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을 구한다는 것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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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명을 구한다는 것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1. 10. 9. 15:34

    이 세상에는 이제 약 78억 7천5백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살고 있으니 그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한 편,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주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국내외 뉴스들을 접할 때면 먼저 어두운 소식들에 놀라고 화나고 가슴 아파했다. 나쁜 소식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감동적이고 선하고 아름다운 소식들도 간간히 알려질 때면 역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년인 2020년 초부터 시작되어 이제 연말이 되면 꼬박 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은 별별 일을 다 겪었고 그 일들은 대부분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던 충격적이고 괴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세계 어딘가에서는 지진, 태풍, 홍수, 화재 등의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 들기도 했고 때로는 어리석은 인간 스스로 만든 인재로 인한 사건 사고로 고통을 겪기도 해왔다. 또 세계사의 기록을 보면 홍역, 스페인 독감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여 수많은 인구의 사망 사실을 알기도 했지만 그런 바이러스가 실제로 우리 생활을 다시 침범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예상과 준비 없이 닥친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견디고 이겨 내고 살아남아야 했다.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둘렀으나 그 출시까지 목숨을 건 기나긴 사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게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절로 겸손해지고 두려움을 숨길 수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느끼는 죽음의 사선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앞장서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귀중한 인명을 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천사와 같은 선한 존재들이었다.

     

    준비 없이 시작된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엄청난 무게의 방역 장비를 몸에 휘감고 한 사람이라도 구하기 위하여 고생하시는 의료계와 방역을 담당한 분들이 있었다. 작년 초 겨울부터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을 두 번씩 겪어나가고 있었다. 방역 장비조차 가누기가 힘든데 그 무게를 견디며 엄청난 땀을 흘리면서도 최전선에서 환자 치료와 방역에 헌신을 다해왔다. 

     

    일례로 보호자 없이 고령의 치매 상태인 코로나 환자가 입원하게 되었다. 정신적 충격 속에서 부정적인 결말이 될까 우려 속에 할머니의 기력 회복을 위하여 의료진이 직접 마주 앉아 고스톱을 했다는 사진과 사연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사람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재치 넘치는 발상과 보살핌이었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은 의료계와 방역 전담을 하시는 모든 분들의 이타적 마음과 노고 덕분에 이렇게 이겨나가고 있었다.

     

    지난여름 세계 저 편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또 다른 비보를 전해왔다. 아프간인들을 보호하던 미군은 철수를 발표했다. 그러자 다시 위험한 탈레반의 장악으로 하루아침에 아프간은 전쟁터로 변했다. 그 전쟁터 속에서 필사의 탈출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은 것이었다. 당시 남아있던 우리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들은 우방국의 소식으로 발 빠르게 남아있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를 도와 일했던 아프간인들은 당장 탈레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의리와 정으로 뭉친 한국인들은 위험한 아프간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대사관 직원과 군인들은 치밀한 계획으로 마침내 4백 여 명에 달하는 아프간인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도 시도했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유례없는 작전의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작전이었고 목숨을 건 인명 구출 작전이 성공한 것이었다. 작전 이름 그대로 '기적(Miracle)'이 되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또 하나의 감동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고령의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는 버려진 '백구'라는 개를 맞이하여 정성으로 보살피며 살갑게 지냈다고 했다. 그러던 할머니가 병의 증상으로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가 길을 헤매게 되고 결국 실종된 것이었다. 첨단 장비를 사용하여 추적하던 중에 논밭두렁 안에서 사람의 체온으로 느껴질 만한 온도가 감지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쓰러진 할머니 곁을 지키던 백구였다고 했다.

    백구 덕분에 할머니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발견된 할머니는 회복 중에 있고 백구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인명을 구하는 개의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것이었다. 

     

    그즈음 또 다른 기적에 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발전은 실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500gr마저도 되지 않게 빨리 태어난 미숙아를 반년이 넘도록 보살핀 결과 이제는 부모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상태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의사는 처음에는 걱정이 너무나도 컸으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모든 의료진이 기도하며 노력했다고 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의사 한 분이 도로에 차 사고가 난 것을 발견하고 인명 구조에 조력을 한 후, 정작 본인은 2차 피해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별세했다고 했다. 평소에 의사로서 기꺼이 봉사 활동으로 환자들을 도운 의인 의사라고 주위 사람들은 전했다.

     

    요즘은 가끔, 때로는 종종 119 혹은 앰뷸런스 차의 소리를 접하게 된다. 그만큼 응급 상황이 곳곳에서 많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의료 체계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의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다른 병이나 다른 상황의 환자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 외의 이유로 발생한 사망 사고 건 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어디선가 급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차를 보거나 듣게 되면 마음 한편이 불안해졌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두렵고 걱정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냥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곧 나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허구 같은 감동스러운 일을 하는 따스한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남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인명을 구하는 사람들은 과연 따로 있는 것일까. 성선설에 기반을 둔 의인의 마음과 삶은 따로 있는 것일까. 

     

    나는 과연 어떤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선뜻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가 되고, 심지어 나의 목숨까지 담보로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답할 수 없다. 나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할지 알지 못한다. 나 스스로의 행동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인명을 구한다는 것은 아주 위대한 일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 Note : 인명을 구하는 일에 종사하거나, 우연히 인명을 구하는 일에 선뜻 동참한 모든 분들은 위대한 존재들이다. 어떤 신이 되었든 신이 대신 보내주신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감동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부디 그분들에게 축복이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생에서, 아니면 사후에라도 어떻게든 축복이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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