대였다. 

     

    대상포진이라는 병명은 익히 알고 있었다. 옛날에 친한 지인 중에 한 명이 이른 나이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고생하는 것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지인은 스트레스가 심했었고 과로를 동반했었다. 가까이서 보지 않았다면 대상포진이라는 병 자체를 잘 모르거나 증상과 원인도 모르고, 얼마나 주의 깊고 조심스럽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었다.

     

    대상포진은 대게는 중년 이후,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걸리기 쉽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인도 예전에 정말 힘든 시기를 지냈던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일반 병원에 몇 년 전부터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주사도 생겼다. 하지만 일정 나이 이상이 되어야 접종 가능하고 접종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예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예방 주사의 효과가 완벽한 수준은 아니고 그렇지만 접종 후, 병에 걸리면 상대적으로 약하게 진행될 수는 있다고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정 나이가 되지 않으면 예방 주사 접종 자체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2015년 말 즈음, 깊은 생각 끝에 이듬해에 직장 생활을 일단락할 것을 고려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12월 초순에 예정되었던 인도네시아 출장도 계획대로 수행했다. 그야말로 공적 사적으로 정신없이 바빴지만 나이 어린 후배 직원을 데리고 한국의 겨울에 인도네시아의 뜨겁고 더운 날씨 속으로 출장을 떠났다. 

     

    출장 전에도 계속 바쁜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는데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하자 또 다른 빡빡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나라였다면 교통 문제라도 과부하가 덜 했겠지만 인도네시아의 교통 지옥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갈 때마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공항 도착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길 위의 차 안에 있는 시간이 어쩌면 제대로 업무를 보는 시간보다 많은 것 같이 여겨졌다. 그때가 첫 출장이었던 젊은 후배 직원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쨌든 계획되었던 업무를 보고 귀국했다.

     

    서울로 도착한 이후로도 연말 전에 해결해야 하는 일들로 정신이 없었다. 가정사도 더했다. 12월 중순이 지나고 말이 되는 시점에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뭔가 감기 몸살 기운인 듯했는데 평소의 감기 증상과는 또 달랐다. 몸살이 더 심한 것 같았다. 감기 몸살 약을 먹고 푹 잔다고 자도 개운치 않았다. 일단 약 기운으로도 쉽게 잠들 수도 없었고 피로가 계속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가슴 쪽이 담 걸린 것 같이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어느 날, 자세히 보니 흉부 부위에 작은 물방울 같은 염증이 생긴 것 같았다. 직감으로 설마, 대상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되도록 빨리 내과를 찾았다. 의사에게 대상포진인 것 같다며 증상과 함께 염증을 보여 주었다. 안경 너머로 놀란 두 눈을 한 여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상포진이라고 했고 바로 처방전과 주의할 점을 알려 주었다.

     

    나 자신도 화들짝 놀랐다. 내가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바로 내가 대상포진이라는 병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졌다. 대상포진은 원래 하루, 한시라도 빠르게 발견하고 즉각적으로 항바이러스제 복용 등 치료를 해야 후유증이 덜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먼 기억 속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수두를 앓은 적이 있었다. 운동회인지 소풍인지 그 시절 즐거운 행사를 앞두고 수두를 발견하여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슬펐던 기억이 있었다. 그 당시 수두는 접촉하면 면역력이 약한 다른 학생들에게 전염된다고 했다. 정작 어린 나는 초기에는 다른 고통은 없었다. 그래서 학교의 즐거운 행사에 못 가는 것이 더 속상했다. 수두의 증상으로 하루 이틀 뒤로 얼굴과 온몸에 수포 염증들이 생겨나고 무척 가려운데 가렵다고 함부로 긁으면 상처가 되어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의사와 엄마의 말씀에 겁에 질렸던 기억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때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긁었는지 지금은 거의 티가 안 나지만 한쪽 눈썹 위로 아주 작은 상처가 남아 오래도록 신경 쓰였다.

     

    바로 그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가 몸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스트레스와 과로로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발병하는 것이 대상포진이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수두를 겪었던 내가 40대에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의사는 내 스스로 대상포진을 예견한 것에 더 놀란 것 같았다. 발견 즉시 적어도 1주일 동안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 그나마 발견이 빨라서 약을 1주일 동안 처방받고 흉부에 생겨났던 물집 같은 수포들도 서서히 나마 잦아들었다. 그리고 대상포진의 전염성은 극히 제한적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상포진의 무서운 점 중에 하나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발병 때부터 무척 고통스러운 통증이 시작되기도 하고, 1주일간 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치료 후에도 통증은 살아서 계속, 기약 없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했다. 1주일 간의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투여한 후에도 계속되는 통증은 내과의 손을 떠나 통증 의학과 같은 전문과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내가 알고 비교적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바로 받은 점이 그나마 유리했다. 1주일간의 내과 치료로 증상은 잦아들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대상포진은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되고 면역력이 저하될 경우, 또다시 몸속에 내재되어 있는 수두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다시 걸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말을 들으니 걱정이 되어 예방 주사라도 맞아 놓을까 생각했지만 그 당시에는 나이가 안되어 접종이 불가했었다. 

     

    남들이 보면 대체 몇 년 전까지 무슨 일을 했길래 그 나이에 대상포진까지 걸렸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 저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고 본인에게 닥치지 않고는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제는 그냥 스스로의 몸을 살살 달래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되도록 피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면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 건강 없이는 심신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 다시 한번 실감된다.

     

    * Note : TV 같은 대중 매체에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을 보면 세상에는 수많은 병이 있다. 모르는 것이 약이 될지, 아는 것이 힘이 될지 조차 모르겠으나 흔히 발병되는 병도 많고, 희귀한 병도 많은 것 같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에 자신이 있든 없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을 앓았던 사람 중에는 본인은 그 병이 발병하기 전까지는 건강 하나는 자신이 있어서 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사람도 가끔 보게 된다. 그전에 얼마나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함부로 자신감을 갖기에는 다소 무모하고 오히려 건강면에 있어서는 스스로 겸손해야 할 것 같다.

     

    나도 뒤돌아보니 아주 평범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미 건강을 자신하긴엔 자신이 없다. 어쩌면 그런 기억들이 나 자신을 한껏 겸손하게 만들어 오히려 약간의 건강 염려증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방심보다는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의 몸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 그 또한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없이 서로 안녕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모두 안녕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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