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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업무 분담이란?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7. 26. 01:37
사랑하는 내 5명의 조카들 중, 얼마 전 1번 조카가 신혼 생활, 맞벌이 부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무엇을 해도 예쁘고 기특해 보이는 젊은 신혼부부이다. 조카는 가끔 가족 모임에서 나를 만나면 요즘 직장 생활의 고충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나로 하여금 과연 이상적인 업무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라는 질문을 남기곤 한다.
나 또한 25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배님들로부터 다양한 리더십(Leadership)을 보고 배워왔다. 다행인 것은 모든 분들이 각자의 특성대로 여러 가지 색깔을 뿜어내셨는데 그 모든 것들 속에 배울 점이 많았다. 매주 수요일 오전엔 각 부서의 부서장급 임원들이 모여서 주간 회의 시간을 가졌다. 최근 문제가 되는 이야기도 나누고, 미국 본사로부터의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서로 의논을 하였다. 기존의 업무 외에도 새로 생기는 프로젝트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으니 한시도 녹녹한 시기가 없었다. 프로젝트에는 짧은 기간 강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 창의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것, 현실성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것 등등 여러 종류의 업무들이 있었다.
여러 선배 리더분들을 만났지만 업무를 분담하는 방식도 리더십에 따라 달랐다. 그중에 다분히 민주적인 방식을 도입했던 분이 기억에 남았다. 그것은 회의에 참석한 모든 부서장들의 자율권에 맡겼다. 자유와 자율의 차이점은 모두 깨닫고 있겠지만 다분히 자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면 회의의 주제가 되고 회의 마감전에 반드시 프로젝트 책임자가 결정되어야 했다. 누구 하나 꼭 집어 지정하지 않으면 대중의 암묵 속에 잊힐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더는 항상 "누가 맡아서 할까요?" 하고 그 결정을 회의 참석자들에게 넘겼다. 아주 가끔 본사로부터 일정한 자격 조건이 함께 와서 누가 보더라도 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스스로 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말로만 의향을 물어보고 이내 리더가 지정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프로젝트 책임자로 지정이 되기 전까지 회의는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냥 리더가 지시하면 될 것을..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집단 문화중에 하나랄까.. 극히 드물기는 했지만 '그냥 내가 한다고 할까?'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여러 명 속에서 갑자기 튀고 싶지 않거나, 혹은 이 기회에 리더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 머뭇거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개인별 특성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각기 마음속으로 '에잇,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 또는 '조금만 버텨, 나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에 기인한다. 아무리 '나만 아니면 돼...'라고 이기심으로 방어를 해왔어도 프로젝트는 항상 물밀듯이 이어져왔다. 지난주에 이 사람이, 이번 주에 저 사람이 담당이 되었는데, 다음 주에도 '나만 아니면 돼'라고 나 혼자만 버티기엔 솔직히 미안하고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비범하지 않더라고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 버티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할까 봐 자책하게 되고 회사 내에서의 존재감 상실을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회의에 참석한 모든 부서장들은 언젠가 맡게 될 그 어떠한 프로젝트의 책임자로부터 피해 갈 수가 없다고 깨달았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어떤 이유에 의하여 내가 한다, 아니면 어떤 이유에 의하여 어떤 이를 추천한다 하고 논의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리더가 생각하고 희망하는 마음속의 사람이 그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지 않더라도 리더는 자율적인 방식의 결정을 존중하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서장들은 점차 각기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재빨리 상황 파악을 해야 했다. 어차피 언젠가 돌아가면서 맡게 될 업무라면 상황에 따라 어떤 것을 골라 잡을지가 관건이었다. 그것은 내 개인의 역량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나 개인이 아니고 나와 함께 소속된 우리 부서 팀들 전체와 연관이 되기도 하므로 팀원들의 역량도 고려가 되어야 했다. 개인 역량이라면 나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판단해 가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나의 강점이 발휘되어 극대화되고 업무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한마디로 나 자신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오히려 약점이 드러나고 역효과만 낼 것인가, 또는 때로는 새로운 부분이지만 그 기회를 통해 나의 능력을 시험하고 도전해 볼 수도 있는가.. 스스로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고 부서 팀원들까지 관련이 된다면 그들의 현재 역량과 업무 분량을 생각해서 그들의 사기 진작이나 스트레스 조절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
회사에서는 업무의 균형과 적절한 배치를 위해 끊임없이 업무 자체 평가(Workload Assessment)를 진행해 왔었고, 동시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과 함께 업무량 중과에 대한 부분도 고려가 되어야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라는 신조어도 생겨서 여러모로 고민할 부분이 많아졌다.
조직의 어느 위치에 있건 모두들 자신들을 가장 '낀 사람, 위에서 치이고 아래로부터 치이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아마도 최고 책임자나 Owner 도 스스로를 가장 힘든 자리에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만큼 일개인이 아닌 조직적인 사회생활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다.
어쨌든 이런저런 고민을 한 후, 때로는 이런 이유로 "저요" 또는 저런 이유로 "제요"하게 되었다. 당연히 항상 아름답게 마무리가 된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 최악의 험악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도 그 안에서도 서로 시기, 질투, 불만, 비평 등이 터져 나왔다. 서로 얼굴이 붉어지고 소리가 높아지기도 했고, 미팅룸을 나와 몇 시간 혹은 며칠을 부르르 떨며 누군가를 원망할 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신체적으로 치고받고 싸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 것을 용납하는 회사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 정도의 소양밖에 안 되는 사람들의 집단도 아니었다. 결국은 지정된 업무 책임자가 항상 있어야 했고, 누가 봐도 피치 못할 상황이 있거나 퇴사를 결심한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무엇인가를 맡아야 함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었다.
부서장들이 그런 자율적인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각기 각 부서의 팀원들에게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아니 적어도 나는 적용해 봤다. 그 결과 무서울 정도로 느끼게 되는 것은 그들을 통해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부서장인 나는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결정은 그들에게 맡기기 위해 한 발짝 떨어져서 보았다. 우리가 그러했듯이 처음에는 우왕좌왕했고, 각자의 개인주의와 서로 다른 자신감, 자존심과 자존감 사이에서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나도 인간인지라 솔직히 어떤 팀원은 얄밉기도 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워라벨, 팀원 간의 형평성 등을 운운하며 피하려 할 때는 솔직히 안타까웠다. 그 기회를 통해서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팀원이 한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여러 이유를 대고 피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항상 엄마들이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길러봐라~"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크게 당황했었다. 나의 리더도 같은 심정이었겠지.
가끔 놀라운 것은 본사로부터 내려오는 같은 프로젝트라도 그것을 대하는 인식이나 자세가 나라와 문화별로 달랐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이기도 했지만 각 나라의 지사와 문화별로 분위기가 달랐다. 어느 경우는 이런 것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하고 회의적으로 시작하지만 다른 곳에서 이런 것을 시작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개인별로도 차이가 났다. 누군가는 왜 나한테 이런 것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하고 방어적 태도를 취하지만, 누군가는 아마 나의 능력을 인정하여 나에게 믿고 맡기나 보다며 적극성을 가진다. 가끔 지사의 임원들이 모이는 정기적인 글로벌 미팅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면서 그 다양함에 놀라웠다. 나와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정말 언젠가 구석으로 몰래 불러내어 진심을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정치적 발언인지 진심인지 궁금해서였다.
또 한 가지, 겸손은 미덕임에는 틀림없지만 과도한 겸손은 오히려 본심을 흐릴 수 있는 경우가 있음을 우리나라 사회의 문화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이 적격자인데, 정작 그 사람이 자신은 못한다고 자신 없다고 너무 소극적이면 상대방들이 그냥 수긍하고 바로 포기하고 넘어갈까? 그런들, 좋은 이미지 유지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조직의 책임자가 되더라도 선배로부터 배웠던 그 방식, 자율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 가장 최선이 될 것 같다. 무엇이든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높은 책임감과 함께 추진력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 Note : 누군가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입장의 팀원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알게 모르게 경험했던 선배들로부터 배움이 많을 것이다. 욕을 하며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배우게 되기도 하고, 존경하게 되고 감명을 받으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하며 배우게 되기도 한다. 분명히 세월이 흐르면서 맡게 되는 책임이 많아지고 깨달으면서 이제는 나무 하나하나보다 전체 숲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팀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팀원 개개인의 능력과 장/단점이 빠르게 보일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회사 조직 내의 사람의 능력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크기 때문이다.
언젠가 능력 있는 리더는 효율적인 업무 지시를 하고 이후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것은 리더가 되어서도 디테일 하나하나를 챙기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니 팀원들에게 믿고 맡겨야 하는데 그 업무를 분담하는 데 있어서 팀원들의 자발적인 결정이 한 몫한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이 위에서 지시하는 것(Top-down)으로만 이루어지면 사람은 다분히 동력이 떨어지고 수동적이 된다. 팀원들이 의논하여 자의와 타의가 붙어 싸우고 의논한 후 결정된 사항은 뒷 말이 없어야 하고 이후 바로 책임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이 경우, 리더로서도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리더 본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던 인물이 선정되지 않을 경우, 리더 본인이 더 신경 쓰거나 때로는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팀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리더로서의 또 하나의 의무, 교육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 또한 이런 깨달음이 있기까지 많은 부분 리더분들을 괴롭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인내와 참을성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고, 좋은 리더로서의 역량의 표본이 있다면 그분들은 충분히 그러하셨다.
리더로서의 수많은 역량 중에 업무 분담에 관한 것으로 꼭 고려되길 바라는 점은 아래와 같았다.
- 각 팀원들의 성향 파악 (각 강/약점, 그리고 그간의 경험과 향후 성장을 위해 필요한 도전과제 등)
- 업무와의 연결성과 효율성
- 업무의 예측 총 소요시간과 각 팀원의 업무량과 형평성
그래서 회사가 기대하는 목표를 최선의 방법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리더들과 팀원들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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