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또 다른 모습, 니카라과 :: Aunt Karen's Note (카렌 이모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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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남미의 또 다른 모습, 니카라과
    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8. 5. 23:32

    주말을 과테말라(Guatemala)에서 보낸 후, 월요일 이른 새벽 동이 아직 트지 않아 컴컴한 시간, 호텔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첫 번째 중남미 지역 출장의 마지막 나라인 니카라과(Nicaragua)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엘살바도르(El Salvador)를 거쳐 니카라과에 도착하였다. 착륙 직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군데군데 물 웅덩이 같은 호수 지역이 많았다. 그리고 휴화산이 있어서 위험이 예측되지 않을 때는 그 또한 관광지라고 했다.

     

    날씨는 앞서 지나온 두 나라인 온두라스(Honduras)와 과테말라(Guatemala)와는 달리 일 년 내내 기온이 높고 습도도 높아 동남아시아의 나라와 비슷하다고 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1월임에도 불구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고 습도가 높아 덥게 느껴졌다. 곧바로 월요일 업무가 시작되어야 하니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다소 편하지 않은 비행을 했고 이어 더운 날씨를 마주하니 등줄기에서 바로 땀이 나오는 듯했다. 니카라과 우리 회사 지사 직원이 바로 공항으로 나와서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고 그 길로 업체 방문을 위해 출발하였다.

     

    이것은 다분히 내 선입견과 편견이 개입된 의견이지만 나는 다른 많은 요소들 중에서 기후 또한 그 나라의 국민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거쳐온 온두라스와 과테말라는 우리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4계절의 차이가 있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역사적이나 정치적인 배경으로 말미암아 위험한 갱 조직도 성행하고 그에 따라 치안도 불안정했다. 그러나 같은 중남미 안의 인접 국가 중에 하나인 니카라과는 그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국민들도 상당히 순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일 년 내내 더워 4계절 구분이 별로 없는 이 나라에는 곳곳에 열대 식물과 과일나무들이 보였고 그것은 추위에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것은 좋게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만들지만 나쁘게는 다소 나태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딱 봐도 거리는 마치 굳이 급해 보이지 않게 인프라 구축도 더뎌 보였고 그 당시 수도의 도심이라는 지역도 우리나라로 보면 지방의 소도시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상은 앞의 두 나라보다 타인에 대하여 덜 경직되어 보였고 실제로도 비교적 순하고 호의적이라고 했다. 니카라과의 우리 회사 직원들의 모습도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의 직원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직원들은 항상 뭔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교통 상황에도 민감했다. 그들은 우리나라만큼의 '빨리빨리' 문화는 아니어도 속도감이 있었고 뭔가 긴장감이 느껴진 반면, 니카라과 직원은 차를 운전함에 있어서도 필요 이상으로 안전한 속도와 함께 자기 할 일을 다하면서 느긋했다. 아마도 그 속도로는 예정된 업체와의 만남 시간에 늦을 것 같았는데 개의치 않는 듯했고 그렇다고 업체에게 그런 상황을 미리 통보하지도 않는 듯했다. 나는 그동안 글로벌 회사(비단 글로벌 회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어느 곳이든 동일할 것이다)에 다니면서 시간과 약속의 소중함과 가치를 중요시 여김을 배워왔고 나 자체도 시간과 약속은 기본적으로 항상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만약 피치 못할 변동이 생길 경우 미리 연락을 취하는 성격이라서 그 직원의 느긋함이 낯설고 적응이 안되었지만 얼마 후 알고 보니 전반적인 그곳의 사회 분위기가 그러한 것 같았다.

     

    니카라과는 상대적으로 넓은 평지도 있고 땅 값도 저렴하여 한국 기업들이 공장부지를 선정하고 조성함에 있어서도 다소 여유로워 보였다. 물론 이미 조성된 특정 산업지역은 개발의 한계에 걸려서 일정 부분 이상 초과 증축을 할 수 없었으나 외곽으로 나가면 비교적 넓은 대지에 새로 조성이 가능했다. 앞서 말한 그 나라의 느긋함 때문인지 생산 라인도 비좁지 않고 여유로웠으며 속도도 뭔가 앞의 두 나라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생산성에서도 차이를 냈다. 앞선 나라들은 생산성에 있어서도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나름 경쟁적으로 발전하는 반면, 니카라과는 시간이 지나도 오히려 후퇴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상대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더뎠다. 그 나라에서는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실력을 키우지 않아도 그저 오늘 출근하여 아무 사고 없이 일하다가 퇴근하면 되는 것이라고 느끼는 듯했다. 국가 간의 국민들의 행복지수까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그런 국민성의 차이가 생산성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에도 있는 여러 가지 근로법과 근무 환경의 조건들을 맞추어 가면서도 끊임없이 동기 유발을 연구하면서 생산성을 향상해야 하는 것이 그 당시의 또 하나의 과제인 듯했다.

     

    그곳 역시 현지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한국으로부터 파견된 관리자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사계절이 더워서 그런지 피부도 검게 그을린 나이 지긋한 관리 책임자 분들은 상당수가 가족들과는 떨어져 생활하고 계셨다. 다행히 여건이 되어 배우자와 함께 회사의 관저나 가까운 지역에 집을 마련하시어 계신 분들도 있었으나, 아이들 교육이나 나머지 가족들의 좀 더 나은 생활환경을 위하여 보다 나은 주변 인접 국가나 미국 혹은 한국으로 헤어져서 자주 못 만나는 분들도 꽤 있었다. 개인적인 여건과 관련되는 사안이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산업 수출 역군으로서 생각하면 마음 찡한 부분이기도 하였다.

     

    중간에 잠시 점심 식사를 하러 간 장소가 마침 호수와 인접한 지역이어서 우리 지사 직원이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호수를 둘러볼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그 당시에는 겉모습은 그다지 관광지 같지 않았으나 가까이 가서 보니 나름대로 그 웅장함에 놀랐다. 그곳의 호수는 과테말라의 '아띠뜰랑', 거대한 바다의 일부 같았던 호수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비행기에서 착륙 전 내려다본, 물 웅덩이 중에 하나 인듯한 호수는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었다. 백두산의 천지나 한라산의 백록담은 높은 산을 등반 후 그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면, 그곳은 차를 몰고 가다가 어느 순간 호수인가 하여 가까이 가서 보면 발아래로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분지 같은 것이 보이고 그 깊숙한 곳에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단 본 호수는 맑고 청정한 푸른색으로 보였다면 실제는 너무 깊어서 푸르다 못해 검게 보여서 그야말로 신비함을 자아냈다.

     

    오후 일정까지 마감하자 워낙 이른 새벽에 과테말라로부터 출발하느라 피곤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먼 곳으로부터 손님이 왔다며 반겨주시는 업체 분들의 저녁 식사 제안을 받았다. 그 당시에도 비즈니스 관계 안에서의 규칙이 있었고 나와, 함께한 후배 또한 그런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아는 사람들이었으나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회사 규칙 내의, 과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식사를 통하여 먼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일종의 관계 형성 과정이라는 판단이었다. 오랜만에 우리 같은 출장자들을 통해 한국/서울 소식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비즈니스를 위한 상황과 현실적인 속사정 이야기 등 서로 미처 접하지 못한 소식들을 전달하는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도심 한 복판에 있는 현지 레스토랑이었지만 소위 철판 볶음 데판 야기 메뉴였다. 나란히 불판을 둘러싸고 자리를 잡고 여러 가지 해물, 질 좋은 중남미 고기, 야채 등등을 맛있게 먹었다. 업체 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나 이른 새벽 출발과 빡빡한 업무 일정, 하루 종일 무더워에 지친 나와 후배는 이내 지쳐갔다. 후배와 나는 서로 눈치를 보면서 번갈아 업체 분들과 대화를 이어갔으나 나는 때로는 내 허벅지를 꾹꾹 찌르며 잠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대로 철판에 코를 박고 잠이 들 것만 같았다. 

     

    그렇게 며칠의 업무를 이어나간 후, 나는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발아래로 드문드문 보이는 호수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중남미 지역 첫 출장 일정을 뒤로하고, 이 나라를 다시 올 기회가 생길까 하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 Note : 같은 중남미 지역이지만 내가 경험한 3개의 나라는 저마다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색채, 기후, 국민성, 문화와 환경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니카라과는 드러난 것으로는 약간은 느슨한 분위기였지만 결코 업계에서는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국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그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과 사람들의 성격이 온순하다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그 당시로 봤을 때는 관광할 만한 자연 그 자체로는 신비로운 호수들과 휴화산등이 전부였고, 인프라 부족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하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 뭔가 가능성을 더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25여 년 동안 몸 담아 일했던 업계에 입문하지 않았더라면 알지도 가보지도 못했을 나라들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아무리 세상이 편리해지고 교통이 발달했더라도 여전히 중남미 지역에 가려면 하루는 족히 걸린다. 직항이 없던 그 시절에 여러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각각의 경유지와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정말 24시간, 혹은 그 이상 족히 걸렸다. 물론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고, 특히나 2020년에 맞이한 이 뜻밖의 '코로나 19' 사태 이후, 소위 말하는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는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미리 경험한 나의 방문은 이제 와서 돌아보니 또 하나의 추억과 경험의 순간이었다.

     

    중남미 지역의 "따로 또 같이"인 3개국, 동일한 것은 거기까지 가서 열심히 터전을 일궈온 한국인들이 곳곳에 있었다는 것, 그 사실에 다시 한번 경이로움과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중남미 지역의 첫 출장을 마감하며 새삼스레 머나먼 이국에서 새롭게 접한 장소와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인연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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