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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또한.. 인연이겠지요..삶의 소소한 멘토링 2020. 8. 8. 23:17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뿐만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만나고 겪게 되는 모든 일들과의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상대가 물건이든 장소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태어난 마을조차 평생 떠나보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국 방방곡곡 더 나아가 세계 각지를 돌아다는 사람도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만나고 접하고 겪게 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인연인 듯싶다.
아무리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가능하더라도 자기의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기 주저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 보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시는 부모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엄마께서는 여행 자체도 좋아하셨지만 워낙 아빠만 믿고 그냥 따라나서면 아빠께서 다 알아서 해주시니 여행을 편히 누리시고 즐기셨다. 아빠께서는 여행을 워낙 좋아하셨고 지역, 지리에도 밝으시고 무엇보다도 위치와 방향 감각이 타고나셨어서 지도만 있으면 어디든 척척 알아내고 찾아내셨다. 예전 아빠의 직장 동료분이 말씀하시길 그분 자신의 고향에 대하여 심지어 어느 위치에 마을 우물이 있는지까지 아빠께서 더 잘 알고 계셨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들 중에 누구 하나가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아빠께서는 본인이 흥미로워서 여행 당사자 보다도 그곳에 대하여 사전에 더 많이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탐구하셨을 정도였다.
나도 그런 부모님의 딸이었으니 살면서 개인적인 여행을 가게 되거나 하물며 회사일로 출장을 가는 것 또한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약간의 변화를 느끼는 흥분되는 일로 여겨졌다.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우리 4명 딸들 중에 여행을 마다하는 딸들이 없었다. 피와 유전자의 힘이었다. 하지만 아빠 쪽 강점 유전자를 받은 내 3명의 언니들은 방향 감각이 좋고 지도만 봐도 길을 잘 찾는데, 유독 나만 엄마 유전자가 강했는지 길치에 방향 감각이 떨어진다. 나는 요즘 세상의 탁월한 기술,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알지 못하거나 알았어도 다시 헛갈리는 모든 길들을 내게 열어주는 문명의 힘에 절대복종한다. 그것들을 개발해낸 모든 분들께 배꼽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아빠가 먼저 돌아가신 후, 엄마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무기력증에 시달리셨는데 막내딸인 나는 아빠의 그런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드리고 싶었다. 이후 나와 가끔 여행을 갔던 엄마는 여행 자체는 좋으셨겠지만 아빠와 전혀 다른 길치인 나 때문에 좀 고달프셨을 것이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아빠가 우리 모녀의 여행을 흐뭇하게 바라보셨을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 와서 뒤돌아보니 아주 평범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25여 년 간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2번의 해외 지사 오피스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었고, 내가 몸 담고 있었던 업계의 특성상 꽤 여러 나라를 출장지로 다녔었다. 그 업계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여러 곳을 다닐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물론 업종에 따라서 더 많이 더 활발히 많은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은 개인적인 여행이든 업무상의 출장이든 어떤 기회를 통해서 처음으로 방문하는 나라를 가게 되면 새로움에 대한 긴장과 함께 즐거운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첫 번째 방문을 마감하고 그곳을 떠나게 되는 순간은 항상 아쉬움과 함께 뭔지 모를 아련하고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였다. 항상 공항으로 가는 길의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내 머릿속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 나라의 풍경을 주어 담았다. 속으로는 '나는 이곳에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내가 과연 살면서 이곳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길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이 이 나라, 이 장소에서의 마지막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또 다른 감회가 들곤 했다. 그리고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이륙 시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그 나라를 바라보며 한때 썸 탔던 이성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다.
처음 방문한 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인 여행을 떠나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 마음이 휴식으로 인한 여유로움 때문인지 그들 대부분도 평화로워 보였다. 유독 현지 정보에 밝고 유쾌한 사람들을 만나면 덩달아 즐거웠다. 여행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그러하다면 부러운 일이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저리 즐겁게 하면서 유쾌하다니 참으로 복 받은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의 꿈은, 자기가 좋아서 신나게 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업무 때문에 출장을 가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마음이 많이 가고 신경을 좀 더 쓰게 된다. 그분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의 일원인데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하여 객지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두 번 만난 사람들도 기억에 비교적 오래 남았다. 잠시 방문하고 짧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기엔 내 머릿속 기억 용량이 따라주진 않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기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로 그 업계에서의 사람 이동은 제법 많았다. 동종 업계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동했다. 이 업체에서 일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저 업체로 마구 이동을 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약속 없이 누군가 우리 사무실을 방문하여 들어오면 내 머릿속에서 열심히 작업을 시작한다. 특히 업계에서 오래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저 사람이 지금은 어디 소속으로 무슨 일을 담당하고 있지?..' 기억을 하고 그에 맞는 인사를 나눈다. 어쩔 땐 대화 중에 머리 회로에 지진이 날 때도 간혹 있었다. '아, 이 업체가 아니고 지금은 저 업체이구나..' 하고 조용히 혼자 정정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출장 중에 다른 나라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대체로 기억 적중률이 더 높았다. 그것은 아마도 출장이라는 다소 특수한 상황, 나의 홈그라운드가 아닌 방문지에서 나 스스로가 더 긴장감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단 그뿐만 아니고 그 타국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봤던 마음가짐 때문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출장 뒤 바쁜 일정 중에서도 되도록이면 짧게나마 이메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였다.
불교신자도 아니고 아직까지 특정 종교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인연"이란 단어는 그렇게 나에겐 의미 있는 단어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Note : 지금 이 지구 상에는 대략 77억의 인구가 살고 있고 내가 알기론 곧 78억이 될 것이다. 불교적인 의미로 따지면 그 많은 세계 인구 속에서 정말 옷깃만 스쳐도 그것은 인연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의 넷째 딸로, 3명 언니들의 막내 동생으로 태어나서 내가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미래에 또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생겨날까? 사람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소와의 만남 또한 인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25여 년 동안 몸 담아 일했던 업계에 입문하지 않았더라면 알지도 가보지도 못했을 나라들에 가보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갖었다. 그러면서 일종의 병 증세 같은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언제인가부터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 심지어 TV 뉴스나 그 외 프로그램 속에서 어쩌다 인터뷰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닌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저 사람을 언제 어디서 봤었지.. 낯설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정말로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고, 내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사람이든 장소이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모든 부분에서 첫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아련함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루한 삶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좀 더 착하고 진실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과거에 가볍고 생각 없고 오만방자한 행동을 무지 불식 간에 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좀 자중하고, 센스 있으면서도 진중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현재의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로부터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연으로 접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것들에게 이왕이면 좋은 기억 속의 사람, 매력적인 인간으로 살다 가고 싶다.
나와 인연의 끈으로 잠시나마 혹은 예상보다 오래 엮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인내에 감사드리는 따스한 미소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장난기 있는 윙크를 보내고 싶다. 난데없는 '코로나 19' 사태를 맞이하고 미래가 예측 안 되는 이 상황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좀 더 성숙한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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