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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의 목표, 업무 성과 그리고 평가 체계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8. 1. 23:55
어느 사회에서나 기업,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당연히 회사의 목표에 따른 개개인의 목표와 업무 성취도를 평가받고 그에 따라 다음 해의 연봉을 결정하는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나는 전통적인 한국 기업의 형식은 경험 부족으로, 내가 25여 년 간 몸 담았던 글로벌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 입사하여 3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친 후, 처음으로 나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어느 회사나 약 3개월 정도는 회사도 개인도 서로 적합한 가를 맛보는 시기라도 볼 수 있겠다. 3개월 후, 부서장님으로부터 이제 정식 직원으로 인정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12월 중순에 입사한 나는 그 후 1년이 지난 후 처음으로 1년간의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를 정식으로 받았다. 처음 1년은 무난하게 지나갔고 흔히들 3년 정도는 지나야 비로소 회사에서도 본격적인 가성비 창출이 가능한 인재가 되어간다는 말에 나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3년 차가 되자 나는 스스로 업무를 챙길 줄 알았고 업무의 효율성도 보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가끔 크고 작은 실수들도 하였지만 솔직한 것이 가장 좋다고 믿는 나는 실수를 깨달음과 동시에 이실직고를 하면 선배님들이 해결해 주셨다. 입사 5년 차가 되자 승진다운 승진을 하게 되었고 그 시기부터는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맡아서 해야 하고 나의 업무는 바로 부서장님께 보고를 해야 하니 그야말로 나의 역량은 바로 드러나고 책임감은 그만큼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회사 자체의 목표와 업무 수행에 따른 평가 체계는 최근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날로그 방식이었던 것 같은 기억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나름 심각하게 논의되었지만 최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무난했다는 단어가 어울린다. 본사로부터 온 서류 형식에 맞추어 지난 일 년간 이룬 성취도를 기입하고 이후 절차에 따라 부서장님과의 1:1 면담 시간에 부연 설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부서장님은 그것을 바탕으로 모든 부서원들을 평가하고 이후 회사 전체 회의를 통해 부서 간의 조율을 하셨을 것이다. 이후 다시 개개인과의 1:1 면담을 통해 회사에서 생각하는 개인의 업무 평가 결과를 알려 주시고 다음 해의 연봉도 제시하셨다. 개인은 그 결과물을 받아 보고 이견이 없으면 사인을 하고 다시 제출하면 회사와 직원 개인의 동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바로 마감을 뜻했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물론 간혹 몇 번은 마음속으로 아쉬움과 섭섭함도 느꼈지만 딱히 반론을 제기할 이유와 더불어 감히 그럴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연봉 협상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개인으로서는 소극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모든 평가는 상대 평가이어야 함을, 절대로 절대 평가가 되기 힘들다는 당연한 깨달음을 다시 강하게 느꼈다. 본사에서도, 그리고 모든 나라의 지사에 있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되고 상대적으로 평가되는 것, 그것이 냉혹한 사회에서의 현실이었다. 우리 한국 오피스 지사는 모든 나라의 지사들 중에 항상 잘한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항상 똑똑하고 성실한 한국 직원들이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어느 사이에 우리는 모두 집단 자만심에 취해있었나 보다. 하지만 모든 한국 지사 직원들의 평가가 항상 좋을 수 없다는 그 당연한 이치를 깨닫고 나의 몇 년 간의 년간 성취도 평가를 다시 꺼내 보았다. 그 결과, 어느 해에는 개인적으로 업무가 과다해 힘들었고 한국 지사는 다른 해에 비해 성과가 비교적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여도가 인정을 받아 개인 평가는 좋았다. 또 다른 해에는 나에겐 비교적 무난한 한 해였고 한국 지사는 성과가 최고로 좋았지만 나의 개인 평가에 따른 연봉은 기대치보다 낮았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니 개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어느 정도 객관적 잣대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름대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체계와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회사 그리고 임원분들의 인성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고 조직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미국 본사는 나날이 발전하였고 외부 전문기관과도 의논과 협업을 이어나가면서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회사 전체와 직원들의 업무 목표와 그에 따른 성과, 그리고 평가 방식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부서장이 되었던 무렵부터는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 한 해의 목표를 만드는 것부터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이후 성공을 이루어낸 세계적인 기업과 성공 신화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해외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힘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서점에 가서 기업 관련 서적들이 모여진 곳을 가면 몇 개의 유사한 단어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는데 그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결론적으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들이었다.
우리 회사와 더불어 거의 모든 기업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들로 풀이해 보겠다.
기본적인 시작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목표(G & O = Goal & Objective)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위에서부터 정해서 아래로 내려오는 (Top-Down) 방식이었다. 가장 높으신 미국 본사의 VIP분들이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그것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공표하면 그다음 밑 단계별로 내려오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회사의 통일된 목표를 위해 개개인의 목표와 해야 할 일들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론은 그러했지만 과연 회사의 거대한 목표를 위해 일개인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내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회사가 목표의 일부로 우리 회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하여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가정하자. 한국 지사에 있는 나는 그 제품을 직접 만드는 업체가 아니다. 하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우리 한국 기업이 공장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인력이 충분치 않았다면 혹은 시설과 기기에 문제가 생겼다면 불량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중간자인 나는 그 제품을 만드는 업체 선정에 심사숙고해야 하고, 그들에게 우리 회사의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교육해야 하고, 업체는 그에 적합한 공장을 선정하고 생산관리, 시설과 기기, 인력 등 모든 것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토록 해야 한다. 바로 그런 실무들이 나의 목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바로 G & O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목표(G & O)가 세워진 후에는 KMI(Key Measurement Index)와 KPM(Key Performance Measurement)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이것은 회사와 직원의 목표(G & O)를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실질적 요소들로 G & O 가 이러한 항목(Index)에 의하여 평가(Measure)된다. 거기에는 수치로까지 표시되어 결국에는 나의 목표 달성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가시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제품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면, KMI와 KPM 에는 언제까지 얼마의 수치로까지 최소화할 것인가, 그리고 또한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인의 실제 업무들 또한 구체화시키고 그 또한 수치화하는 것들이 구체적으로 포함되고 그 수치에 따라 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 년에 4분기(1분기 별 3개월씩), 각 분기별로 중간평가 시기에 현재의 위치와 년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점검하게 된다.
그리하여 1년이 지나는 12월이 되면 슬슬 년간 평가, APA(Annaul Performance Appraisal)이 시작된다. 본사로부터 회사 전체 그리고 각 나라의 지사별로 G & O와 KMI/KPM을 바탕으로 분석된 결과가 수치화되어 전사적으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각 개인별로도 적용이 되니, 각 개인은 자신의 일 년 간의 성과를 역시 수치를 근거로 하여 기입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부연 설명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일 년 간 결과물의 자기반성, 비판, 성찰의 시간들이 포함되는 것이었다. 부서장으로서의 나 자신도 APA를 작성하여 1:1 면담을 하고 나의 상사에게 제출하고, 나의 팀원들 역시 부서장인 나에게 같은 방식으로 전달되었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인 다음 해의 G & O 계획이 시작되니 지나간 한 해의 APA와 다가오는 한 해의 G & O를 작성해야 하는 연말연시가 되면 나 포함 모든 직원들은 연말연시의 분위기와 더불어 그리고 일상 업무에 더하여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하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었다.
회사는 가능한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부서장급의 리더들은 체계적인 논의에 돌입하였다. 회사 전체와 각 나라의 지사별 성적이 나오고 그때부터는 각 개인의 기여도에 따른 상대 평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회사라는 조직, 구조는 직원 모두를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회사 전체의 실적이 좋으면 전체적으로 성과급을 고려할 수는 있더라도 APA는 또 다른 사안이다. 부서장들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설을 최소화하여 자기 팀원들만을 생각하지 말고 정말 회사를 위한 기여도가 뛰어난 인재들을 선별하여야 한다. 개개인의 실적, 위치, 입사/승진 연도, 경험 등 객관적 자료들로 줄을 세우고 그 해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 비교 분석하게 된다. 여기서도 비슷한 사람들은 결국 개인의 근무 태도까지 고려되기도 한다. 소소하게는 출/퇴근 등 근무 상황, 회의 중의 집중도와 발언 등의 참여도 등까지 실제로 반영되어 모든 리더, 임원들이 함께 평가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어 결정된다. 이런 길고도 깊은 마라톤협상들을 통해 최종 결과가 도출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항상 느끼는 것은 리더들은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 때문에 회사라는 조직에서 올바른 인성을 가진 리더들이 얼마나 중요 한가였다. 입사 초년병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배우고 일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업무 파악 후 머리가 큰 후에는 일 할 시간도 부족한데 이런 목표를 세우고 평가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조차 버거워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 해의 결과물인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오면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기에 바빴고 항상 결과에 대하여 약간의 억울함과 서운함 그리고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리더가 된 후에 깨달았다. 다행히 회사 자체가 기준이라는 것을 바로 세우려도 노력하고 시도하고 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화하여 언제나 최선의 방식을 위해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더 다행인 것은 심지가 굳은 리더들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리더가 되고 보니 알게 되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평가는 생각보다 진지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아무리 리더가 되어도 리더들 또한 평가 대상이므로 그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린다면 그 또한 리더들 자체의 평가 항목 중에 무리함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정성을 잃는 평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리더 또한 그 체계에 믿음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평가에 대해서도 믿음이 사라질 것이었다. 불합리함, 불공정성을 배제하고 충분한 의논 후에 도출된 것임을 믿어야 한다.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자기 과신이나 합리화에 의함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었다. 혹은 리더가 팀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평소에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충고를 과도하게 함으로써 서로의 이해 정도에 거리가 있지 않았나 살펴볼 일이다. 모든 평가는 객관적이고, 비판이 아닌 비평은 정확히 초점을 맞추어 오해가 없어야 한다. 말하기의 기술과 진솔한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는 부분이기도 하다.
* Note :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개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기업의 목표(G & O), 그것을 형식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그것을 이용하여 그 기업 안에서의 나의 목표를 진심으로 담아야 한다. 업무 수행 체계(KMI/KPM) 그 또한 이용하여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평가(APA) 시기가 왔을 때 진정성을 가지고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때로는 자신 있게 그것들을 근거로 자신의 성과를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근거 뒷받침 없이 얼굴이 벌게지고 눈은 충혈되고 억울함에 목소리는 떨리면서 진짜 열심히 했다고 말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해에 스스로 온전히 노력하지 않았다면 솔직히 그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다음 해 G & O에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그리고 리더들의 평가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공정성을 믿어야 한다.
모든 기업들에게 말하고 싶다. 대/중/소 기업 모두 자체적인 인사 관리와 능력 평가 체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것이 미비하면 그것의 구축부터 회사 목표(G & O)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물론 확실한 G & O부터 존재해야 한다는 것도 된다. 예전처럼 창립자 또는 최고책임자 혼자만의 계획, 기존의 방식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다. 직원들의 이직은 시스템 결여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근거가 미비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것을 참을 수 없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들의 올바른 자세이다. 구축하고 받아들여진 시스템은 전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성 있게 함께 이루어나가야 한다. 흔히 말하는 창립자나 그 일가에 의하여서만 휘둘리거나, 임원들만의 소위 학연, 지연 등 줄 서기가 용납될 수 없도록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가시화되어야 하고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럼 없이 평가해야 한다. 이것은 개개인 발전과 더불어 기업의 존속 여부과 미래의 흥망성쇠의 기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행하여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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